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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열의 인사이드MLB] 류현진과 다저스, '케미스트리'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3.03.25 11:20 / 기사수정 2013.03.30 00:43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로스엔젤레스(미국), 문상열 칼럼니스트]국내 지도자들이 시즌을 앞두고 가장 강조하는 게 정신력, 팀웍일 것이다. 정신력은 허슬플레이다. 물론 오프시즌에는 허구헌날 훈련에 매달려 이게 아마추어 팀인지, 프로 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시즌중에도 훈련은 계속된다. 스프링캠프 때 마무리되는 투수의 1루 커버, 픽오프, 베이스러닝등의 훈련이 정규시즌에도 이어진다. 메이저리그는 정규시즌에 이런 훈련을 하게 되면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다. 그런 팀은 예외없이 바닥을 긴다. 국내 프로야구가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지만 선수들의 사생활이 보장받지 못하는 장기간의 훈련은 여전히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eam work’는 사전에 협동작업, 단체정신으로 나와 있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팀웍이라는 표현은 거의 쓰지 않는다. 화학적 성질이라는 의미의 Chemistry를 사용한다. 또 시즌 전 팀 전력을 세부적으로 평가할 때 인탠저블(Intangible)을 항목에 둔다. ‘Intangible’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무형의'라는 형용사다. ‘케미스트리’나 ‘인탠전블’이 국내에서 애용하는 팀웍이라 할 수 있다.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이 앞장서서 팀웍을 강조한다고 협동심이 발휘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화학적으로 결합한다는 케미스트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올시즌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좌완 류현진의 가세로 LA 다저스의 성적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팀 연봉(2억3000만달러)으로 2013시즌을 시작한다. 오프시즌 제2선발 잭 그렌키에게 1억4700만달러를 퍼부었고, 류현진을 잡기 위해 6100만달러를 투자했다. 당연히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하고 1988년 이후 이루지 못한 월드시리즈 진출도 달성해야 한다. 지상과제다. 하지만 야구는 투자와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다. 뉴욕 양키스만이 투자와 성적이 비교적 비례했다.

2011시즌을 마치고 LA 에인절스는 오프시즌 강타자 앨버트 푸홀스, 좌완 C J 윌슨 두 명을 3억2900만달러를 주고 영입하고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팀 연봉 최저인 '머니 볼'의 오클랜드 에이스에게 지구우승을 빼앗겼다. 지난 겨울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강타자 조시 해밀턴을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1억2500만달러를 주고 영입했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도 2010년 12월 좌완 클리프 리를 5년 1억2000만달러에 계약해 메이저리그 역대 최강의 마운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011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패하며 쓴잔을 마셨다. 지난해는 로이 할러데이의 부상으로 전반기에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자 외야수 헌터 펜스와 세인 빅토리노를 트레이드하며 연봉 감축의 길을 택했다.



야구는 투자와 성적의 비례가 쉽지 않은 종목이다. 스포츠에서 '케미스트리'는 시간을 요한다. 돈으로 FA 시장에서 거물 FA를 영입한다고 당장 성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NBA 2012-2013시즌이 개막되기 전 최대 뉴스는 명문 LA 레이커스였다. 베테랑 민완 포인트가드 스티브 내쉬를 영입한 데 이어 곧바로 현역 최고의 수비수이며 센터인 올랜도 매직의 드와이트 하워드를 트레이드해왔다. 하워드보다 젊은 센터인 앤드류 바이넘을 필라델피아 76ers에게 주는 4각 트레이드로 레이커스는 유망주의 출혈을 감수하며 하워드를 데려왔다. MVP를 두 차례 수상한 포인트가드와 최고 센터, 현역 최고의 플레이어 코비 브라이언트, 공격력이 뛰어난 파우 가솔 등 레이커스는 꿈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당장 언론들은 2012-2013시즌 NBA 파이널은 LA 레이커스-디펜딩 챔프 마이애미 히트의 대결이라며 성급한 예상을 내놨다.

하지만 개막 5연전에서 1승4패를 기록하자 ‘프린스턴 오펜스’를 내세워 망가진 마이크 브라운 감독을 경질하고, 업 템포의 오펜시브 마인드 마이드 댄토니 감독을 새로 임명했다. 하지만 댄토니 감독은 수비가 전혀 안되면서 간신히 서부 컨퍼런스 8강 턱걸이를 하고 있다. 시즌 전 NBA 파이널 진출을 예상하며 또 하나의 우승을 추가할 것으로 보였던 레이커스는 현재 8강 진출로도 만족하는 처지가 됐다. NBA 타이틀을 통산 11차례 거머쥐었던 필 잭슨 감독을 영입하지 않은 게 프런트의 패착이었지만 스티브 내쉬와 드와이트 하워드, 코비 브라이언트, 파우 가솔의 환상 멤버는 기대 이하였다. 댄토니 감독의 수비 부재도 한몫했지만 선수들의 손발이 맞지 않는 결과가 더 컸다. 큰 기대를 한 내쉬와 하워드의 ‘픽 앤드 롤’ 플레이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현재 파죽의 24연승에, 1971-1972시즌 레이커스가 이룬 NBA 최다 33연승에 도전하는 마이애미 히트도 마찬가지다. 2010년 7월 우승에 목이 몰랐던 르브론 제임스는 FA를 선언하며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했다. 제임스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팬들에게 유니폼이 태워지는 수모를 맛보며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제임스와 함께 뭉친 선수가 슈팅가드 드웨인 웨이드, 파워포워드 크리스 보쉬다. 제임스와 웨이드가 손을 합쳐도 우승이 가능한 판에 보쉬까지 가세했으니 히트의 우승은 떼논 당상이었다. 하지만 이 해 히트는 댈러스 매버릭스에게 결승전에서 2승4패로 무릎을 끓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야 우승을 맛봤다. 올해는 NBA 두번째로 24연승 기록을 작성하며 챔피언 수성에 나선다. 결국 히트도 제임스-웨이드-보쉬가 시간이 흐르면서 호흡이 맞아가면서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케미스트리는 이처럼 손발을 맞추는데 드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를 모아 놓아도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날 메이저리그 경력 3년 차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1루수 브랜던 벨트는 다저스를 겨냥해 “돈으로 케미스트리를 살 수 없다”며 자극했다. 자이언츠는 3년 사이 두 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강팀이다. 돈으로 막강 전력을 구축한 다저스가 자이언츠를 누르고 서부지구 우승을 거둘 수 있을지 류현진의 성적과 함께 최대 관심사다.



문상열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류현진 ⓒ 류현진 트위터]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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