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중국이 2026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을 예상 외로 3-0 완파하고 우승한 가운데 중국 매체와 탁구계는 중국인 부모, 여동생과 함께 일본으로 귀화한 하리모토 도모가즈에 대해 "스스로 무너졌다"며 반기는 표정이다.
중국 남자 탁구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OVO 아레나 웸블리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남자 단체 결승에서 일본을 매치스코어 3-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은 2001년 대회부터 12회 연속 남자 단체 우승을 일궈냈다.
중국은 이번 대회 앞두고 남자 대표팀 전력이 시원치 않아 지난 2024 파리 하계올림픽 2관왕 뒤 국제대회 은퇴를 선언하고 세계랭킹에서도 빠진 판전둥에 '특혜성' 대표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다. 판전둥을 겨냥해 지난해 중국 전국체육대회 남자 단식 우승자를 대표로 뽑는다는 조항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판전둥이 대표팀 복귀를 거부하면서 "이번엔 일본 혹은 프랑스에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휩싸였다.
실제 중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한국, 스웨덴에 연속으로 패하면서 망신을 당했다. 중국이 세계선수권 남자 단체전에서 패하기는 2000년 대회에서 스웨덴과 결승에서 진 뒤 26년 만이었는데 그 것도 2연패를 당해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프랑스를 준결승에서 매치스코어 3-1로 누른 중국은 결승에선 단 한 경기도 지지 않고 일본을 완파해 자존심을 한껏 세웠다.
중국의 승리 배경에 세계 21위 량징쿤이 상대 에이스 하리모토(3위) 누른 것이 컸다. 량징쿤은 1~2게임을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3~4게임을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5게임도 굉장한 뒤집기 드라마였다. 3-8로 뒤져 경기를 내주는가 싶었으나 하리모토의 범실이 속출하면서 8점을 내리 따내 11-8 역전승을 챙긴 것이다. 잘 싸우던 하리모토가 순식간에 자멸한 셈이었다.
중국은 이후 세계 1위 왕추친, 6위 린스둥이 각각 마쓰시마 소라(8위), 도가이 순스케(18위)를 연파하고 3-0 압승을 거뒀다.
소후와 넷이즈 등 중국 매체에선 량징쿤의 역전승을 극찬하면서 하리모토를 향한 조롱을 쏟아냈다.
하리모토는 오빠 하리모토 도모가즈(남자단식 세계랭킹 4위)와 함께 10대 때 국적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바꾼 후, 현재까지 일본 탁구 국가대표로 활약 중이다.
부모가 중국인 탁구 선수였던 하리모토 남매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 10대 때 나란히 일본으로 국적을 바꿨다. 거기에 이름도 바꿨다. 중국이름 장즈허, 장메이허였던 둘은 성인 장 다음에 본(本)을 붙이는 식으로 바꿨다.
중국인들은 외국 국적을 취득해도 중국식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하리모토 가족은 그렇지 않았다. 중국 매체들이 하리모토 가족에게 "사실상 창씨개명을 했다"고 비난하는 이유다. 최근 중국과 일본이 갈등을 빚으면서 하리모토 남매는 직격탄을 맞았다.
남매가 중국에서 국제대회 경기를 펼칠 때, 중국 팬들이 심한 야유를 쏟아내 국제탁구연맹(ITTF) 중계진이 이를 거론할 정도였다. 중국인들이 하리모토의 얼굴에 레이저를 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말 넷이즈는 "도모가즈가 청·일 전쟁 영웅들을 기리는 도고 신사를 참배했다"며 "그가 수전망조(數典忘祖·근본을 잊고 자기네 역사와 문화를 망각했다는 뜻)와 같은 짓을 했다"고 맹비난했다.
하리모토도 지지 않았다. 이번 세계선수권 앞두고 "마쓰시마가 1번 주자를 해도 좋다. 우승할 수 있는 찬스에서 내가 뭐든지 하겠다"며 '타도 중국'을 외쳤는데 실제론 스스로 무너진 꼴이 됐다.
중국은 그런 하리모토의 충격패에 박수를 치는 중이다.
넷이즈는 "하리모토는 일본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하리모토 덕에 중국이 쉽게 우승했다"고 꼬집었다.
소후는 "알고 보니 하리모토가 간첩이었다"며 "중국 탁구의 무서움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 신화통신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