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정성화가 뮤지컬에 이어 영화에서도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며 느낀 남다른 책임감을 털어놓았다.
정성화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뮤지컬 '영웅'의 초연부터 14년 동안 안중근을 연기해온 오리지널 캐스트 정성화는 대한제국 독립군 대장 안중근을 연기하며 무대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한다.
이날 정성화는 "뮤지컬 '영웅' 대구 공연을 마치고 어제 서울에 올라왔다"고 웃으며 "공연을 하면서 그 중에 언론시사회도 했었고, 바쁘게 지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공연도 '영웅' 개봉날 시작한다. 진정한 원소스 멀티유즈가 되는 날 같다"고 넉살을 부리며 "영광스럽고 얼떨떨하기도 하고, 제가 큰 영화의 주연을 하게 된 것이 어떻게 보면 약간 버거울 정도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윤제균 감독은 정성화가 공연하는 뮤지컬 '영웅'을 본 뒤 이를 영화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성화는 "감독님이 이 작품은 뮤지컬만 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말씀하시더라. 감독님이 하시는 말씀이니까 너무 기분 좋게 받아들였는데, 나중에 그 다음 시즌에 공연을 또 보러 오셨다. 그 때는 뮤지컬 제작자 분과도 어느 정도 교감이 되신 상태였었더라"고 떠올렸다.
"우리나라 뮤지컬 중 '영웅'도 그렇지만 '빨래'처럼 영화화가 되면 좋을 작품들이 많다고 생각해왔다"고 말을 이은 정성화는 "그렇지만 제가 영화 '영웅'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는 6~7% 정도의 희망만 품었다. 옆에서 발성 연습이나 기승전결을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어느 날 감독님이 사무실에 와보라고 하셨고, 그 때 '내가 안중근이 됐구나' 싶었다. 윤제균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뽑아서, 정말 갓 구운 빵처럼 주시더라"고 떠올렸다.
윤제균 감독은 정성화에게 캐릭터를 위해 살을 빼 줄 것을 주문했다. 정성화는 당시를 떠올리며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너를 안중근으로 여길 정도로 뺐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이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뮤지컬 영화의 주연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이것은 무조건 해내야 된다는 생각으로 굶었다. 그래서 조금 무식하게 살을 뺐다. 공연 전에는 현미밥과 닭가슴살을 조금 먹고, 야식으로 방울토마토를 먹는 식이었다. 그리고 먹은 다음에는 무조건 뛰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 때 몸무게가 86kg 정도였는데, 한 달 만에 77kg까지 빠졌다. 그런데 몸에 너무 당분이 없으니까 기력이 쇠하더라.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리프트를 타고 2층 높이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갑자기 블랙아웃이 됐다. 쓰러지기도 했다"며 "나름대로 '영웅' 속 안중근이 되기 위해 제가 했던 노력이었다"고 덧붙였다.
정성화는 "2008년에 뮤지컬 '영웅'에 캐스팅 됐을 때는 제가 뮤지컬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그러다 보니 얼떨떨한 느낌이 더 컸다. 영화에 캐스팅 됐을 때는 이전보다 나이도 조금 들고, 영화산업이라는것도 함께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보니까 좋은 마음과 함께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었다. 다 쏟아붓자는 생각이 들더라"고 얘기했다.
1994년 SBS 3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 후 배우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레 미제라블' 등을 통해 국내를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한 정성화는 뮤지컬 '영웅'에서 14년간 안중근 역을 연기해 온 오리지널 캐스트다.
영화 '영웅'을 통해서도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부터 강인한 카리스마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단단한 연기 내공으로 표현한 것은 물론, 오리지널 넘버를 현장 라이브로 완벽히 소화해내며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정성화는 "안중근 의사를 제가 대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고 멋진 일인데, 정성화라는 사람을 안중근에 투영하는 것 자체가 제게는 개인적으로 무게감이 실릴 때도 많더라. 그래서 제 인생도 그만큼은 아니지만, 열심히 살아가야되겠다는 생각도 하고 그동안 잘못한 것이 없나 하는 생각도 하곤 한다"고 속내를 전했다.
또 "두려움과 걱정이 많이 앞섰지만,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영화를 찍을 때 저 스스로에게 '후회없이 찍었나'라고 생각해본다면 단연코 후회 없이 찍었다는 것이다"라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영웅'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도 뮤지컬 영화의 시장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정성화는 "'영웅'이 그 시작이 돼서 저 역시 미약하게나마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영웅'이 곧 개봉하는데, 그런 소망에 부합될 수 있게 스코어도 잘 나온다면 참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고 쑥스럽게 미소 지었다.
정성화는 '영웅'에 한 주 앞서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을 언급하며 "'아바타2'도 저희 영화도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영웅'은 21일 개봉한다.
사진 =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