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챔피언결정전 3연패. 우승확률 0%.
'미라클 런'을 이어가던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가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3패를 당했다. 위기의 순간, 캡틴의 독려 속에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소노는 지난 10일 열린 부산 KCC 이지스와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1승 3패를 기록 중이다. 남은 3경기에서 1패만 해도 창단 첫 우승의 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정규리그 후반 10연승을 거두며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소노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골랐다는 의혹이 나온 서울 SK 나이츠를 3전 전승으로 눌렀다. 여기에 정규리그 우승팀 창원 LG 세이커스마저 3전 전승으로 누르며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소노는 2020-2021시즌 안양 KGC인삼공사(현 정관장)만이 해낸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 이른바 '퍼펙트 텐'에 도전했다.
하지만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소노는 그야말로 완패를 당했다. 최준용, 허웅, 허훈, 송교창, 숀 롱 등 MVP 출신들이 즐비한 KCC와 체급 차이에서 밀리며 힘을 써보지도 못했다.
이어 장소를 부산으로 옮겨 치른 3차전에서 소노는 막판 뒷심을 발휘해 종료 2초를 남기고 87-86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지막 수비에서 통한의 자유투를 허용해 88-87 재역전패를 당했다.
역대 KBL 챔피언결정전에서 0승 3패 팀이 우승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5번의 사례 중 지난해 SK만 7차전까지 갔고, 나머지 4번은 모두 4연패로 끝났다. 소노는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다.
소노 선수단 분위기는 어땠을까. 주장 정희재에게 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호텔에서 쉬는데, 우리 층에서 'XX, XX' 다 이 소리밖에 안 들렸다"고 전했다. 이어 "나도 기분도 안 좋고 사실 많이 다운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캡틴마저 가라앉을 수는 없었다. 정희재는 "주장인 나까지 그렇게 돼버리면 안 되는 것 같아 일부러 장난도 많이 치고 '야 괜찮아' 그랬다"고 밝혔다. 그의 노력 속에 소노 선수들도 분위기가 처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3차전까지 상황을 돌아본 정희재는 "사실 0-3으로 밀릴 건 아닌데 아무래도 경험도 부족하고 기세도 눌렸다"고 봤다. 하지만 1점 차로 끝난 3차전에서 희망을 봤다. 그는 "3차전 때부터 뭔가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균열이 하나 생기다 보니까 저희가 그걸 파고들었다"고 얘기했다.
팬들의 응원도 4차전을 준비하던 소노 선수들에게 힘이 됐다. 이번 부산 원정에는 소노에서 꾸린 1300명의 원정 응원단, 그리고 구단 추산 일반 팬 300~400명까지 약 1600~1700명의 팬들이 소노를 응원했다. 여기에 4차전 당일 진행된 5차전 예매도 매진 사례를 이뤘다.
정희재는 "팬들이 정말 많이 오셔가지고 응원해 주시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울컥하더라.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 모르겠지만 팬분들의 응원을 언제 이렇게 또 받아볼까라는 생각도 들고, 14년 차인데 처음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런 응원이 말도 안 되는 응원인 것 같고 우리가 수적으로 열세지만 오히려 압도를 했다는 그런 기분도 들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결국 소노는 4차전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초반부터 에너지 레벨을 올리면서 더블 스코어까지 격차를 벌렸다. 3쿼터 이후 각성한 KCC에 밀려 한때 역전을 허용했지만, 정규리그 MVP 이정현이 경기 막판 대활약하면서 결국 81-80으로 승리했다.
정희재는 "사실 KCC나 우리나 지금 다 0%다. 6위가 우승하는 것도 0% 확률이고 리버스 스윕도 0%니까 똑같다. 확률을 지금 따지고 하는 것보다는 서로서로 0%기 때문에 누가 더 한 발 더 뛰고 누가 더 하느냐에 따라서 최초를 가져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미라클이다"고 한 정희재는 "사실 이번 시즌 내내 그래서 이 미라클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희재는 2024-2025시즌 앞두고 소노로 이적했다. 올 시즌에는 루키 강지훈의 등장으로 출전 기회는 줄었지만, 선수단을 이끌면서 소노의 돌풍에 물밑에서 기여했다.
플레이오프 당시 정희재는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 이만큼 했으면 됐어' 이런 마음을 지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져도 괜찮다는 마음을 없애고 싶다. 6강에서도 우리가 무조건 열세라고 했는데 보란 듯이 뒤집지 않았나.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희재의 말처럼 소노는 만족하지 않고 치고 나가면서 기적의 드라마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KBL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