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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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승격거부인가

기사입력 2007.12.15 01:24 / 기사수정 2007.12.15 01:24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 = 김경주 기자] 누구를 위한 승격거부인가

 또 다시 승격거부로 얼룩진 내셔널리그. 내셔널 리그의 한 해를 정리하는 시상식이 열린 롯데호텔에 나타난 울산 현대 미포조선 선수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이 날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울산 현대 미포조선의 정재석은 시상식 시작 한 시간 전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평소 알고 지내던 선후배와 만나 회포를 풀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K리그 승격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웃음이 가득한 표정 끝에는 씁쓸한 뒷맛이 비치는 듯했다.

"오히려 팀 스태프들이 달래줘요." 정재석은 승격 거부로 K리그에 올라가지 못하는 아픔을 이렇게 에둘러 말했다.

시상식 전 열린 사회는 미포조선의 승격을 두고 공론이 벌어져 예상 시간보다 시상식이 늦게 열리기도 했다. 시상식 전 축사를 하러 단상에 올라온 이계호 회장은 축사에 앞서 "아직 승격의 여지는 남아있다. 미포조선 관계자의 좋은 판단을 바란다."며 미포조선 관계자들이 마음을 돌리길 바라는 심정을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포조선의 관계자들은 "승격에 대한 재고는 없다"며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포조선 관계자는 승격 거부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우승 후 기뻐할 수도 없었다"며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을 승격 거부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얼마 전 한 축구 커뮤니티에는 앞으로의 내셔널리그의 방향에 대해 우스개 형식으로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올 시즌 미포조선의 승격거부로 인해 미포조선은 지난해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승점 박탈의 가벼운 제재만 받은 채 리그에 참여하게 되고, 그 해 우승은 또 다시 국민은행, 미포조선 두 팀 중 한 팀이 가져가며 승격 거부의 무한 반복이 지속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글을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이 글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셔널리그는 승격 거부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해당 팀에게 강한 제재를 가할 수 없다. 당장 팀이 징계에 불만을 갖고 리그 참가를 포기해 버리면 아쉬울 것은 내셔널리그 자체지,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셔널리그는 대부분 모기업을 공기업으로 두고 있다. 계류중인 스포츠 진흥법이 통과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내셔널리그팀은 승격 절차를 밟을 수 없다. 또한, 몇 안 되는 기업 팀이 우승을 하더라도 내야 하는 발전 기금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내셔널리그에서 머물며 오랜 시간 리그에 기여한 바가 큰 팀들에게 이런 큰돈을 재차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다.

연거푸 일어나는 승격거부는 이 날 시상식장에서 보였던 선수들의 복잡한 웃음처럼 쉽게 풀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당장 승격을 함께해야 할 K리그, 내셔널리그 더 나아가 협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마련한다면 결코 방안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기 어렵다.

대한민국 축구의 뿌리를 지탱하는 내셔널리그. 이 소중한 리그를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조 섞인 그 글처럼 매년 승격거부를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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