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수아비 제작진
(엑스포츠뉴스 명희숙 기자) '허수아비'는 기존 드라마의 문법을 따르지 않으며, 낯선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제작진의 철저한 계산이었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잊혀진 사건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박준우 감독과 이지현 작가는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만나 호평 속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박준우 감독은 전작 '모범택시'에서 범죄자들을 향한 단죄와 통쾌한 사이다를 안겼던 것과 달리 '허수아비'에서는 다소 답답한 전개로 일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는 "스튜디오 지니부터 채널까지 제발 사이다 전개를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저와 작가님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며 "현실에서 피해를 보신 분들이 적지 않다. 현실에서 사이다 응징이 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고, 다행히 방송사도 그걸 충분히 받아주셨다"고 했다.
이지현 작가는 "감독님이 이런 소재로 써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을 때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며 "실화를 다루는 게 부담스러웠다. 또 경찰이 아이를 묻는 이야기까지 다루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정리가 안 되더라. 6개월 정도를 거절했던 거 같다"고 했다.
이지현 작가는 작품을 마친 뒤 오히려 감독의 제안이 고마웠다고. 그는 "그때 저를 포기하지 않고 작가로 참여하게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마음을 전했다.
'허수아비'는 극 중반에 진범 정문성을 공개해 빠르게 범인 찾기를 마쳤다. 기존 드라마들이 범인 찾기에 무게를 두는 것과 달리 '허수아비'는 범인 공개 이후 새로운 사건을 전개해 나갔다.
이지현 작가는 "제목이 '허수아비'인데 허수아비가 의미하는 여러 가지가 작품에 있었다. 범인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허수아비인 척하는 범인의 이야기가 있었고, 이후에는 다른 허수아비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시대에 범인을 잡지 못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권력이 허수아비일 수도 있고, 범인을 끝까지 잡지 못한 강태주가 허수아비일 수도 있다"며 "상사의 말을 그대로 따라간 어린 경찰이 허수아비일 수도 있다. 그래서 빠르게 범인을 공개하고 후반부는 다른 허수아비가 극을 이끌어가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이지현 작가는 "태주라는 인물을 통해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누구나 옳은 선택을 하는 건 힘들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자기가 한 잘못이나 올바르지 않은 선택을 쭉 이어간다면 허수아비로 남는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며 "그 시대에 더 이상 허수아비로 남지 않고 인간으로서 해야 할 선택을 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밝혔다.
박준우 감독 역시 "실제 사건에서 태주처럼 반성한 수사진은 없다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이춘재가 자백을 하지 않았다면 추가 사건 역시 밝혀지기 힘들었을 거다. 진범이 진술을 해 바로잡혔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씁쓸해했다.
이와 아울러 박준우 감독은 준비 중인 작품에 대해 일부 스포일러를 했다.
그는 "작가님에게 제안을 드린 작품이 있다. 사실 또 고사하시더라"며 "범죄 사건이나 실화 모티브로 가까운 한국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3부작으로 제안을 드렸는데 작가님이 꼭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 스튜디오 지니
명희숙 기자 aud666@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