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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노트북] 황정민 "연기 변신? 변신하면 얼굴만 더 빨개져요!"

기사입력 2021.06.13 12:10 / 기사수정 2021.06.13 09:19


[낡은 노트북]에서는 그 동안 인터뷰 현장에서 만났던 배우들과의 대화 중 기사에 더 자세히 담지 못해 아쉬웠던, 하지만 기억 속에 쭉 남아있던 한 마디를 노트북 속 메모장에서 다시 꺼내 되짚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저를 대하는 사람들의 많은 얘기들이 있어요. '황정민 또 나오냐'부터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영화를 하는 배우들 중 그런 말을 듣는 사람들이 몇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기분 좋은 거죠. '내가 이 정도 자리까지 왔단 말이야? 헐!' 이런 생각이 들어요.(웃음) 연기 변신이요? 변신해봐야 제 얼굴이 빨가니까…(웃음) '변신!' 이렇게 하려고 해도 얼굴만 더 빨개져요, 하하!" (2018.08.01. '공작' 인터뷰 중)

황정민은 이견 없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이죠.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 이후 27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40편이 넘는 영화를 포함해 연극, 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히 활약해 왔습니다. 너무나 흔히 쓰이는 표현이지만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히고 있죠.

지난 2018년도 황정민에게는 역시나 바빴던 한 해였습니다. '국제시장'(2014)과 '베테랑'(2015)으로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히말라야'(2015)에 이어 2016년에는 '검사외전', '곡성', '아수라'까지 세 편의 주연작으로 관객을 만났죠. 2017년 '군함도'에 이어 2018년에는 '공작'으로 그 해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습니다.


'공작'은 황정민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공작'에서 황정민은 북으로 간 스파이, 암호명 흑금성 박석영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았죠. 황정민이 '구강 액션'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많은 대사들을 완벽히 소화하며 묵직한 감정들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했습니다.

'공작'으로 스크린에 돌아오기까지, 황정민은 영화는 물론 그 해 2월 공연했던 연극 '리차드 3세'까지 여러 활동을 이어왔죠. 그저 하던 대로 내 직업인 연기를 열심히 해 온 것뿐인데, 출연 작품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고 많은 관심을 받으며 더 많은 대중에게 회자될수록 '또 황정민이냐'는 질투 어린 시선들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어느 작품보다 조심스럽게, 또 더 진지하게 임했었던 '공작' 이야기를 한참 전하던 황정민은 '공작' 촬영이 끝난 후 1년여를 쉬었던 것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시 다잡는 데 도움이 됐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그래도 요즘엔 쉬니까요. '군함도' 개봉하고, '공작' 촬영 끝나고 나서부터 1년 넘게 쉬었잖아요. 쉬면서 정말 좋아졌어요. 조금, 그 때만 해도 힘들었는데…"라고 얘기한 황정민은 "그러니까, 일 자체보다는…"이라며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말을 이었습니다.


"저를 대하는 사람들의 많은 얘기들이 있잖아요. '황정민 또 나오냐'부터 이런저런 말이 많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영화를 하는 배우들 중에 그런 말을 듣는 사람들이 몇 없잖아요? 어떻게 보면 기분 좋은 거죠. '내가 이 정도 자리까지 왔단 말이야? 헐!' 이런 생각이 들어요. 괜찮아요, 그래서.(웃음)"

그간 선보였던 캐릭터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대중에게 매 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진심의 소통을 원하는 것은 아마 연기하는 배우 본인이겠죠. 황정민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참여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2016년 '검사외전'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 당시에도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고 전하며 "보는 사람마다의 시선이 다를 수 있기에, '연기 톤이 비슷하다' 이런 의견에 대한 생각들이 한 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에요. 저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다 보면, 또 새로운 지점과 노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라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죠. 2018년 이 때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마 황정민은 계속해서 그 답을 찾아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자리한 황정민을 가까이서 바라보면, 슈트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훤칠함에 한 번, 자꾸 집중해서 바라보게 되는 갈색 눈동자에 두 번 시선이 갑니다. 여기에 어느 정도 분위기에 조금 익숙해졌다 싶으면, 술 한 잔 하지 않았지만 마치 편하게 술 한 잔을 털어 넣은 듯한 구수한 입담까지 다양한 분위기를 마주하게 되죠. 인터뷰 중간 중간 너무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걱정됐는지, "아이고, 이거 말조심 하랬는데…"라면서 괜히 머리를 긁적이던 얼굴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너무 진지한 분위기로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 머쓱했던 황정민은 특유의 위트를 발휘해 현장의 분위기를 풀었습니다. '연기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황정민다운 답변으로 폭소를 안겼죠. "연기 변신이요? 변신해봐야 제 얼굴이 빨가니까…(웃음) '변신!' 이렇게 말하고 변신하려고 해도 얼굴만 더 빨개진다니까요!"라며 크게 웃었습니다.

특유의 붉은 빛이 도는 얼굴 탓에 웜톤, 쿨톤도 아닌 '술톤'이라는 독특한 표현으로 대중에게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황정민은 그렇게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들로도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을 갖고 있었습니다. 배우라는 직업으로 오랜 시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겠죠.


최대한 정제된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야 하는 인터뷰에서도,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 보면 스리슬쩍 한 두 번씩 튀어나오는 황정민만의 친근한 비속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들이 의아하고 밉게 느껴지기보다는오히려 이해를 쏙쏙 도울 수 있게, 친근하게 다가오죠.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영화 관계자와 취재진·배우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모였던 한 저녁 행사에서 취재진이 모인 테이블에 스윽, 직접 의자를 끌고 와 앉아 "부산에는 며칠씩 있다 가시냐"며 안부를 묻던 황정민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편안한 차림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영화제를 즐기고 있었던 황정민은 많은 취재진과 눈을 맞추고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다 비우고 나서야 쿨하게 자리를 옮겼었죠. 



황정민이 가진 엉뚱해 보이면서도 유쾌한 에너지는 지난 해 여름 개봉했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언론시사회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영화 '교섭' 촬영차 요르단에 머물던 황정민은 화상 연결로 간담회에 함께 했는데, 시작부터 "앗살라말라이쿰"이라고 반갑게 인사하며 분위기를 풀고 "많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떨리는데, 오히려 화상으로 하니 덜 긴장하게 되는 것 같다"며 시종일관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간담회의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었죠.

올해도 다행히, 황정민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개봉과 '교섭' 촬영을 마친 뒤 JTBC 드라마 '허쉬'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바삐 움직였던 황정민은 여름 개봉할 '인질'에서 '배우 황정민' 본인을 연기하며 관객과 마주하게 됐죠. 황정민이 고민했을 또 다른 얼굴의 작품 속 모습들이 관객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지켜보게 됩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각 영화·드라마 스틸컷, KBS 방송화면, NEW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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