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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韓피겨, 김연아 떠나도 끝나지 않았다

기사입력 2014.04.01 07:14 / 기사수정 2014.04.01 08:56

조영준 기자


[2014 세계선수권 결산]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14 소치동계올림픽은 '현역 선수' 김연아(24)의 마지막 경기를 볼 수 있는 대회였다. 또한 '한 여름 밤의 꿈' 같았던 한국 피겨의 찬란한 시기가 막을 내린 무대이기도 했다. 피겨 불모지에 떨어진 천재는 '아디오스'를 외치며 고별 연기를 펼쳤다.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올림픽 2연패를 놓쳤다. 한국 피겨에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다. 김연아와 함께 출전했던 '평창 기대주'들은 모두 최상의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김해진(17, 과천고)은 149.48점으로 16위에 그쳤다. 142.97점을 받은 박소연(17, 신목고)은 21위에 머물렀다.

김연아가 은퇴한 뒤 한국 피겨의 미래는 암울해 보였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김연아 키즈'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했다. 그러나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중 박소연은 한 달 만에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 박소연은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여자싱글에서 176.61점으로 9위에 올랐다. 김연아 이후 국내 여자싱글 선수들 중 시니어 세계선수권 10위에 오른 이는 없었다. 또한 170점을 돌파한 것도 김연아 이후 박소연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기술점수(TES)다. 박소연은 프리스케이팅에서 64.09점의 기술점수를 챙겼다. 이 점수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선수들 중 5번째로 높은 순위다. 기술점수에서 1위에 오른 안나 포고릴라야(16, 러시아 67.19)와의 점수 차는 3.1점 차다. 또한 65.27점으로 기술점수 4위에 오른 아사다와는 불과 1.18점 차다. 이번 세계선수권 1위에 오른 아사다와 3위에 오른 코스트너는 무도 후한 예술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시상대에 오를 수 있었다.

기술에서만 놓고 보면 박소연은 이번 대회 동메달을 획득한 캐롤리나 코스트너(27, 이탈리아)와 미국 챔피언 그레이시 골드(19) 그리고 일본의 백전노장 스즈키 아키코(28)를 앞질렀다.

무엇보다 '아사다 2세'로 불린 무라카미 카나코(20, 일본, 172.44)를 넘어선 점이 고무적이다. 2010년 주니어선수권 우승자인 무라카미는 아사다의 뒤를 이를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그해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이후 더 이상 국제대회 정상에 등극하지 못했다.

무라카미는 지난 1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에서 모처럼 1위에 올랐다. 당시 시니어 대회에 데뷔했던 박소연은 9위에 올랐다. 큰 대회 경험이 없었던 점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그러나 4대륙선수권과 소치올림픽을 거치면서 한층 성장했다.

또한 프리스케이팅에서 구사한 7개의 점프 요소를 모두 인정받았다. 프리스케이팅 10위권 안에 진입한 선수들 중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고 도약하는 점프)와 회전수 부족으로 인한 언더로테 판정을 받지 않은 선수는 박소연과 코스트너 밖에 없다. 우승을 차지한 아사다 마오(24)는 트리플 악셀을 비롯한 3가지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다. 또한 트리플 러츠는 롱에지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박소연은 '정석 점프의 교과서'인 김연아의 계보를 착실히 뒤따르고 있다. 문제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의 완성과 구성점수(PCS)를 높이는 것이다. 박소연은 아직 국제대회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갓 시니어 무대에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에 구성요소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다.

스케이팅 스킬과 안무 소화 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점이 필요하다. 또한 여자싱글에서 세계정상권으로 도약하려면 러츠나 플립이 들어간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갖춰야한다.

지난달 31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소연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기술 구성과 구성점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진서(18, 갑천고, 202.80)도 국내 남자 피겨 최초로 200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남자싱글의 세계최고점은 패트릭 챈(24, 캐나다)이 보유한 295.27점이다. 현재 김진서에게 남자싱글의 벽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4회전 점프를 완성해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김해진(17, 과천고)은 이번 대회 여자싱글 23위에 그치며 부진했다. 하지만 4대륙선수권 6위에 올랐던 경험이 있는 만큼 차기 시즌 재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또 한 명의 '평창 기대주'인 최다빈(14, 강일중)은 지난달 초에 열린 주니어세계선수권 6위에 오르며 김연아 이후 이 대회 최고 성적을 거뒀다.

김연아가 안겨준 환희와 기쁨은 이제 막을 내렸다. 한국 피겨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액자 속의 사진이 됐다. 하지만 한국 피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세계 상위권의 기술을 보여준 박소연은 차기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메달 획득을 노려볼만하다. 또한 내년 1월에 열리는 4대륙선수권은 서울에서 개최된다. 이 대회는 박소연과 김해진 그리고 김진서를 비롯한 기대주들이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최다빈은 두 번째 주니어 시즌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김연아가 남기고 간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박소연 김해진 김진서 최다빈  ⓒ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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