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2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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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리뷰] '다른 길이 있다', 지친 이들에게 전해주는 진정한 위로

기사입력 2017.01.19 07:00 / 기사수정 2017.01.19 00:07

최진실 기자
 
[엑스포츠뉴스 최진실 기자] 한참을 달리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느껴지거나 길이 막혔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끝났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길도 있었다.

19일 개봉한 영화 '다른 길이 있다'(감독 조창호)는 아픔을 가진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완(김재욱 분)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죄책감을 갖고 살아온 인물이다. 수완은 경찰이 된 후 안타까운 사연의 음주운전자를 그냥 보내줬지만 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만다. 설상가상, 책임은 수완에게 돌아오고 있었다. 지친 수완은 전 여자친구를 만나고 집을 내놓는 등 자신의 일상을 정리하려 한다.

정원(서예지) 역시 아픔을 가지고 지내온 인물이다. 자신의 일을 하고 전신마비의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정원은 착하고 성실한 모습이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자신만의 아픔이 있다. 이로 인해 정원은 고통을 받고 어머니를 볼 때마다 괴로워 하며 자살을 시도한다.

수완과 정원은 인터넷을 통해 검은 새와 흰 새라는 닉네임으로 채팅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죽음을 결심하고 어떻게 자살할 지 이야기를 한다. 이들은 장소와 시간 등을 전하고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춘천으로 떠난다.

마음을 터놓은 이야기를 했지만 수완과 정원은 서로의 얼굴을 모른다. 다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두 사람은 우연찮게 한 배와 라이브 카페에서 만나게 된다. 이들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함께 밤을 보내며 각자의 아픔을 알게 되고 뜻밖의 희망이란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극중 수완 역을 맡은 김재욱은 신비로운 모습과 더불어 어딘가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수완 그 자체였다. 그동안 보였던 차가운 이미지와 달리 외롭고 나약한 듯한 수완을 표현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정원 역의 서예지 역시 차분한 모습과 함께 내면에는 짐작할 수 없는 고통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무표정이지만 아픔을 감추고 있는 모습과 서예지 특유의 매력적인 중저음이 어우러져 그만의 입체적인 정원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전작에서 보였던 청순한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처럼 김재욱과 서예지는 짐작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진 두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며 보는 이의 공감을 이끌 수 있었다.

'다른 길이 있다'는 회색 빛이다. 분명 여러 색과 밝은 빛도 담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회색 특유의 아련하면서도 추운 듯한 느낌이 이어진다. 영화에서는 빙판과 설원을 비롯해 춘천의 겨울 풍경이 펼쳐진다. 어딘가 외로운 듯한 풍경과 극중 수완, 정원의 모습이 닮아있다.

수완, 정원은 분명 삶이라는 길의 끝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이들이었다. 때문에 이들의 길을 그린 영화는 차갑고, 외롭다. 그럼에도 이들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길의 끝에서는 예측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새로운 길이 펼쳐지고 있었다. 밝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또 다른 수완과 정원을 위로해주기에 충분하다. 많은 말보다도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한 마디 말하는 것이 위로가 되는 것처럼 '다른 길이 있다'는 지친 이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영화다. 90분. 15세 이상 관람가.

true@xportsnews.com / 사진 = 영화사 몸, 무브먼트

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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