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8 13:59
연예

['프리즌' 프리즘③] "자신있게 권한다" 나현 감독의 자신감

기사입력 2017.03.23 16:00 / 기사수정 2017.03.23 15:46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부끄럽지 않은 작품입니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현 감독은 달변이었다. 그의 입담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솔직했다. 자신의 장편영화 입봉작 '프리즌'이 얼마나 각별한지 진한 사투리로 고백했다. 다수의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해온 그가 직접 메가폰을 잡고 자신의 영화를 온전히 스크린으로 담아냈다. 잔뼈가 제법 굵은 신인 아닌 신인 감독. 자신의 영화에 대한 확고한 생각과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그 무엇보다 자신과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래원은 엔진, 한석규는 은인"

나현 감독은 "김래원이 놀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 번 놀아보자하고 밝게 했다. 괴짜같은 그런 느낌을 살리려 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대사나 상황을 김래원과 대화하며 바꾸기도 하고 그의 애드리브를 적극적으로 편집에도 반영했다"며 "시나리오 자체에도 김래원이 맡은 유건이라는 캐릭터가 엔진 같은 역할이다. 유건이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강력한 터보엔진이라고 생각했다. 역할 잘해줬다. 현장에서도 워낙 에너지가 강해 현장 열기를 뜨겁게 했던 그런 배우였다고 생각했다"고 힘줘 말했다. 김래원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는 장면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이어 김래원이 펼친 뛰어난 연기에 대해 칭찬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나현 감독은 "영화 상에서 변곡점이 되는 부분에 김래원의 눈빛이 변한다. 김래원의 눈빛이 아주 훌륭했다. 연기를 잘하지 않으면 그저 놀라고 끝나는 장면일 수 있다"며 "편집타임을 그래서 길게 잡았다. 김래원의 눈빛이 좋더라. 다른 장면도 그랬다. 대단히 흡족했다. 액션이나 이런 것은 말할것도 없다. 김래원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힘줘 말했다. 

한석규는 영화 외적으로 '신인감독'인 나현 감독은 이끌어주고 위로해주는 존재였다. 나현 감독은 "감독의 멘탈을 엄청 보호해줬다.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고, 그러다보면 상처를 받기도 쉽다. 한석규는 항상 그걸 걱정해주더라"고 고마워했다. 그는 "나이는 많지만 신인감독인 내게 '감독님 어떠세요', '뭐가 힘드시나요'하고 물어줬다. 항상 걱정해주고 쉬는 날 내가 혼자 있는 걸 알고 밥을 먼저 먹으러 가자로 해줬다"고 밝혔다. 촬영지였던 장흥 인근에 위치한 보성 차밭을 커피를 마시며 함께 걷던 일은 나현 감독의 기억 속에 여전히 선연하다. 

나현 감독은 "한석규는 '프리즌'의 은인 같은 분이다. 한석규는 내가 영화 일을 하기 전부터 스타였던 분이라 촬영하며 현실감이 없기도 했었다. 내게 편하게 디렉션을 줘도 된다고 줄곧 신경쓰더라. 내게 자신의 말투 등에 대해 확 열고 편한대로 이야기해달라고 해줬다. 그때부터 탄력받으면서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거듭 감사인사를 건넸다. 

▲"'프리즌', 배우들의 양질의 연기 볼 수 있다" 

나현 감독은 "다른 배우들 모두 베테랑이다. 영화 전체에 대한 해석이 다들 일치했다"며 홉족함을 드러냈다. 그는 "적은 분량에서도 영화 전체를 파악 못할 수도 있는데 전체를 파악하고 있다. 해석도 훌륭했고 자기 분량에 적극적으로 해주더라"고 밝혔다. 감독 안에서 범죄를 공모해 이를 실행한다는 설정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에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욱 필요했다는 그는 "그래서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연기력 위주로 캐스팅에 공을 들였고, 이는 김래원과 한석규, 조재윤, 이경영, 신성록 등 촘촘한 라인업을 꾸릴 수 있었다. 

