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DB, 허지웅 계정
(엑스포츠뉴스 이예진 기자) 허지웅이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혹평에 소신을 밝혔다.
23일 허지웅은 자신의 개인 계정에 "종종 물어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영화 평론을 그만두었냐는 내용입니다. 대개 으쓱이고 맙니다만 언젠가 한번은 정리하고 지나가야 하겠다고 여겼습니다. 오늘이 그날인가 봅니다. 계획이란 늘 그렇지요"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최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평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스틸컷 올린 허지웅은, 이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 앞서 아리 애스터의 '유전'이라는 작품을 언급하며 여러 커뮤니티에서 저주에 가까운 혹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유전’이 여태껏 만들어진 모든 오컬트 무비 가운데 1티어, 이를테면 ‘돌아보지마라’보다 더 뛰어다나고 결정한 상황이었다. ‘유전’에 관한 당시 사람들의 저주는 거의 저에 대한 저주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 영화에 어떤 종류의 불만이 있을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믿을 수도 없었다. 영화에 대한 의견이 밥벌이가 되다 보면 이런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아주 기본적인 방향, 대중의 생각과 이 정도로 괴리되었다면 내가 그만두는 게 맞지 않은가, 생각했다"고 했다.
허지웅은 '대홍수'도 마찬가지라며 "정말 X까고 있다 생각합니다.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체감할 수 있는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는 시대입니다. 시작하자마자 관객의 도파민을 충족하지 못하는 컨텐츠는 외면당합니다. 아니 저주를 감당해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제가 이십오년 전 한달을 꼬박 황학동을 뒤지고 뒤져 도매 가게에서 결국 찾을 수 있었던 영화를 요즘에는 클릭 한두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야기의 비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애원하던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세대가 자초한 결핍에 관해 고소하다는 쪽입니다. 니들이 초래한 걸 누구한테 뭐라는 거야. 이야기의 비용을 알지 못하는 너희들은 망할 겁니다"라고 덧붙이며 소신을 전했다.
허지웅은 "저는 '대홍수'가 그렇게까지 매도되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도파민을 시기 적절한 시점에 치솟게 만들지 못하는 컨텐츠를 저주합니다. 더불어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주를 선택했다면 그에 걸맞는 최소한의 논리를 갖추어야 합니다"라며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이야기가 조목조목 싫다고 세상 구석구석 외치고 싶은 사람들이 논리를 갖추는 광경을 저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배달플랫폼에서 "우리 애기가 먹어야 하는데 내 기대와 달랐으니 너 개XX는 장사를 접어"는 식의 리뷰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허지웅은 "그들은 당신에게 밥숟가락을 놓으라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하지만 네가 고민한 시간의 천분의 일도 쓰지 않았다. 그러니까 힘 내시라. 그리고 복수심리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윤제균식 기획 영화를 만드는 데 영혼을 팔지 마시라. 당신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없을 거다. 하지만 당신이 그만두지 않고 계속한다면, 언젠가 칭찬하는 사람들이 생길 거다. 물론 그만한 행운이라면 칭찬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당신 스스로를 최후의, 최선의 관객으로 여기시라. 관객을 수준 이하로, 이상으로 여기지도 마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허지웅이 언급한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는 지난 19일 공개됐으며,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속에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SF 재난 블록버스터다. 국내 시청자들의 호불호에도 지난 22일 한국을 포함한 92개국 넷플릭스 TOP10에 이름을 올렸으며, 71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하 허지웅 글 전문.
종종 물어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영화 평론을 그만두었냐는 내용입니다. 대개 으쓱이고 맙니다만 언젠가 한번은 정리하고 지나가야 하겠다고 여겼습니다. 오늘이 그날인가 봅니다. 계획이란 늘 그렇지요.
처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건 어떤 영화 때문이었습니다. 아리 애스터의 <유전> 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유전>에 관한 이야기들을 검색해보면 호평 일색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유전>이 개연성, 핍진성 최악의 놀라운 졸작이라는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유전>은 그 커뮤니티들에서 저주에 가까운 혹평을 받았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유전>이 여태껏 만들어진 모든 오컬트 무비 가운데 1티어, 이를테면 <돌아보지마라>보다 더 뛰어나다고 결정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유전>에 관한 당시 사람들의 저주는 거의 저에 대한 저주처럼 느껴졌습니다. 상상해봅시다. 스티븐 킹의 원작 <러닝맨>을 읽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최근 개봉한 <러닝멘>보다 슈왈츠제네거가 주연을 했던 과거의 <러닝맨>이 더 나은 영화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없습니다. 깔보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아주 기본적인 층위에서, 애초에 소통이 불가능한 겁니다.
<유전> 개봉 당시 제 기분이 그랬습니다. 도대체 이 영화에 어떤 종류의 불만이 있을 수 있는지 알 수 없고 믿을 수도 없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의견이 밥벌이가 되다 보면 이런 상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방향. 대중의 생각과 이 정도로 괴리되었다면 내가 그만두는 게 맞지 않은가, 생각했습니다. 내가 가장 훌륭하다 생각하는 차가 있는데 차에 대해 아주 무관한 그룹도 아닌, 어느 정도 고관여층인 사람들이 쓰레기라고 말한다?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단지 제로백 때문에 이 차를 쓰레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는 그곳을 떠날 겁니다. 들을만한 이야기는 없이 멍청함만 남았으니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저에게 그랬습니다. 제겐 비극입니다. 저는 영화에 관한 직업적인 글쓰기를 영영 그만두었습니다.
최근 어떤 영화에 관한 의견이 극과 극을 오가고 있습니다. 정말 X까고 있다 생각합니다.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체감할 수 있는 비용이 제로에 수렴하는 시대입니다. 시작하자마자 관객의 도파민을 충족하지 못하는 컨텐츠는 외면당합니다. 아니 저주를 감당해야 합니다. 제가 이십오년 전 한달을 꼬박 황학동을 뒤지고 뒤져 도매 가게에서 결국 찾을 수 있었던 영화를 요즘에는 클릭 한두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야기의 비용에 대해 고민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애원하던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세대가 자초한 결핍에 관해 고소하다는 쪽입니다. 니들이 초래한 걸 누구한테 뭐라는 거야. 이야기의 비용을 알지 못하는 너희들은 망할 겁니다.
저는 <대홍수>가 그렇게까지 매도되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도파민을 시기 적절한 시점에 치솟게 만들지 못하는 컨텐츠를 저주합니다. 더불어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저주를 선택했다면 그에 걸맞는 최소한의 논리를 갖추어야 합니다.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워 이야기가 조목조목 싫다고 세상 구석구석 외치고 싶은 사람들이 논리를 갖추는 광경을 저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배달플랫폼에서 "우리 애기가 먹어야 하는데 내 기대와 달랐으니 너 개XX는 장사를 접어"는 식의 리뷰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당신에게 밥숫갈을 놓으라 고래고래 소리 지릅니다. 하지만 니가 고민한 시간의 천분의 일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힘을 내세요. 그리고 복수심리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윤제균식 기획 영화를 만드는 데 영혼을 팔지 마세요. 당신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만두지 않고 계속한다면, 언젠가 칭찬하는 사람들이 생길 겁니다. 물론 그만한 행운이라면 칭찬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겠지요. 당신 스스로를 최후의, 최선의 관객으로 여기세요. 관객을 수준 이하로, 이상으로 여기지도 마시길 바랍니다.
사진=허지웅 계정
이예진 기자 leeyj012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