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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의 스포츠2.0] 누가 피겨를 아름답다 했나‥전쟁터에 섰던 김연아

기사입력 2014.02.21 11:32 / 기사수정 2014.02.23 14:38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맑은 호수의 유유자적한 백조. 아름답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여유롭게 물 위를 떠다닌다. 그러나 수면 위의 백조는 그 아름다음을 위해 수면 아래서 쉬지 않고 발버둥을 친다. 치열하고 또 처절하다.

피겨스케이팅이 꼭 그렇다. 은반 위 피겨 선수들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한 동작 한 동작은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뼈를 깎는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를 홀린 완벽한 연기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던 김연아, 그 아름다움을 위해 그녀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또 숨겨왔을까.

김연아는 4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허탈감에 시달려야 했다. 목표를 잃어버린 김연아는 현역 은퇴를 심각하게 고민했고 실제로 적지않은 시간 공백기를 갖기도 했다. 김연아의 두 번째 올림픽은 그 출전 의미가 남달랐다. 김연아는 2년 전 소치동계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삼겠다는 의미있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개인적 욕심에 의한 선택이 아니었다. 자신을 롤모델로 삼았던 어린  후배들을 보며 다시 자극을 받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온전히 한국 피겨의 미래를 위해 전쟁터로 뛰어들겠다는, 비장한 결의였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방송에 소개된 김연아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김연아는 이번 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뒤 가장 먼저 과천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김연아가 어린 시절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곳이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희망과 꿈을 품으며 온갖 훈련을 이겨냈던 곳이기도 하다. 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다시 한 번 강력한 목적의식이 있어야만 했다.

김연아의 어릴 적 친구 김수진씨 인터뷰는 애잔했다. 그는 "(김)연아가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한달에 하루 있을까 말까였다"라며 "몸이 점점 더 아프고 훈련 과정도 힘들다고 했다. 큰 결심이 필요했다"고 김연아의 속내를 대신 전했다.        

소치는 과연 전쟁터였다. 예상됐던 일본의 견제는 익숙했을 지 모르겠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러시아의 견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아찔한 인터뷰를 밝혔던 김연아는 21일 열린 프리프로그램에서 144.19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인 74.92점과 합친 최종합계 219.11점을 받은 김연아는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카타리나 비트(1984 1988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후 26년 만에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지만, 노골적인 러시아의 편파 판정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메달 색깔이 중요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피겨 여제' 김연아의 진정성을 담은 마지막 투혼이 러시아의 도 넘은 편파 판정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생겨서는 분명 안될 일이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김연아 ⓒ 게티이미지코리아]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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