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앞둔 해리 케인을 둘러싼 때아닌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뮌헨 측 기자와 토트넘 측 기자의 말이 달라진 가운데 각 언론사들의 보도마저 엇갈려 대혼란을 야기했다.
올 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군 케인은 마침내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 입단을 목전에 뒀다. 스카이스포츠 독일 소속 기자이자 뮌헨 소식을 담당하는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는 12일(한국시간) "케인이 1차 메디컬 테스트를 끝냈다. 케인은 9번 유니폼을 입게 된다"며 이적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독일 빌트는 "케인이 뮌헨 시내 바름헤이치거 병원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오피셜만 남겨둔 상태라고 전했다. 케인은 메디컬테스트를 마친 뒤 세베네르 슈트라세에 있는 바이에른 뮌헨 본사로 향했다. 본사 앞엔 뮌헨 팬 200여명이 나와 유럽 정상 탈환의 마지막 퍼즐을 기다리고 환영했다.
뮌헨은 무려 4번의 제안 끝에 토트넘을 설득했다.
1차 제안으로 7000만 유로(약 990억원)를 제시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한 뮌헨은 옵션이 추가된 8000만 유로(약 1145억원)로 상향된 2차 제안을 건넸지만 이마저도 토트넘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후 3차 제안을 위해서는 직접 런던까지 향했다. 다만 협상은 곧바로 합의까지 이뤄지지 못했고, 두 팀 간의 격차만 확인했다.
뮌헨이 1억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포함한 세 번째 제안을 건넸지만, 토트넘은 그 제안마저 거절하며 협상이 틀어지는 듯 보였다. 다만 뮌헨은 포기하지 않았다. 독일 매체 '벨트'는 "뮌헨은 여전히 케인 이적 협상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소식에 따르면 뮌헨 수뇌부와 토트넘 경영진은 화요일 저녁부터 새로운 협상을 시작했다. 그들의 회의는 새벽까지 이어졌다"라며 뮌헨의 끊임없는 노력을 보도했다.
결국 토트넘은 케인이 재계약을 거절한 상황에서 무조건 그를 유지하는 결정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뮌헨이 네 번째로 건넨 제안을 수용했다. 보도에 따르면 뮌헨의 네 번째 제안은 무려 1억 파운드(약 1677억원)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트에 따르면 1억 유로의 기본 이적료에 2000만 유로의 성과 이적료가 포함됐다.
스카이스포츠 소속 기자 리얄 토마스에 따르면 이적료는 총 1억2000만 파운드(약 2029억원))로, 8600만 파운드(약 1455억원)가 선지급되며, 1400만 파운드(약 236억원)가 추후 지급된다. 그리고 시즌 성과에 따라 2000만 파운드(약 338억원)가 보너스 형태로 지급될 예정이다.
앞서 케인이 뮌헨으로 향하기 전, 케인의 비행기 탑승 여부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뮌헨 측, 토트넘 측 기자의 말이 달랐고, 각 언론사들도 다른 소식을 내보내면서 팬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플레텐베르크는 11일 개인 SNS를 통해 "케인은 런던 공항으로 향하는 중이다. 뮌헨행 비행기 탑승은 이미 '그린라이트'"라면서 "뮌헨은 케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다 갑자기 "하지만 현재 토트넘이 케인의 비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케인은 뮌헨으로 가는 걸 허락 받을 때까지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면서 토트넘이 급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다고 덧붙였다.
스카이스포츠 소속 기자 카베 솔헤콜 또한 "공항으로 향하던 케인은 비행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현재 공항 근처에 있는 집에서 허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토트넘은 협상 막판 거래 조건을 변경하고자 하고 있다"며 토트넘이 뮌헨으로부터 뭔가를 더 얻어내기 위해 태도가 돌변했다고 전했다.
유럽 축구 전문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 역시 "토트넘이 작은 조건들을 변경할 수 있는지 요청했다. 케인은 토트넘의 허락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다니엘 레비 회장은 미국에 있고, 다른 시간대에 있다"고 거들었다.
독일 TZ 소속 기자 마누엘 봉케는 "케인의 비행기가 지연된 이유는 레비 회장 때문이다. 레비는 갑자기 보너스 지급액과 유형에 대해 재협상하기를 원했다"며 토트넘이 뮌헨과 이미 합의 완료한 거래 조건을 변경하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에 많은 팬들이 분노했다. 토트넘 경영을 책임지는 레비 회장이 토트넘 스타 선수의 이적에서 이런 변덕스러운 태도를 보이거나, 까탈스러운 면모를 보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지난 2008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영입하기 위해 레비 회장과 협상한 이후 "엉덩이 수술보다 고통스럽다"라며 혀를 내둘렀으며, 토트넘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향한 루카 모드리치는 "레비 회장은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합의에 도달할 때마다 그는 자꾸 또 다른 것을 요구했다"라며 레비의 악명을 알리기도 했다.
이런 전적 때문에 케인의 뮌헨행이 지연된 게 레비 회장 때문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레비가 레비했네"라는 등 답답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토트넘이나 레비 회장이 재협상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반대 보도도 잇따랐다. 솔헤콜과 달리 스카이스포츠 공식 SNS는 "토트넘은 케인이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뮌헨으로 가는 걸 허락했다. 뮌헨과의 협상은 그대로이며 아무것도 변경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의 사이먼 스톤은 "케인은 토트넘으로부터 독일행을 허가 받았다는 걸 강조한다"고 반박한 뒤, 약 6시간 후 "케인은 뮌헨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기 위해 독일에 도착했다"고 케인이 뮌헨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알렸다.
스페인 렐레보 소속 마테오 모레토 또한 "케인은 뮌헨행 비행 허가를 받았다"며 문제가 없없다고 거들었으며 풋볼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 알레스데어 골드는 "토트넘은 케인이 독일로 떠나는 걸 허락했다고 주장했다"면서 뮌헨에 거래 조건 변경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스카이스포츠가 정리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오전 7시 뮌헨이 아직 케인의 비행을 원하지 않았고, 케인은 뮌헨의 확실한 의사를 받기 위해 공항 근처 집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40분에는 상황이 긍정적으로 흘러갔고, 오후 12시 뮌헨이 'OK' 사인을 보낼 때까지 여전히 집에 마무르고 있었다. 오후 2시 50분 뮌헨으로부터 모든 게 정리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후 공항으로 향했으나 교통 체증으로 비행 시간이 지연됐으며, 2시간 뒤 비행기에 탑승해 오후 6시 10분 뮌헨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인이 예정돼 있던 비행 시간보다 늦게 출발한 것은 맞지만 그 이유가 레비 회장의 재협상 요구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진실공방을 뒤로 하고 케인은 결과적으로 뮌헨 유니폼을 입게 됐다.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케인은 우리의 최우선 순위다. 잉글랜드 주장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빼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여전히 거래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으며,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내가 이곳에 처음 온 날 케인과 대화를 나눴고, 케인은 솔직하고 정직하게 속마음을 얘기했다"면서 케인이 뮌헨으로 떠난다고 인정했다.
뮌헨은 13일 오전 3시 45분 홈 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RB 라이프치히와 DFL-슈퍼컵을 치른다. 아직 오피셜이 나오지 않은 케인이 이 경기에 나서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케인의 뮌헨 데뷔전은 오는 19일 베르더 브레멘 원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EPA, AP, DPA/연합뉴스, SNS, 스카이스포츠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