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선수를 먼저 밀어젖힌 팀이 오히려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억울한 페널티를 받아 1등을 하고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16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임종언과 김길리 등 남자부와 여자부 에이스들이 각각 1000m와 15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금메달 총 4개를 기록하고 참가국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2030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을 향한 첫 여정에서 한국 쇼트트랙의 위력을 라이벌 국가 캐나다에서 마음껏 떨치며 4년 뒤 청신호를 밝혔다.
하지만 개인전에서 따낸 금메달 4개와 별도로, 계주 3개 종목에선 동메달 하나도 거둬들이지 못하는 참패를 맛 봤다.
여자 3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에선 여자 쇼트트랙 월드클래스 최민정의 공백을 여실히 느끼며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최민정이 지금의 생각대로 4년 뒤 올림픽 불참을 고수할 경우, 그의 공백을 메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만 남자 5000m 계주의 경우,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음에도 석연 찮은 페널티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쳤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때 '오노 사건'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억울한 판정이 나왔다는 게 국내 쇼트트랙계의 판단이다.
상황은 이렇다. 한국은 16일 새벽 열린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황대헌~이정민~임종은~신동민 순서대로 뛰었다. 쇼트트랙은 2번 주자가 맨 마지막 2바퀴를 책임지게 돼 있다.
한국은 지난달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발군의 추월 실력을 과시하며 한국을 이 종목 은메달로 이끈 이정민이 2번 주자를 맡았다. 황대헌이 이정민의 엉덩이를 힘껏 밀면 이후 이정민이 다른 나라 선수들과 최종 승부를 펼치는 구상이었다.
이는 그대로 적중해 이정민은 결승선 앞둔 마지막 코너에서 앞서 가던 캐나다 선수 막심 라운을 인코스 통해 추월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이정민은 라운과 몸싸움을 방불케하는 다툼 끝에 결승선을 맨 먼저 통과했다.
하지만 비디오리뷰 끝애 나온 최종 판정은 한국의 페널티였다. 이로 인해 한국은 금메달에서 한 순간에 실격 판정으로 남자 5000m 계주 성적이 바뀌고 말았다.
아쉬운 점은 마지막 코너를 돌고 나올 때 라운이 먼저 이정민을 견제했다는 점이다. 마지막 코너를 돌아나올 때 라운이 인코스, 이정민이 아웃코스에 있었는데 이정민이 바깥쪽 레인을 유지하면서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려고 하자 라운이 오른팔을 내밀어 이정민 제어하려는 동작이 뚜렷하게 보였다.
그러자 이정민도 다 잡은 우승을 놓칠 것 같은 본능이 나온 듯 라운을 왼팔로 견제했고, 결승선 통과 시점에서 이정민은 균형을 유지해 오른쪽 스케이트날을 쭉 내밀었다. 반면 라운은 넘어지면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둘 다 우승을 위해 마지막 순간 사력을 다하면서 서로를 견제한 것이다. 쌍방 과실도 아닌 한국의 페널티가 선언된 것이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었다. 몸싸움을 먼저 한 쪽이 캐나다 선수여서다. 판정이 공식발표된 뒤 신동민은 두 손을 치켜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동작을 취했다. 이정민도 고글을 벗으면서 허탈하고 억울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김동성이 남자 1000m에서 맨 먼저 들어와 태극기 세리머니를 하다가 심판의 석연 찮은 페널티 판정으로 홈링크 아폴로 안톤 오노에게 금메달을 억울하게 넘겨준 사건이 생각나는 한 판이었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