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목동, 김환 기자)
"우리가 힘들 때 항상 믿고 쓴 우리의 '히든 카드'입니다."
6월, 7월, 8월에 한 번씩 교체 출전한 게 전부였던 선수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점에 의문을 가진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수원 삼성의 사령탑 변성환 감독의 대답이었다.
지난 13일 서울 이랜드 FC와의 경기에서 꺼낸 수원의 선발 명단은 평소와 달랐다. 3선에는 베테랑 이규성과 최영준 대신 홍원진과 이민혁이 배치됐고, 레프트백으로는 장석환이 나섰다. 이 중 장석환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하는 선수였다.
장석환은 이랜드전에 선발 출전하기 전까지 지난 6월 홈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16라운드에 교체 출전한 것과 7월 전남 드래곤즈전과 8월 화성FC전에서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게 전부였다.
심지어 수원의 교체 명단에는 전문 수비수가 없었다.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전술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으로 비춰졌지만, 변수가 터지지 않는 이상 장석환을 비롯한 수비진이 풀타임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장석환의 경기 감각이나 체력에 대한 우려가 생길 만한 상황.
하지만 장석환을 향한 변성환 감독의 신뢰는 두터웠다. 그는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장)석환이는 우리가 힘들 때 항상 믿고 쓴 우리의 '히든 카드'"라며 "작년에 우리가 11경기 무패를 달릴 때에도 석환이가 힘들 때 들어와서 1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10대 때부터 내가 많이 데리고 썼던 선수라 믿고 쓸 수 있는 카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대일 수비 능력이나 속도가 좋다. 우리 팀에서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바로 석환이다. 이랜드는 언제나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을 앞세워 선 굵은 축구, 직선적인 축구를 하는 팀이라 기술적으로 대응했던 전과 달리 오늘은 힘대 힘으로 대응하려고 멤버를 바꿨다"며 장석환을 선발 기용한 이유를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변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날 수원이 이랜드를 꺾기 위해 백3와 백4를 오가는 변칙적인 전술을 운용한 가운데, 장석환은 상황에 따라 레프트백과 백3의 왼쪽 센터백을 오가며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바탕으로 수원의 무실점 승리에 기여했다.
수원의 무실점 승리는 지난달 충북청주FC전 이후 꼭 한 달 만이었고, 수원이 리그에서 이랜드를 상대로 승리한 것은 이 경기가 처음이었다. 4경기째 승리가 없었던 수원이 무승을 끊어낸, 숙적 이랜드와의 경기의 중심에 장석환의 활약이 있었던 것이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장석환은 "오늘 경기는 많이 힘들었다. 초반에 득점이 나왔지만, 수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서 전체적으로 힘든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한 장석환은 "내가 선발로 나가는 걸 알고 나서부터는 '나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클린시트 승리는 나 스스로, 그리고 팀으로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또 "팀 분위기도 그렇고, 모두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일대일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나 말고도 모든 선수들이 그런 모습이어서 이긴 것 같다. 내가 잘했다고 이기는 건 아니"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변 감독이 '히든 카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하자 어색한 미소를 지은 장석환은 "내 장점은 수비적인 부분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신다. 내가 훈련이나 연습 경기에서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준 것 같다. 일대일 상황이나 악착같이 수비하는 모습을 좋게 평가해 주시지 않았나 싶다"라고 웃었다.
장석환에게 이랜드전은 그동안 흘린 땀을 보상받은 경기였다.
그는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스스로도 멘털을 붙잡지 못했다. 그래도 수원에서 꼭 뛰고 싶었기 때문에 경기에 출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뒤에서 정말 많이 준비했다"며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많이 노력해서 오늘 경기에서 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것도 고민했지만, 정말 수원에서 뛰고 싶었다. 팬들 앞에서 뛸 때 그 느낌을 한번 떠올리고 싶었고, 감독님과도 좋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겨서 뛰고 싶은 생각이 컸다. 그 생각으로 이겨냈다"고 덧붙였다.
장석환은 이랜드전을 발판으로 주전 경쟁에 뛰어들려고 한다. 센터백 포지션에는 황석호, 권완규, 레오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고, 레프트백으로는 수원의 터줏대감인 이기제가 있지만, 장석환은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부딪히겠다는 생각이다.
장석환은 "형들보다는 볼을 차는 능력이나 센스가 떨어지기 때문에 나도 성장하려면 경기를 풀어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격과 수비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황)석호 형은 내가 보지 못하는 걸 보신다. 어떻게 그런 걸 미리 보는지 많이 배우고 있다. 아직 (이)기제 형을 이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기제 형이 잘 하지 못하는 부분들은 내가 잘할 수 있을테니, 내가 잘하는 걸 잘해야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목동, 김환 기자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