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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 '영원한 우승후보' 네덜란드의 두 가지 기억

기사입력 2008.06.21 14:04 / 기사수정 2008.06.21 14:04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죽음의 C조'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루마니아를 상대로 3승 무패, 9득점 1실점이란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8강에 진출한 네덜란드. 

이들은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대회 최강의 팀으로까지 평가받고 있으며 지금의 기세라면 ‘오렌지 군단’이 20년 만에 유럽 챔피언의 자리를 되찾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사실 네덜란드는 대회 때마다 매번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강팀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월드컵 준우승 2회, 유로 대회 우승 1회 등 기대에 못 미쳤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호언장담하는 네덜란드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 맘 때의 두 가지의 추억(혹은 악몽)을 떠오르게 한다.

1988년 6월 - 추억 

유로 본선 무대에 16팀이 참가한 것은 유로 96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본선에 8팀이 올라 2개 조로 조별리그를 거쳐 각 조 2팀씩 4강에 오르는 방식이었다. 유로 88에서 네덜란드는 소련, 잉글랜드, 아일랜드와 함께 2조에 속해 있었다.

네덜란드는 AC밀란의 '오렌지 삼총사'라 불리던 루드 굴리트-마르코 반 바스텐-프랑크 레이카르트를 앞세웠지만 소련과의 첫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4강 진출을 향한 행보에 암운이 드리운다. 그러나 반 바스텐의 해트트릭으로 브라이언 롭슨이 이끄는 잉글랜드를 3-1로 대파하며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데 성공했다.
 
마지막 3차전, 반대편 경기장에서 소련이 잉글랜드에 3-1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네덜란드는 아일랜드에 경기종료 8분 전까지 0-0으로 비기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아일랜드가 조 2위로 4강에 진출하는 상황. 이때 빔 키예프트가 극적인 결승골을 성공시켰고 네덜란드는 아일랜드를 제치고 4강에 오르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진출하면서 기세를 탄 네덜란드는 마테우스가 이끌던 ‘당대 최강’ 서독을 32년 만에 꺾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그들에게 대회 유일한 1패를 안긴 소련. 그러나 네덜란드는 굴리트의 헤딩 선제골과 반 바스텐의 환상적인 발리킥 골으로 2-0 승리를 거두며 네덜란드 역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감격을 맛봤다.

현재 네덜란드의 감독이기도 한 반 바스텐은 조별리그 잉글랜드전, 4강, 결승 등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으며 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특히 서독과의 준결승에서는 종료 2분 전 결승골을 작렬시키며 팀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가 전설적인 스트라이커로 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처럼 중요한 순간에 팀을 구해내는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첫 경기의 부진을 딛고 마지막에 최후의 승자가 된 네덜란드의 모습은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던 성경의 구절과도 같았다.


2000년 6월 - 악몽

이번 대회 C조가 '죽음의 조'라 불리며 화제를 모았지만 유로 2000 당시 네덜란드가 속했던 D조도 이에 못지않았다.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 유로 96 준우승팀 체코, 유로 92 우승팀 덴마크와 한 조가 된 네덜란드는, 그러나 체코를 1-0, 덴마크를 3-0으로 완파한 데 이어 프랑스까지 3-2로 이기는 작은 이변을 연출하며 8강에 진출했다.

당시 네덜란드는 데니스 베르캄프 - 파트릭 클루이베르트- 마르크 오베르마스의 막강한 스리톱과 에드가 다비즈- 필립 코쿠- 클라렌스 세도로프의 허리 라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야프 스탐과 프랑크 드 보어이 이끄는 수비진과 (젊은!) 에드윈 반 데르 사르가 지키는 골문 등 당시 세계 최강이라 불리던 프랑스에 결코 밀리지 않는 전력을 자랑하며 네덜란드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대회 개최국이란 이점도 가지고 있었다.

8강에서 유고슬라비아를 무려 6-1로 대파하며 네덜란드는 그들의 목표가 오직 우승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에서도 네덜란드는 잔루카 잠브로타(이탈리아)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고, 두 번의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결승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데 보어와 클루이베르트가 페널티킥을 모두 실축하면서 경기는 무승부로 끝이 났다. 결국, 이어진 승부차기에서도 무려 3번이나 골을 넣지 못하며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대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며 또 한 번의 유럽무대 정상을 노리던 네덜란드의 꿈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2008년 8월 - ?

지금 현재 네덜란드의 파죽지세는 유로 2000 때의 모습과 흡사하다. 하지만, 그때도 네덜란드는 대회 초반의 좋은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중요한 순간에 무너지며 우승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는 지난 2006 월드컵과 98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유로 2008의 결과는 8년 전과 같을까? 아니면 88년 그 때와 시작은 다르지만 같은 역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네덜란드의 '오렌지빛 물결'이 2008년 6월을 적실 수 있을지 지켜보자. 

[사진= 유로 1988 당시 네덜란드 스트라이커 마르코 반 바스텐 (C) 유로 2008 공식홈페이지]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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