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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 '무관의 골잡이' 반니, 첫 우승 향한 '마지막 도전'

기사입력 2008.06.06 12:07 / 기사수정 2008.06.06 12:07

장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준영 기자] 유로 대회는 매번 특급 선수들의 경연장이었다. 전통의 강호 네덜란드 또한 숱한 특급 선수들을 배출했고,  늘 유럽대회의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유로 88  우승 외에 네덜란드는 월드컵과 유로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한 적이 없다. 유로 88 우승 당시에는 반 바스텐-레이카르트-굴리트로 이어지는 ‘오렌지 3총사’가 활약했다. 이후 클루이베르트, 베르캄프 등 유럽을 호령한 공격수들과 다비즈, 코쿠 등 특급 미드필더들이 즐비했지만 유럽 정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 이러한 역사를 뒤로하고 다시금 유로 2008을 준비하는 골잡이가 있다. ‘승리를 부르는 저격수’ 반 니스텔루이다.

사실 모든 90년대 유럽을 호령했던 네덜란드 선수들 모두가 국가대항전 타이틀이 없다. 그 많은 선수 중 반 니스텔루이가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유럽 최고의 골잡이라는 평가 속에서도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골키퍼 반 데 사르는 07/08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나, 반 니스텔루이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네덜란드(PSV)-잉글랜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스페인(레알 마드리드)에서 득점왕에 올랐고, 그때마다 소속팀이 리그 우승을 했지만 정작 챔피언스리그 우승만은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반 니스텔루이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했던 것도 아니다. 역대 챔피언스리그 최다 득점 2위에 올라있을 만큼 무서운 득점력을 보여줬다. 1위 라울보다 50경기 이상을 덜 뛰고도 득점 차이는 한 자리 수다. 뒤를 돌아보면 최다 득점 3위 세브첸코와 4위 앙리가 있지만 이들보다도 30경기가량을 덜 뛰었다. 얼마 전 유럽 축구 선수를 대상으로 최고의 골잡이가 누구냐는 질문에 첫 손에 꼽힌 이도 바로 반 니스텔루이다.

반 바스텐 감독과의 마찰과 대표팀 재입성

반 니스텔루이는 2006 월드컵 직후 반 바스텐 감독과 불화를 겪으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그것이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했지만, 반 바스텐 감독은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팀에 남아 있던 노장들을 정리해 세대교체를 단행하고자 했다. 더욱이 그해 반 니스텔루이는 5시즌 간 150골을 터뜨린 맨유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세간의 우려를 샀다. 

반 니스텔루이는 이러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06/07시즌 25골을 터뜨리며 라 리가 득점왕에 등극했다. 같은 시기 마찰을 겪으며 반 니스텔루이를 대표팀에서 제외했던 반 바스텐의 오렌지군단은 빈공에 허덕이며 유로 2008 예선에서 힘겨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결국, 반 바스텐 감독은 ‘유로 2008 본선 진출을 위해 반 니스텔루이의 능력이 필요하다’ 고 먼저 자세를 낮췄고, 반 니스텔루이는 예선 4경기에 출전해 결승골 2골을 성공시키며 네덜란드의 유로 본선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반 니스텔루이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

반 니스텔루이는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하진 못했지만,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가 올 시즌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국가대항전은 나이를 고려하건대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 될 공산이 크다.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컨디션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떤 리그, 어떤 팀을 가더라도 꾸준한 실력을 보여줬던 전례에 비추어보면 이번 대회도 득점왕 등극은 충분히 가능하다.
 
'레알 삼각편대'로 불릴 만큼 좋은 호흡을 보이는 레알 마드리드의 동료 로벤과 슈나이더는 반 니스텔루이와 함께 뛰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유럽 최고의 기대주인 ‘헌터’ 훈텔라르 또한 대선배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반 니스텔루이가 PSV-맨유-레알 마드리드에서 득점왕에 등극할 때마다 소속팀이 리그 우승을 거뒀다. 때문에 ‘승리를 부르는 저격수’ 라고도 불리는 반 니스텔루이는 파워, 기술, 스피드 등 각각의 요소에서 경쟁자들에게 뒤처지지만, 이러한 요소가 알맞게 어우러져 득점 기회에 반드시 골을 성공시켜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올라섰다. 이번 대회를 앞둔 평가전에서 반 니스텔루이는 노련한 모습으로 네덜란드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득점 기회에는 적극적으로 골을 터뜨리면서도, 공간을 파고들어 미드필더들에 득점 기회를 주거나 동료 공격수에게 결정적 패스를 제공하는 등 '골잡이'를 넘어 공격 전체를 지휘하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 중이다.  

클럽 레전드를 넘어, 내셔널 레전드로

유로 2008은 호날두(포르투갈), 클로제(독일), 비야(스페인), 앙리(프랑스), 토니(이탈리아) 등 만만치 않은 득점왕 후보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그 후보들 사이에 득점력만으로는 가장 화려한 반 니스텔루이가 자리하고 있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메이저 대회 정복하기에 앞서 죽음의 조를 정복할 저격수가 기다리고 있다.

PSV-맨유-레알 마드리드를 거치며 자신의 소속팀에 수많은 골과 우승컵을 안겨준 '우승 청부사' 반 니스텔루이. 그가 선배이자 감독인 반 바스텐의 그림자를 벗어나 진정한 레전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표팀에서의 우승이 절실하다. 생애 마지막 유로 대회에 도전하는 반 니스텔루이가 20년 동안 우승컵을 기다려온 네덜란드에게, 그리고 우승컵을 갈망해온 자신에게 유로 2008 우승컵을 선물할 수 있을지. 그의 '마지막 도전'이 주목된다.

루드 반 니스텔루이(Ruud Van Nistelrooy)
신장 및 체중 : 188cm 80kg
생년월일 : 1976년 7월 1일
현 소속팀 :  레알 마드리드
유로 2008 예선 : 4경기 2골

[사진 : 생애 첫 대표팀 우승컵을 노리는 루드 반 니스텔루이 (c) 유로 2008 공식홈페이지]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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