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동계올림픽을 불과 6개월여 앞두고 '무리수 논란' 끝에 쇼트트랙 대표팀 사령탑을 바꿨다.
이사회를 개최한 뒤 기존 지도자 두 명에 대한 보직 변경과 해임을 의결해 파장이 예상된다. 두 지도자는 빙상연맹의 언론에 대한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거취와 관련, 별도 통보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빙상연맹은 "지난 20일 제3차 이사회를 통해 감독 교체를 결정했다"며 "김선태 연맹 이사 겸 성남시청 감독을 임시 총감독으로 선임했다"고 21일 밝혔다.
김 감독은 이미 한 차례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끌고 올림픽에 참가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당시 대표팀은 남자 1500m에서 지금은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여자 1500m에서 에이스 최민정이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어 당시 쇼트트랙 총 금메달 8개 중 3개를 기록했다. 은메달 한 개와 동메달 두 개도 일궈냈다.
하지만 여자대표팀 핵심 선수였던 심석희가 코치에게 당한 폭행 피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평창 올림픽 뒤 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평창 올림픽 성적에 대해서도 홈링크 이점 등을 고려하면 빼어날 정도는 아니었다는 평가 역시 존재한다. 한국이 취약한 500m는 그렇다고 쳐도, 중거리 1000m에선 남자와 여자 모두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고 동메달 하나에 그쳐서다.
김 감독은 이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중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당시 중국대표팀은 혼성 2000m 계주, 남자 개인 1000m(런쯔웨이) 등 금메달 2개를 따내 개최국 자존심을 세웠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당시 편파 판정 이슈로 국내 팬들에게 적지 않은 비판도 받았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엔 성남시청 지도자로 돌아와 현재 여자 대표팀 '원투펀치'라고 할 수 있는 최민정, 김길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3월엔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수경 신임 회장 취임 뒤 쇼트트랙 경기 이사로 선임됐다.
빙상연맹은 김 감독을 선임하면서 지도력 및 현재 대표팀 선수들과의 호흡을 강조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 3개 획득을 이끈 사례가 있고, 현실적으로 내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후보인 최민정, 김길리(이상 여자)와 소속팀에서도 호흡하고 있어서다. 빙상연맹은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를 통해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고, 이사회는 긴급 파견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내년 2월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1992년 올림픽 쇼트트랙 정식종목 채택 이후 첫 '노 골드' 걱정을 낳고 있다. 남자부의 경우, 윌리엄 단지누와 스티븐 뒤부아를 앞세운 캐나다의 기세가 워낙 좋다. 여자부에서도 산드라 펠제부르(네덜란드), 하너 데스멋(벨기에) 등 유럽세에 고전하는 게 현실이다. 미국의 크리스 산토스-그리스월드 역시 강해서 최민정, 김길리의 금메달 획득을 쉽게 점칠 수 없다.
하지만 김 감독 선임에 앞서 기존 지도자 두 명에 대한 보직 변경 및 해임을 전격적으로 의결한 빙상연맹의 결정은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향후 법정 공방 가능성까지 우려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빙상연맹은 지난 5월 국제대회 기간 공금 처리 문제를 이유로 쇼트트랙 대표팀 지도자 두 명을 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해 각각 자격 정지 1개월과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해당 징계는 결국 인정받지 못했다.
A지도자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재심의를 신청한 끝에 지난 14일 인용 결정을 받았다. B지도자는 법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해 역시 인용 결정을 받아낸 상태다. 둘 모두 최근 지도자 자격을 회복했다.
빙상연맹은 일주일 가까이 되도록 두 지도자의 해외 전훈 중인 대표팀 복귀를 공지하기는커녕 이사회 개최 등을 통한 별도 조치 가능성을 흘린 끝에, 20일 두 지도자를 대표팀에서 사실상 내보냈다.
빙상연맹은 연맹 공정위 징계 이후인 지난달 인사위원회를 개최, 대표팀 성적 부진 및 선수단 관리 소홀 등의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교체할 움직임을 일찌감치 드러냈다.
본지가 지난 7월13일 '[단독] 올림픽 7개월 앞두고, 쇼트트랙 핵심 코칭스태프 교체하나…14일 빙상연맹 인사위 개최' 등 관련 보도들을 전하고, 빙상계에서도 명분이 없다는 쓴소리를 듣자 조치를 미뤘다. 그러다가 최근 이사회를 통해 대표팀에서 내보내는 무리수를 던졌다.
빙상연맹은 "A지도자는 선수단 관리 소홀과 지도력 부재 등으로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과를 냈고, 올림픽 대비에 미흡했다"며 "이사회는 해당 지도자가 대표팀 감독직을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보직 변경할 것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B지도자에 대해선 "공금을 부당 청구한 당사자로서, 지도자 자격과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며 "아울러 불성실한 태도와 갈등 유발 행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임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빙상계 일각에선 빙상연맹의 두 지도자에 대한 평가 내용이 편파적이라는 견해도 전한다. 특히 A지도자와 관련해선 지난 시즌 가장 큰 대회로, 8년 만에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쇼트트랙 대표팀이 홈링크 중국의 콧대를 꺾고 역대 최고 성적 올린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아시안게임에서 대표 선수들이 전력을 다하다보니 한 달 뒤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대표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표팀 몇몇 선수들은 세계선수권을 포기하고 새 시즌 대표 선발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한편, 두 지도자는 빙상연맹 징계 발표 직전 본지와 연락에서 보직 변경, 해임 결의를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했다. 언론 발표를 통해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빙상연맹의 해임 결정도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빙상연맹은 향후 스포츠공정위원회, 인사위원회 등 행정 절차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