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 김근한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 정우주가 19살 신인답지 않은 투구로 도쿄돔 한일전 데뷔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정우주는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네이버 K-베이스볼 시리즈(K-BASEBALL SERIES NAVER)' 한일전 2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53구 무피안타 4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 신민재(2루수)~안현민(우익수)~송성문(3루수)~한동희(1루수)~문보경(지명타자)~문현빈(좌익수)~김주원(유격수)~최재훈(포수)~박해민(중견수)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앞세웠다.
이에 맞선 일본은 무라바야시 이쓰키(유격수~ 노무라 이사미(3루수)~모리시타 쇼타(중견수)~마키 슈고(지명타자)~니시카와 미쇼(좌익수)~기시다 유키노리(포수)~사사키 다이(1루수)~이시카미 다이키(2루수)~이소바타 료타(우익수)로 이어지는 선발 타순을 구성했다. 일본 선발 투수는 좌완 가네마루 유메토였다.
정우주는 1회초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 무라바야시를 포수 파울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정우주는 후속타자 노무라와 모리시타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첫 삼자범퇴 이닝을 이끌었다.
정우주는 2회초 곧바로 위기를 맞이했다. 정우주는 2회초 선두타자 마키에게 볼넷으로 첫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후속타자 니시카와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지만, 본인이 2루 송구 실책을 범하면서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정우주는 후속타자 희생 번트로 이어진 1사 2, 3루 위기에서 사사키를 2루수 직선타로 유도해 한숨을 돌렸다. 이어 이시가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을 막았다.
정우주는 3회초 마운드에 올라 쾌투를 이어갔다. 정우주는 3회초 선두타자 이소바타와 9구 승부 끝에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정우주는 다시 상위 타선과 상대해 무라바야시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은 뒤 노무라를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또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정우주는 3-0으로 앞선 4회초 수비를 앞두고 오원석으로 교체됐다. 하지만, 한국은 4회초 구원 투수들의 연이은 제구 난조로 3-3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은 4회말 다시 신민재의 1타점 적시타로 앞서나갔지만, 5회초 밀어내기 볼넷을 포함한 3실점으로 다시 리드를 내줬다.
한국은 5-7로 뒤진 8회말 안현민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 차까지 추격했다. 이어 9회말 2사 뒤 김주원의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7-7 무승부를 이끌었다.
한국 마운드 위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은 펼친 선수는 단연 정우주였다. 정우주는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정말 잊지 못할 하루였다. 한 해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올 한 해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감격했다.
도쿄돔 한일전 데뷔전 3이닝 무실점 호투에 대해 정우주는 "오늘 컨디션이 꽤 좋았지만, 체력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그런 부분을 잘 보완해야 한다"고 냉정히 돌아봤다.
특히 2회초 본인의 송구 실책으로 자초한 위기에서 실점을 막아낸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정우주는 "속구 그립으로 잘 잡았는데 손끝에서 공이 말려 패대기 실책으로 이어졌다. 내가 만든 위기니까 꼭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고갤 끄덕였다.
정우주는 이날 일본 대표팀 타자들과의 첫 실전 맞대결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정우주는 "다 처음 보는 타자들이라 압박감보다는 책임감이 컸다. 삼진을 잘 안 당하는 일본 타자들이라 공격적으로 던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우주는 소속팀 선배 포수 최재훈과의 배터리 호흡에 대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어떤 공을 좋아하고 잘 던지는지 다 아시니까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도쿄돔 4만여 관중 앞에서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일본 팬들의 응원 소리가 엄청났지만, 우리 한국 응원단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 다 기죽지 않고 잘 싸운 느낌"이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국제대회 경험을 통해 느낀 점도 털어놨다. 정우주는 "일본 투수들이 쉬운 폼에서 빠른 공을 던지는 게 인상 깊었다. 배울 점이 많았고 특히 다카하시 선수는 직접 보니 더 대단했다"며 "ABS 존이 아니라서 초반엔 낮게 설정해 던지려고 했고, 심판의 존을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나는 존을 구석구석 찌르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더 공격적으로 승부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우주는 "자신감은 늘 있었지만, 오늘을 통해 내 구위가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내년 WBC 대표팀에 승선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폐 끼치지 않도록 남은 시간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도쿄, 김근한 기자·연합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