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독일 매체 빌트가 또 빌트했다.
오현규의 슈투트가르트 이적 무산 사태를 다루면서 피해자인 선수와 소속팀 KRC 헹크를 조롱하고 슈투트가르트를 감싸는 듯한 보도로 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빌트는 12일(한국시간) "과연 슈투트가르트가 이 농담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며 "헹크 스트라이커 오현규의 이적은 마감일에 무산됐고, 이제 벨기에 클럽은 슈투트가르트를 조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현규가 8년 전 입었던 부상을 핑계로 이적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슈투트가르트의 행태는 재정적 안정성을 위한 합리적 결정이라 옹호하고, 이에 항의하는 헹크 측의 행동은 조롱이라 폄하했다.
명백한 계약 파기 정황에도 불구하고 자국 리그 구단을 비호하려는 독일 언론의 빗나간 시각이자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이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이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던 매체가 빌트였고, 최근 한국 국가대표로 데뷔한 옌스 카스트로프를 향해서도 폭언을 퍼부었던 터라 한국 선수에 대한 악감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비판도 충분히 나올 만하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슈투트가르트의 비상식적인 계약 파기에서 시작됐다.
양 구단은 이적료 합의를 마쳤고, 오현규는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독일로 향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는 돌연 오현규가 고등학생 때 당했던 십자인대 부상 이력을 문제 삼아 이적을 취소했다.
1년 전 헹크 입단 시 문제없이 통과했던 메디컬 테스트였기에,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의 입장은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던 건 맞지만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며, 그에 따른 부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기존에 제안했던 이적료 2800만 유로(약 455억원)를 2000만 유로(약 326억원)까지 낮춰달라고 제안했다.
벨기에 매체 HBVL은 슈투트가르트가 협상 막판 합의된 이적료를 깎기 위해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 영입을 추진하는 등 비신사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요구가 거절당하자 8년 전 부상 이력을 핑계로 이적 자체를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두 구단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대로 이적시장 마감일이 지나면서 오현규의 슈투트가르트 이적은 최종 불발됐다.
디미트리 드 콩테 헹크 단장 역시 "지난 10년간 이런 일은 없었다. 프로답지 못한 협상"이라며 슈투트가르트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그러나 빌트는 독일 언론 답게 슈투트가르트의 편을 들었다. 슈투트가르트의 행동을 '장기적 리스크를 고려한 합리적 선택'이라고 포장하며 옹호했다.
심지어 오현규가 A매치 득점 후 자신의 무릎에 문제가 없음을 알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소속팀 헹크가 이를 "오현규 1-0 메디컬 테스트"라는 재치있는 문구로 SNS에 올린 것에 대해 "슈투트가르트를 조롱하는 행위"라며 오히려 피해자 측을 비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빌트는 "슈투트가르트는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였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싶어하지 ㅇ낳았다. 오현규가 지금은 건강하지만 슈투트가르트는 장기적 리스크를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를 포기했으나 앞으로 그의 커리어를 계속 면밀하게 지켜볼 것"이라며 "오현규가 유럽에서 계속 증명한다면 이번 협상 결렬은 계속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슈투트가르트가 향후 오현규를 다시 영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의 만행이 분노한 헹크가 협상 테이블에 응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현규도 최근 A매치를 통해 이미 그라운드 위에서의 실력으로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문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슈투트가르트보다 더 상위 클럽으로 이적할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크다
사진=연합뉴스,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