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6-0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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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 대표팀 퇴출시켜" 국민청원→"메달보다 더 큰 교훈 얻었기를" 막말 방송…그런 김보름이 담담하게 은퇴했다

기사입력 2026.01.01 01:19 / 기사수정 2026.01.01 01:48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이렇게 큰 상처 받은 한국 스포츠 선수가 있었을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보름이 현역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그가 평창 올림픽에서 받았던 비상식적 비난이 다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보름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해 2010~2024년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며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부터 계산하면 19년에 달했던 선수 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인생의 3분의 2를 빙판 위에서 살았던 그가 이젠 새출발하게 됐다.



1993년생인 김보름은 2007년 선수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쇼트트랙으로 시작했다.

정화여고 시절인 2010년부터 롱트랙(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꿨는데 곧장 두각을 나타냈다.

김보름은 4년 뒤인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나섰다. 여자 3000m에서 13위, 여자 1500m에서 21위를 차지했고 여자 팀추월에도 출전하면서 국제대회 감각을 익혔다.

마침 홈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에서 쇼트트랙과 비슷한 종목인 매스스타트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김보름은 박지우와 함께 국가대표로 뽑혀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은 김보름에게 상상초월하는 충격을 안겨줬다.

매스스타트에 앞서 벌어진 여자 팀추월에서 자신이 동료 선수 노선영과 페이스를 맞추지 않고 고의로 멀리 따돌렸다는 '왕따 주행' 논란으로 온국민의 지탄을 받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팀추월은 3명이 한 팀을 구성해 상대팀과 대결 형식으로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레이스를 작전대로 잘 밀고 나갔으나 노선영이 뒤에 떨어져 들어오는 일이 일어났다.



'왕따 주행 논란'이 일어났고 대회 기간 중 김보름에 대한 국민적 지탄이 쏟아졌다.

여기에 한 방송사 중계진이 김보름이 잘못했다는 식의 편파 중계까지 하면서 김보름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대회 기간 중 퇴출 요구를 받기도 했다.

김보름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정신을 수습해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기적 같은 일을 해냈으나 해당 중계진은 "메달보다 더 값진 교훈을 얻었을 것입니다"라고 다시 한 번 일침을 가했다. 김보름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은메달을 따고도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태극기를 내려놓은 채 큰 절로 사과를 하고 말았다.

이후 노선영이 인터뷰에서 "김보름이 따로 훈련하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김보름이 노선영을 따돌렸다는 '왕따 주행'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김보름은 노선영이 허위 주장을 했다며 2020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2023년 5월 '노선영이 3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선고 후 기간 내에 양 측이 모두 상고하지 않아 해당 판결이 확정됐다.

김보름이 일부 승소하면서 명예를 지킨 것이었다. 



김보름은 지난해 말 은퇴를 알리면서 "어린 시절 얼음 위에 처음 발을 디뎠던 날부터 스케이트는 제 삶의 전부였다"며 "꿈을 따라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그 길 위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이라는 값진 무대와 소중한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선수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스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운동을 통해 배운 마음가짐과 자세로 새로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 길을 나아가겠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글을 맺었다.

대부분 국민에게 욕을 먹은 선수치고는 담담한 퇴장 인사였다.


<김보름 은퇴사>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시작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서며 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어린 시절 얼음 위에 처음 발을 디뎠던 날부터
스케이트는 제 삶의 전부였습니다.
어설프게 균형을 잡던 아이는 꿈을 품었고,
그 꿈을 따라 멈추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그 길 위에서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이라는
값진 무대와 소중한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여정이 늘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기쁨의 순간도 있었지만, 말로 다 담기 어려운 시간들 또한 지나왔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버거웠던 날들도 있었고,
다시 일어서야 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스케이트를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수 생활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스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제 안에 남아 있습니다.
많은 어려움과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는 조금 천천히 걸어보려 합니다.
운동을 통해 배운 마음가짐과 자세로
새로운 곳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 길을 나아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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