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1:59
연예

극장家 둘러싼 '을'의 싸움, '갑'은 없다? [김경민의 정정당당]

기사입력 2015.03.03 07:52 / 기사수정 2015.03.03 08:04

김경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우리가 어떤 힘도 쓰지 못합니다. 극장은 시장 논리에 의해 영화를 선택할 뿐입니다."-모 대형 배급사 관계자 A씨.
 
"관객 여러분께는 영화를 골라볼 수 있게 한다는 현재의 멀티플렉스 시스템에서도 불구하고 먼 길을 찾아 다니면서 보게 해야 하는 불편과 수고를 끼치고 말았습니다."- '개를 훔치는 방법' 배급사 엄용훈 리틀빅픽쳐스 전 대표.
 
"상업영화 재개봉작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좋은 시간대에 편성된 것을 보고 좌절감을 느꼈다."-'조류인간' 신연식 감독.
 
"극장주들이 시사회를 보고 정합니다. 극장 체인에서는 어떤 결정도 강요하지 못합니다."-멀티플렉스 회사 관계자 B씨.
 
극장가 '갑'의 논란이 새해부터 화두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어디에도 '갑'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 극장에 많게는 10개를 넘는 스크린을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이 대중화 된 가운데, 관객들은 영화의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해에도 수 개 씩의 1000만 영화가 등장할 만큼 한국 영화 시장은 양적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특정 영화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물론 대형 극장 체인들은 저마다의 대책을 강구해 운영 중이다. CGV에서 운영 중인 예술 영화 전용관 '아트하우스'나 롯데시네마에서 운영 중인 아르떼 클래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게 업계의 반응이다. 실제로 아트하우스는 20여개 미만. 아르떼 클래식은 10개 미만의 상영관을 확보 중이다. 관객들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두말할 나위 없다.
 
'수익'을 중시해야 하는 극장에서는 당연히 '잘 팔릴' 영화를 상영해야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그 '잘 팔릴' 영화의 기준이 문제다. CJ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 '쎄시봉'이 그 대표적 사례다.
 
지난 5일 개봉한 '쎄시봉'은 전국 757개관에서 3918회가 상영됐다. 개봉 첫날 '쎄시봉'은 9만6139명의 관객을 동원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내실은 초라했다. 좌석점유율이 11.8%에 불과했던 것. 이는 총 100명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데 고작 11.8명의 관객만이 들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쎄시봉'은 극장의 지원에 힘입어 다음주 '조선명탐정2'가 개봉하기 전 까지 줄곧 높은 상영횟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개봉한 '주피터 어센딩' 등이 사라질 사이에도 '쎄시봉'은 살아 남았다.
 
앞서 언급한 영화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하나다. 자신들이 서로 '을'이라는 것이다. 갑의 논란 중심에 있는 대형 배급사나 멀티플렉스 관계자들 또한 시장 선택에 따르는 것일 뿐,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훔방' 측은 이 같은 대형 배급사와 같은 계열인 멀티플렉스의 횡포를 지적했고, 이 같은 논란이 화제가 되자 심폐소생술을 받기 시작했다. 상영관을 늘려가기 시작한 것. IPTV에 까지 상영되고 있는 '개훔방'의 역주행은 놀라울 정도였다. 사회의 '갑의 횡포'에 질린 대중의 반감을 잘 이용한 케이스가 됐다.
 
시간이 흐르자 '개훔방'은 졸지에 '갑'이 됐다. 정말 독립영화인 '조류인간'의 신연식 감독이 상업영화인 '개훔방'이 왜 자신들의 밥그릇을 가져가냐고 지적한 것.
 
그 누구도 스스로 '갑'이라 칭하지 않고 '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갑이라 불리는 대형배급사와 멀티 플렉스의 입장은 일맥상통한다. 관객이 '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을'을 주장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관객이 진정한 '갑'인 것인지를.
 
멀티플렉스가 보편화되면서 관객들은 영화의 다양성을 기대했다. 하지만 요즘 극장가는 틀어주는 것을 보는 TV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정 영화를 예매하지 않고 극장을 찾는다면 상영관만 다를 특정 영화를 다른 시간대에 고르는 한정된 선택권만 부여 받을 뿐이다.
 
그런 관객에게 '갑'임을 주장할 이들이 있을까? 요즘 영화계에는 '갑'이 없다. 저마다 '을'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누가 봐도 '갑'은 정해져 있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