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골 넣은 뒤 골 세레머니 하는 이강진(20번))
(사진 출처 : 김인영님 뉴스클럽)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U-20)이 22일 저녁 7시에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이집트와의 수원컵(U-20) 첫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후반 28분에 온병훈의 왼쪽 코너킥을 이집트 골키퍼 모시 모하메드가 걷어냈으나, 가까이에 있던 이강진이 오른발로 강하게 결승골을 성공 시켰다.
한국이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아시아 선수권 대회(U-20)와 올해초 카타르 청소년 대회(U-21) 첫 경기에서는 좋지 못한 경기력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 수원컵 첫 경기에서 일부 주축 선수가 빠진 점을 감안하여 여러가지의 소득을 얻어 승리를 거둔 것을 감안하면, 첫 경기 치고는 잘 싸웠다. 이번 이집트전 경기 내용은, 이전 대회 첫 경기에 비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박성화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첫 경기를 무난히 소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집트전은 황규환과 박희철의 맹활약, 해외파 이강진의 합류 및 결승골, 백업 선수들의 가능성 등을 본 것이 소득 이었다. 서울 소속의 박주영, 김승용, 백지훈이 차출되지 않았지만 공격력에서 박주영의 공백을 실감했다. 전반전에는 패스 미스가 잦았고, 후반전에는 이집트에 의해 잇단 역습 공격을 허용했던 불안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첫 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잘 싸웠으며, 다음 경기인 24일 미국전에서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황규환과 박희철, 중원과 측면에서 눈부신 맹활약
공격 삼각편대에서 박주영과 김승용의 공백을 실감했지만, 중원에서는 그동안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수비형 미드필더 황규환이 백지훈의 공백을 100% 정도 메꾸는데 성공했다. 수원 소속의 황규환은 자신의 데뷔전인 20일 인천전에서,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김남일의 공백을 충분히 메꿔, 수원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인천전에 이어 이번 이집트전에서도 맹활약 펼쳐, 앞으로도 꾸준히 이러한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펼치면 박주영 등과 함께 앞으로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가는 선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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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미드필더 황규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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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대한축구협회 |
전반전에는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이 많지 않은데다, 패스시의 세밀성이 떨어져 잦은 패스 미스를 범했다. 후반전에는 이집트 선수들에 의해 역습 공격을 내주었다. 그러나 황규환은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공격과 수비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전방을 향해 날카롭고 정확한 전진 패스를 활발히 이어 주었고, 활동폭을 넓히면서 패스와 움직임을 통해 동료 선수들과 원활한 호흡을 맞추어 가면서 중앙 공격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뛰어난 순발력을 발휘하여, 주원에서 팔방미인 같은 공격력을 내뿜었다.
수비에서도 높은 위력을 발휘했다. 안정적인 위치선정을 바탕으로 이집트의 중앙 공격을 활발하게 차단했고, 경기가 안풀려 갈수록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집트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이집트의 공격을 끊는 과정에서 단 1개의 반칙도 범하지 않아, 지능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공격을 차단하면 재빨리 한국의 역습 공격으로 전개 시키는 역할까지 도맡았다. 공격형 미드필더 부영태를 제외한 3선에 포진한 미드필더들 중에서 가장 많이 공을 잡아, 활발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카타르 청소년 대회에서 부진했던 왼쪽 윙백 박희철의 맹활약은, 앞으로 세계 청소년 대회 선전을 위해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박성화 감독이 측면을 약한 곳으로 꼽을 정도로, 최성국과 이종민 등이 종횡무진하던 이전 세대들과는 대조적으로 활약도가 좋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안태은만이 좌우 윙백으로서 맹활약 펼쳤을 뿐이다. 그런데 박희철의 맹활약으로, 안태은의 제대로된 짝을 찾는데 성공했다. 약점이었던 측면이 한층 보강 되었다.
