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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대륙간컵 3·4위전의 빛과 어둠

기사입력 2009.06.29 19:26 / 기사수정 2009.06.29 19:26

강대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2009 대륙간컵 개최국이자 2010월드컵을 여는 남아프리카공화국(72위)은 6월 28일 뤼스텐뷔르흐의 로열 바포켕 경기장(42,000명 수용규모)에서 열린 에스파냐(1위)와의 대륙간컵 3·4위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2-3으로 아깝게 졌다. 뤼스텐뷔르흐는 ‘휴식의 마을’이라는 뜻의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한 도시명이다.

1. 음펠라 교체 투입 대성공

남아공 감독 조엘 산타나(만 60세, 브라질)는 64분 미드필더 10-스티븐 피에나르(에버턴FC, 만 27세)를 빼고 공격수 9-카틀레고 음펠라(마멜로디 선다운스, 만 24세)를 투입했다. 피에나르는 준결승에서 팀이 졌음에도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반면 음펠라는 준결승전 후반 추가 시간 1분에 교체 투입된 것이 이번 대회 유일한 출전이었다.

음펠라는 2005년 성인대표팀 데뷔 후 이번 대회 전까지 A매치 14경기 6골을 기록했다. 대륙간컵의 등번호 9는 중앙 공격수의 상징이다. 그러나 2006년 자국의 슈퍼스포츠 유나이티드에 입단하기 전까지 프로축구선수로 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공격수로는 실격인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에스파냐와 득점 없이 비기고 있던 시점에서 산타나가 피에나르를 빼고 음펠라를 택한 것은 과연 무엇을 기대한 것인지 의아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음펠라는 에스파냐전에서 유효 슛 3회를 시도, 이 중 2골을 넣는 기염을 토한다. 73분 음펠라의 득점은 선제골, 후반 추가시간 3분의 득점은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동점골로 모두 절묘한 시점이었다.

음펠라가 투입되기 전까지 남아공은 17-버나드 파커(크르베나 즈베즈다, 만 23세)가 사실상 원톱으로 활약했다. 중앙 공격수 외에도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는 파커는 이번 대회전까지 A매치 17경기 7골을 기록했으며 올 초부터는 세르비아 1부리그의 현 소속팀에서 리그 16경기에 나와 6골을 넣었다.

산타나가 음펠라를 단지 행운만을 바라고 넣지 않았음은 61분부터 75분 사이의 선수 배치를 보면 확실하다. 음펠라가 파커를 대신하여 공격 최전선에 있었고 파커는 왼쪽 미드필더 8-시피웨 차발랄라(카이저 치프스, 만 24세)와 근접한 곳까지 물러났다. 음펠라에 대한 산타나의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2. 사실상 한 명이었던 중앙 수비

음펠라의 선제골은 준결승에 이은 남아공 선전의 결정판으로 여겨졌지만 아쉽게도 88, 89분 잇달아 실점했다. 음펠라가 동점골을 넣어 연장으로 돌입하긴 했지만, 순식간에 내준 2골은 짚고 넘어갈 만한 문제다.

76분부터 정규시간 종료까지 선수 위치를 보면 남아공의 중앙 수비는 사실상 14-매슈 부스(마멜로디 선다운스, 만 32세) 혼자 담당했다. 198cm의 장신 부스는 러시아 1부리그의 FC로스토프와 키릴랴 소베토프 사마라에서 활약하다 올해 자국리그로 돌아왔다. 키릴랴 소베토프는 대한민국대표 수비수 오범석(만 24세)의 소속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스와 함께 중앙 수비를 맡아야 할 에런 모코에나(포츠머스FC, 만 28세)는 오른쪽 수비수 시보니소 각사(마멜로디 선다운스, 만 25세)와 근접한 위치에 있었다. 팀의 주장이자 2002년 월드컵과 작년 아프리카선수권에도 출전했으며 1999년부터 유럽 클럽에서만 뛴 선수가 해선 안 될 실수였다.

