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안세영(삼성생명·세계 1위)과 천위페이(중국·세계 5위)가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중 혈투'를 벌이게 됐다.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붙는다.
안세영의 프랑스 오픈 준결승 상대는 '안세영의 천적'으로 불리는 천위페이로 결정됐다.
천위페이는 24일(한국시간) 프랑스 서부도시 렌 인근 세숑셰비녜의 글라즈 아레나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8강에서 세계 3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게임스코어 2-1(21-14 16-21 21-10)으로 눌렀다.
직전 대회였던 덴마크 오픈(슈퍼 750)에서 16강 충격 탈락하며 부진했던 천위페이는 이번 프랑스 오픈에선 첫 고비를 넘기며 4강에 가장 먼저 오른 선수가 됐다. 곧이어 안세영이 중국의 가오팡제(세계 14위)에 게임스코어 2-1 역전승을 챙기면서 둘은 결승 길목에서 만난다.
천위페이와 야마구치의 대결은 이번 대회 여자단식 8강 중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 아니었다. 누가 이길지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천위페이와 야마구치는 올해 프랑스에서 각별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BWF 2025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에서 결승에서 만나 금메달(야마구치)과 은메달(천위페이)을 나눠 가졌다.
당시 천위페이가 안세영을 준결승에서 게임스코어 2-0으로 완파하고 기세 좋게 결승에 올랐으나 승자는 야마구치였다.
야마구치는 준결승에서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인도네시아·세계 7위)를 꺾고 결승에 올라 천위페이를 21-9, 21-13으로 가볍게 꺾고 3년 만에 '월드 챔피언'이 됐다.
이날 경기 전까지는 상대 전적에서도 야마구치가 22승13패로 상당히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 프랑스 오픈 준결승 만큼은 천위페이의 기세가 더 나았다.
천위페이는 1게임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10-12에서 순식간에 3점을 따내며 전세를 뒤집은 뒤 그대로 내달렸다. 21-14로 넉넉하게 이겼다.
2게임은 달랐다. 야마구치가 앞서고 천위페이가 쫓아가는 입장이었는데 추격을 불허했다. 21-16으로 야마구치가 따냈다.
3게임은 초반 팽팽했던 분위기가 깨지면서 천위페이가 낙승했다. 게임 중반 12-3까지 달아난 천위페이는 큰 키를 이용한 하이클리어로 야마구치를 흔든 뒤 네트 앞 플레이까지 섞어가며 '월드 챔피언'을 물리쳤다.
천위페이는 안세영이 가장 까다롭게 생각하는 상대로 꼽힌다.
천위페이는 중국 선수들 중 유일하게 안세영과의 상대 전적에서 14승13패로 앞선다. 안세영은 왕즈이에겐 14승4패, 한웨에겐 9승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천위페이에겐 과거에 종종 졌기 때문에 아직도 상대 전적에서 뒤진다.
올해도 안세영을 가장 힘들게 한 선수가 천위페이다.
안세영은 가오팡제를 누르면서 올해 61승4패의 가공할 만한 국제대회 전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중 2패를 천위페이와의 승부에서 기록했다.
안세영은 지난 5월 싱가포르 오픈(슈퍼 750) 8강에서 천위페이에 올시즌 국제대회 첫 패배를 맛봤다. 이어 올해 가장 중요한 대회였던 지난 8월 파리 세계선수권에서도 준결승에서 만나 완패했다.
안세영이 '질식 수비'로 불리는 수비와 강력한 체력을 앞세워 랠리 등으로 상대를 지치게 한 뒤 점수를 따내는 스타일이라면 천위페이는 보다 공격적이다.
다만 올해 전적에선 안세영이 4승2패로 앞서는 것도 맞다. 두 달 만에 천위페이를 상대하는 안세영 입장에선 천위페이와 정상적인 승부를 벌인다면 여전히 이길 확률이 높다.
천위페이가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둘은 올림픽 시상대 맨 위를 한 번씩 차지했던 세계 최고수이기도 하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인도 오픈, 일본 오픈, 중국 마스터스, 덴마크 오픈에 이어 슈퍼 750 대회를 한 해 5차례 우승하는 세계 최초 역사를 쓰게 된다.
안세영은 슈퍼 1000 대회에서도 올해 전영 오픈, 말레이시아 오픈, 인도네이사 오픈에서 우승했다.
둘의 준결승은 체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천위페이는 예상대로 야마구치와 3게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안세영은 예상 외로 가오팡제에 한 게임을 내주는 등 한 시간 이상 흐르는 랠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안세영 입장에선 올해 싱가포르 오픈과 세계선수권 등 주요 대회에서 발목 잡았던 천위페이를 제대로 이겨 올해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천위페이 입장에선 세계 최강 중국 배드민턴을 위협하는 안세영을 눌러 자신은 물론 중국 대표팀 전체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어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