그는 "영화는 스토리 줄거리 어떤 내용이냐도 있지만 배우를 보는 맛도 있다"며 "그런 면에서 '프리즌'은 아주 돈값하는 양질의 연기를. 베테랑들의 연기를 즐길 수 있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신인감독에게 힘이 되어줬다"고 전했다. 

통통튀는 감초연기를 선보여온 조재윤은 '프리즌'을 통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나현 감독은 "이미지 전복을 하고 싶었다. 조재윤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프리즌'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예상대로 잘하더라. 조재윤의 연기에 원테이크 오케이를 한 적도 있다. 너무 좋아서 한방에 '오케이'라고 했는데 조재윤이 안믿더라(웃음). 바빠서 빨리 하는 줄 알던데 절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경영은 나현 감독이 애드리브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줬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나 감독은 애드리브로 인해 대사가 바뀌는 것에 대해 다소 민감했던 것. 그는 "이경영이 정말 적절한 애드리브를 치더라. 그 신을 자신이 가져가거나 웃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시나리오에 썼어야 할 대사를 쳤다"며 신을 설명했다. 그는 이경영이 '어, 비가 그쳤네. 우리 교정행정에도 햇빛이 떴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컷을 예로 들며 자신의 무릎을 쳤다고 털어놨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순간 등장하나, 건물 안에 들어서 바라보는 창문은 비가 그쳐있는데 자칫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상황에 이경영은 이러한 장면을 바로 설명해줬다는 것. 

신성록은 지난해 설 연휴에도 나현 감독과 함께 대사를 고치고 서로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며 "자칫 전형적인 포지션의 캐릭터가 될 수 있었는데 신성록이 조폭인데 양아치에 가까운 창길을 아주 잘 뽑아내줬다. 조폭캐릭터의 신기원을 발견했다고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했을 정도"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에서 신성록의 등장신들은 숨막히는 몰입도의 '프리즌'에서 웃음을 던져주기도. 

또 정웅인과 김성균을 언급하며 "정웅인이 절제된 연기를 잘해줬다. 연기가 받쳐주지 않으면 애매한 캐릭터일 수 있는데 정웅인이 잘 소화했다. 김성균도 반짝였다. 배우들의 연기 혜택을 제대로 누렸다"고 덧붙였다. 

▲'프리즌'이 1995년을 이야기하는 이유

'프리즌'의 배경은 지금이 아닌 1995년이다. 영화 속 낯선 휴대폰이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을 언급하는 신문, 삼풍백화점 붕괴 수사 보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언급되는 식으로 절묘하게 감춘 듯이 드러냈다. 관객들은 이에 대해 다소 낯설어 하는 부분도 존재하는 터. 

나현 감독이 느끼는 1995년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시대다. CRT모니터지만 컴퓨터를 쓰고, 휴대폰이 아닌 PCS를 사용한다. 그는 "영화를 꼼꼼하게 보면 날짜가 아예 나오기도 하지만 드러내며 하지는 않았다. 그것도 보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며 "배경이 도드라지게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실명제가 막 도입되고 삼풍백화점을 수사하는 등 어수선했던 당시 시간적 배경이 '프리즌'과 더 잘어울렸다고 봤다. 

'프리즌'은 주요출연진이 모두 남성으로 구성된 영화다. 이를 두고 일부 오해를 사고 있는 것에 대해 나현 감독은 조심스럽게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공간적인 배경이 남자들의 교도소다. 영화의 설정상 교도소 안만 나오게 된다"며 "'여자가 안나오네'라며 억지로 여성캐릭터를 만들어 쓰려고 한다면 그건 오히려 소모적인 것이 된다. 말이 안되는 건 아니겠나"라고 해명했다. 

그는 잔인한 장면도 가능한 도드라지게 묘사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걸맞게 일부 잔혹한 장면들도 그려지지만 모두 직접적인 것보다는 소리나 분위기로 만든다. 분장팀이 준비한 피가 남았을 정도다. 나 감독은 "상업영화로서 충실하게 배우들이나 스탭들이 작업을 한 작품"이라며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있게 권한다"고 자신했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쇼박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