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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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의 B페이지] '굿바이' 힐만,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기사입력 2018.11.18 17:52 / 기사수정 2018.11.22 15:37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존경받고 존중받는 감독으로 기억이 되고 싶다. 모든 구성원과 함께 노력해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뛰겠다".

정규시즌을 78승1무65패로 2위로 마친 SK는 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를 꺾고 2010년 이후 8년 만에 우승을 달성했다. 정규시즌 무려 14.5경기 차라는 역대 최다 경기 차 업셋 승리. 2년 전 SK 와이번스의 제 6대 감독으로 부임했던 트레이 힐만 감독은 자신의 한 말 그대로, SK 역사에 별 하나를 추가하고 팀과 이별했다.

KBO 외국인 감독 최초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과가 힐만 감독의 2년을 말해준다. 그러나 힐만 감독이 2년 동안 SK, 그리고 한국 야구에 남긴 것은 단순히 성적에 그치지 않는다. 그라운드 안팎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과 살갑게 소통한 힐만 감독은 이 머나먼 타지에 여러가지 메시지들을 두고 떠났다.


"야구는 엔터테인먼트라는 것. 팬들과의 관계를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지난해 마케팅팀, 올해부터 홍보팀을 맡고 있는 권철근 팀장은 힐만 감독에 대해 "화려한 경력에 위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팬 친화적인 모습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이었다"고 돌아봤다. 권 팀장은 "여러가지 요청과 상황에 '미안하다'고 얘기해야만 하는 경우가 참 많았는데, 한 번도 'NO'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이 배우 김보성 분장을 하고 '의리!'를 외치는 장면은 유명하다. 지난해 5월 SK가 스포테인먼트 10주년을 맞이해 이벤트였다. 힐만 감독은 오직 팬들을 위해 구레나룻을 만들고, 가죽 재킷을 걸치고 선글라스를 썼다. 사령탑이 가지는 권위를 생각했을 때 쉽게 상상할 수 없던 장면이었다. 힐만 감독은 때로는 카우보이 분장을 하기도 하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사인회에 나서면서 팬들과의 벽을 허물었다.

구단에 먼저 상품이나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구체화 된 것이 바로 소아암 환우를 위한 모발 기부였다. 힐만 감독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도 그것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를 바랐다. 영향력의 영역을 선수로, 팀으로, 또 사회로 전파시켰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운동을 하며 머리를 기르고 있었던 김광현에게 모발 기부를 제안한 것 역시 힐만 감독이었다. 


"다른 어떤 곳에서 야구를 했을 때보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가가는 만큼 선수들이 바로 다가왔다".

어떤 선수는 장난 삼아 힐만 감독을 '할아버지'라 불렀다. 그만큼 선수들과 격의가 없는 감독이었다. 정의윤이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힐만 감독의 가슴팍을 때리는 장면은 스스럼 없는 선수단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힐만 감독을 보좌했던 김성갑 코치는 "간섭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야구를 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단을 향한 믿음은 여러 결실을 만들었다. 한동민은 "시즌 초반에 선수 같지도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도 계속 믿어주셨다. 감독님이 계속 써주셨기 때문에 기록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은인 중에 한 분"이라고 얘기했다. 한동민은 힐만 감독이 결별을 발표했던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꼭 이기고 싶더라"고 회상한 이유였다. 이날 한동민은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아쉽게 SK가 승리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넥센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연승 후 2연패로 5차전을 앞둔 시점, 만약 5차전에서 패한다면 힐만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됐을 이 경기를 앞두고 한동민은 지인에게 번역을 부탁해 힐만 감독을 위한 편지를 썼다. 공교롭게도 SK는 한동민의 드라마 같은 끝내기 홈런으로 5차전을 승리하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힐만 감독과 선수단의 동행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경기 준비를 위해 한동민의 편지를 읽지 않고 있던 힐만 감독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편지를 읽을 수 있었다.


주장 이재원도 힐만 감독에 대한 감사함을 이야기 했다. 이재원은 "힐만 감독님은 대단하신 분이지만, 무서우신 분이기도 하다. 그런 점을 2년 동안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함께 한다, 하지 않는다에 관계 없이 선수의 성장을 바랐다. 이재원은 "더 큰 리더가 됐을 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해 얘기해주셨다. 느낀 것도 많았고, 적어놓기도 했다. 힐만 감독님을 통해 배운 것들이 훗날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바라봤다.

코칭스태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김성갑 코치는 힐만 감독에 대해 "귀를 여는 스타일이다. 한 번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만 팀을 이끈 적이 없다. 2년 동안 단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코치들과 라인업 미팅을 가졌다"면서 "계속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의 진정성을 알지 않나. 힐만 감독과 나 사이는 비지니스 관계가 아닌, 계속 소통하는 관계였다. 믿고 맡겨줬기 때문에 나도 잘할 수밖에 없었다"고 힐만 감독의 '신뢰'가 가진 힘을 얘기했다.


"어떤 시간들도 감사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 순간부터는 일을 같이 하는 동료들이 아닌 친구들이고, 식구들이다".

힐만 감독은 SK에게서의 2년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unbelievably satisfied(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한 단어가 필요하다면 'fulfill(충족한)'이라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한 단어를 추가했다."appreciate(고마운)". 대상을 바꿔 SK에게 힐만 감독과의 2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고 해도, 같을 답변이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SK 와이번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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