기사최종편집일 2024-05-1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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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베니테즈는 풀럼전부터 시작이다

기사입력 2009.10.30 10:47 / 기사수정 2009.10.30 10:47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지난 08-09시즌 21세기 들어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했고 탄탄한 전력을 유지했던 리버풀은 정말로 매우 아쉽게도 우승 경쟁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밀려 2위를 차지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비록 무승부가 많긴 했으나 시즌 중, 단 2패만 허용했다는 것은 리버풀 팬들로 하여금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데 충분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09-10시즌이 시작된 지 어느덧 10경기가 지나 3분의 1가량 리그가 진행된 지금, 리버풀은 벌써 지난 시즌보다 2배 많은 4패를 기록하며 승점 18점으로 5위에 올라 있다.

게다가 놀랍게도 무승부의 대명사로 알려진 리버풀은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의 무승부도 기록하지 않았다. 가히 지난 08-09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남자의 팀이었던 스포르팅 히혼을 보는 듯하다. (스포르팅 히혼은 08-09시즌 라리가에서 38R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의 무승부만을 기록한 바 있다).

이 부진이 리그에서만 이어지면 좋으련만 요즘 리버풀의 행보는 그야말로 동네북에 가깝다. '빅4'의 명성을 자랑하는 리버풀은 누구보다도 강력한 포스를 자랑했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데브레첸에 1-0 신승을 거두었을 뿐, 피오렌티나에 0-2로 패하고, 프랑스 리그 앙의 강자 리옹에도 1-2로 패하며 조별 예선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고 칼링컵에서는 같은 '빅4'인 아스널을 만나 1-2로 분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이적한 사비 알론소의 공백도 공백이지만 제이미 캐러거와 마르틴 스크르텔이 시즌 초반 애스턴 빌라전에서 헤딩 경합도중 서로 부딪친 이후 제 기량을 찾지 못하며 부진하고 있는 수비진도 리버풀의 난국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게다가 매번 지적받고 있는 베니테즈의 세트피스시 지역방어 문제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실제로 리버풀은 이번 시즌 13실점을 거두었다. 같은 빅4인 첼시는 8실점, 맨유는 11실점, 아스널은 13실점이다. 빅4의 전체적인 수비진 약화로 볼 수도 있고, 그만큼 EPL이 전체적으로 쉽지 않은 리그가 되었다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고 놀라운 통계에 따르면 첼시는 8골 중 6골을 세트피스로 실점했고 아스널은 13실점 중 5실점을, 그리고 맨유는 11실점 중, 단 한 번도 세트피스로 실점한 적이 없다. 그리고 리버풀은 13실점의 10실점을 세트피스로 상대방에게 헌납했다.

첼시의 세트피스 실점도 볼 만하지만 그들은 카를로 안첼로티를 감독으로 맞은지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안첼로티가 원하는 전술을 100%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베니테즈는 벌써 리버풀 감독이 된 지 5년이 되었다.

매년 지적받고 있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지역방어로 인해 어처구니없는 실점을 내주는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08-09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잠시 첼시 감독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이런 리버풀의 약점을 이용해 이바노비치의 깜짝쇼를 선보이며 첼시를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팀에 충성심 높기로 유명한 리버풀의 팬들인 '더 콥'들 조차도 이젠 더 이상 그들의 감독인 라파 베니테즈를 옹호하지 않는다. 비록 맨유와 치른 장미의 전쟁에서 2-0의 멋진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그 전에 이뤄낸 충격의 4연패는 용납할 수 없는 패배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독히도 운이 없긴 했다. 오죽하면 풍선까지 그들을 배반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조금 더 베니테즈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베니테즈가 알론소 이적 이후 그리고 있는 새로운 리버풀의 그림을 아직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상 현재 리버풀이 재앙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탓은 패스 연결의 부재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정말로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이며 그를 상대해야 하는 미드필더들은 그날 TV 중계에서 자신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것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지만, 마스체라노의 전문은 수비지 공격이 아니다. 베니테즈는 알론소를 이적시키며 아르헨티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스체라노와 루카스가 콤비를 이루며 리버풀의 공격 빌드업을 만들어주길 바랬겠지만 실상 아르헨티나에서도 마스체라노는 유기적인 패스 연결을 이뤄내긴 하지만 그것이 빌드업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단지 안전하게 공격을 책임지는 동료 선수에게 볼을 '연결' 해 줄 뿐이다.

그로 인해 리버풀의 주장인 스티븐 제라드는 지난 08-09시즌 EPL에서 누구보다도 강력한 콤비였던 '제라드-토레스 라인'을 유지하지 못하고 공수를 오가며 볼을 배급하기 위해 엄청나게 뛰어다녀야 했다. 이른바 40m를 뛰어다녀야 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자신과 콤비플레이를 이뤄준 제라드가 없으니 토레스 또한 자신 스스로 힘으로 무리하게 골을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자주 고립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리버풀의 위기를 타개해 줄 남자가 드디어 앤필드에 복귀했으니 그가 바로 야심 차게 베니테즈가 2200만 유로를 쓰며 영입한 이탈리아의 재능 알베르토 아퀼라니다.

베니테즈 감독은 이미 아스널과의 칼링컵 4R에서 후반 교체 출장으로 1군 무대에 데뷔한 아퀼라니의 능력에 큰 만족감을 표한 바 있다. 장기부상으로 인해 경기 감각이 완전히 올라오진 않았지만 강력한 중거리 슛과 날카로운 패스는 여전했다.

아퀼라니는 분명 알론소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알론소가 수비라인 바로 윗선, 즉 미드필드 후방 지역에 위치하면서 날카롭고 정확한 롱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반면 아퀼라니는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것을 즐긴다. 차라리 지금의 제라드의 역할에 비교할 만한 선수다.

그러므로 아퀼라니가 복귀한다는 것은 스티븐 제라드와 페르난도 토레스의 연계플레이에만 의존하는 리버풀에 보다 창의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마스체라노는 몸에 맞지 않는 공격의 옷을 입을 필요가 없으며 제라드는 패스를 받기 위해 세컨드 탑 자리에서 40m나 내려올 필요가 없이 예전처럼 15m 정도만 움직여도 충분해진다. 즉 이것은 리버풀의 녹슬고 뻑뻑한 듯한 공격에 새로운 기름을 쳐주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번 시즌 오른쪽 풀백으로 영입되어 합격점을 받고 있는 글렌 존슨이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리버풀은 아퀼라니의 복귀로 인해 진정으로 제-토라인의 의존을 벗어던지고 다양한 공격 옵션을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풀럼전에서는 제라드 또한 복귀가 유력하다. 이것은 즉 베니테즈가 팀 공격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사비 알론소를 보내고 알베르토 아퀼라니를 영입하며 리버풀에 어떤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 했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말과도 같다.

5위 리버풀과 1위 첼시와의 승점차이는 6점에 불과하다. 아직 28경기가 남은 만큼 리버풀에도 우승 경쟁의 기회는 남아있다. 시즌 초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스쿼드로 경기에 임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베니테즈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내기에는 이른 듯하다. 진정으로 리버풀을 응원하는 팬이라면 이번 풀럼전에서 베니테즈가 사비 알론소라는 아름다운 물감을 버리고 아퀼라니라는 새로운 물감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려 했는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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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랫동안 기다려온 리버풀의 새로운 희망 '알베르토 아퀼라니'ⓒ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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