에스파냐가 이와 같은 허점을 놓친다면 세계 1위의 자격이 없을 것이다. 57분 교체투입된 공격수 17-다니 구이사(페네르바체SK, 만 28세), 88분 들어간 공격수 16-페르난도 요렌테(아틀레틱 빌바오, 만 24세) 모두 중앙에 홀로 남은 부스의 근처에 있었다. 그 결과는 구이사의 동점골과 역전 골.

구이사는 2007/08시즌 에스파냐 1부리그 득점왕 경력자이며 요렌테는 195cm의 장신으로 연령별 국가대항전에서 남아공전을 앞두고 22경기 14골(에스파냐 성인대표 4경기 2골)을 기록할 정도로 국제무대에 강한 선수다. 부스가 단독으로 감당하기엔 여러모로 버거웠다.

3. 결국, 문제는 수비

남아공은 준결승과 3·4위전에서 2경기 연속으로 직접 프리킥에 결승골을 내줬다. 특정인을 탓할 수도 없는 사안이라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결승골을 내준 시점이 모두 경기 막판이었다는 것을 단지 불운으로만 치부해야 할까? 세계 72위라는 남아공의 현 순위를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현 대표 선수 중 국가대항전 토너먼트에서 준결승 브라질(6위), 3·4위전 에스파냐라는 중압감이 엄청난 대진을 소화한 이는 없다.

경험 부족 탓인지 남아공은 3·4위전 정규시간 막판 중앙 수비에 허점을 보였고 2실점으로 대가를 치렀다. 또한, 비록 결승골은 직접 프리킥에 내줬지만 106분부터 연장 종료까지, 즉 연장 후반의 선수 배치를 보면 수비의 허점을 확인할 수 있다.

모코에나는 정규시간 끝 무렵 같은 치명적인 실수는 아녔지만, 굳이 있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들만 한 곳에 있었다. 반면 부스의 주변에는 요렌테와 구이사, 57분 교체투입된 미드필더 21-다비드 실바(발렌시아CF, 만 23세) 같은 쟁쟁한 에스파냐 선수들이 포진했다. 직접 프리킥이 아니더라도 실점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4. 체력 우위와 기술적인 선전

그러나 남아공이 허점과 실수투성이였다면 세계 1위 에스파냐를 상대로 연장 접전을 펼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남아공의 선수단 이동거리 합계는 139,542미터로 에스파냐 134,738미터의 104%였다. 1인당 이동거리 역시 9,967미터로 에스파냐 9,624미터의 104% 수준. 이동거리 11,000미터 이상은 남아공과 에스파냐 모두 각 7인으로 같았다.

이날 남아공의 패스성공은 404회로 에스파냐 636회의 64%에 그쳤다. 시도는 568회로 에스파냐 793회의 72% 수준이었다. 그러나 정확도는 71%로 에스파냐의 80%와는 격차가 있었으나 선전했다. 유럽에서 기술완성도가 가장 높다는 에스파냐를 상대로 짧은 패스 정확도 81%(123/152)를 기록, 에스파냐의 80%(148/184)를 앞선 것은 고무적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6-맥베스 시바야(루빈 카잔, 만 31세), 수비형/중앙 미드필더 13-카기소 딕가코이(골든 애로스, 만 24세)는 공간이 적은 중원에서 뛰면서도 패스정확도가 80%를 넘었다. 시바야는 2003년부터 러시아 1부리그에서 활약하며 작년 소속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으며 2002년 월드컵 본선에도 출전했다. 딕가코이는 작년 아프리카선수권 본선 23인 명단에 들었다.

이번 대회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체력과 기술 수준을 유지, 발전하고 수비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면 내년 월드컵에서 개최국의 이점을 누리는 남아공의 호성적은 희망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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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 2009 대륙간컵 공식홈페이지]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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