박희철은 경기에서 열심히 뛰려는 마음가짐이 좋으나, 경기 순간마다 기복이 심한것이 단점이었다. 카타르 청소년 대회 예선에서 주전으로 줄곧 출전했지만, 경기력이 좋지 않아 나중에 백승민에 의해 주전 자리를 내주었다. 이번 경기에서는 백승민이 주전 왼쪽 윙백으로 출전했지만, 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입은 수비형 미드필더 오장은의 조기 교체로 인해 박희철이 전반 33분에 투입 되었다. 박희철은 투입된지 얼마 안될 즈음에 왼쪽 측면에서 이집트 선수가 없는 틈을 타 빠르게 돌파하는 백승민에게 정확한 침투패스를 연결 시켜, 맹활약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
이집트전에서 57분 출전했지만, 전체적인 활약도에서 나무랄 게 없었다. 빠르고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한국의 왼쪽 측면 공격력을 높이는데 주력했고, 넓은 활동폭과 부지런한 몸놀림까지 발휘했다. 동료 선수를 향한 패스 연결이 비교적 정확했고, 황규환 등과 함께 미드필드진의 짜임새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돌파력은 한층 매서워졌고, 자신을 방어하는 이집트 선수들을 제치는 플레이도 펼쳤다. 공격적인 면에서 나타난 팀 플레이는 카타르 청소년 대회때에 비해 크게 향상 되었다. 특히 위치선정이 이전보다 안정적이고, 잔실수가 줄어 들었다. 적극적으로 수비 가담을 펼쳐, 한국의 왼쪽 측면 수비를 강화했다.
이집트전에서 드러난 약점들한국은 지난 카타르 청소년 대회에 이어 이번 이집트전에서도 3-4-1-2 대형을 구사했다. 박성화 감독이 4-4-2 대형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일부 주축 선수가 빠졌기 때문에 선수 활용폭이 한층 좁아지면서 3-4-1-2 대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서울 소속의 박주영, 김승용, 백지훈이 빠졌다. 황규환이 백지훈의 공백을 충분히 메꾸었고,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한 선수들의 돌파력 등에서 위력을 발휘하여 김승용 공백도 걱정 없었다. 하지만 박주영 공백을 첫 경기에서 메꾸는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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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공격수 신영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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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대한축구협회 |
박주영 공백을 제대로 메꾸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골 결정력에서 미흡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반전에 6개, 후반전에 9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그중에서 단 1개의 슈팅만 골로 이어졌다. 그것도 세트 피스 상황에서 수비수 이강진이 결승골을 넣은 것이다. 공격수 신영록이 4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운을 보지 못했고, 신영록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이 날린 슈팅들 중에 대부분은 정확도가 떨어졌다. 특히 세트 피스를 제외한 상황에서 문전에서의 골 결정력을, 공격 삼각편대를 맡는 선수들이 극대화 시키지 못한 것이 아쉬움에 남았다.
팀 공격의 마무리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공격 삼각편대에서 제대로 된 골잡이가 적어도 1명은 필요하다. 한국은 박주영 같은 뛰어난 골잡이를 보유했지만, 박주영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약점도 있다. 이번 수원컵에서는 박주영이 없기 때문에, 박주영 의존도를 줄이는 약점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맞이했다. 신영록 등과 같은 주축 선수들의 골 결정력을 한층 향상 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2선이나 3선에서 강력하고 정확한 중거리슛을 날리는 경우 역시 필요한 부분이다.
앞으로 공격 삼각편대를 맡는 선수들은, 이집트전보다 활발하게 공격을 연결해야 한다.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이근호, 투톱을 맡은 신영록과 부영태는 서로간의 스타일이 비슷하다. 세 선수는 돌파력과 개인기, 저돌저인 움직임을 앞세워 상대팀 수비진을 공략하는 스타일이다. 서로간의 스타일이 비슷하면, 스타일이 전혀 다른 선수들의 조합에 비해 공격력을 극대화 시키기 어렵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이집트 수비진을 쉽게 농락하지 못했다. 스타일이 비슷하지만, 서로간의 활발한 공격 연결을 펼치면서 적극적으로 공격을 운영했다면 팀의 공격력을 더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전반전까지 계속 이어진 패스미스도 가다 듬어야 한다. 공격시 선수들끼리의 공간을 좁히지 못하자, 짧고 정확한 스루패스가 활발하지 못했다. 롱패스는 대체적으로 부정확했고, 횡패스가 이집트 선수에게 잘못 연결되어 역습 공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후반전에 들어오면서 개선이 되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장점인 개인기를 앞세운 조직적인 팀 플레이가 이집트전에서 전체적으로 좋았다고 보기 어려웠다. 경기 초반부터 선수들끼리 유기적인 호흡을 맞추었다면, 공격력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었다.
후반전에는 이집트의 빠른 역습 공격을 제때 차단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박종진과 백승민이 역습 펼치는 이집트 선수를 놓치는 허점도 드러났다. 이는 한국의 수비 전환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경우다. 한국의 공격이 끊어지면 이집트에게 공격을 허용하게 되는데, 미드필드진의 공격 차단 준비가 미흡했다. 다행히 3백 라인이 이집트의 공격을 철저하게 차단하면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집트 같은 '선 수비 후 역습'을 앞세운 경기 운영을 펼치는 팀과 상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드필드진에서 수비 전환 속도를 빠르게 향상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