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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변신 성공' 바티스타, 잃어버린 여유 찾았다

기사입력 2012.08.18 13:34 / 기사수정 2012.08.18 14:16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시즌 중반까지 팀의 마무리로 나서 온갖 고난을 겪었다. 제구 불안으로 승리를 날려버리기 일쑤였다. 지난 시즌 보여줬던 '수호신'의 면모는 온데간데 없었다. 자신감은 사라졌고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러던 그가 선발 변신 이후 180도 다른 사람이 됐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투수 데니 바티스타의 얘기다.

바티스타는 지난 시즌 중반 팀에 합류해 3승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 시즌 팀의 마무리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제구 불안에 발목이 잡혔다. 34경기에 구원 등판, 1승 3패 8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70의 부진으로 코칭스태프의 애를 태웠다. 코칭스태프는 그의 부활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한번 떨어진 자신감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꺼내 든 카드가 바티스타의 선발 전환이다. 많은 이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티스타는 2007년 9월 12일 메이저리그(ML)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이후 1군 경기에 선발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감 회복을 위해 2군에 내려갔을 때 LG전 2경기에 선발로 나선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바티스타는 선발로 나선 4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1.66(21⅔이닝 4자책)을 기록 중이다. 탈삼진 18개를 잡아내는 동안 사사구는 6개(4볼넷 2사구), 피안타율도 1할 1푼 3리에 불과하다. 제대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그러자 바티스타도 한결 여유를 찾았다. 아들인 데이미의 표정도 밝아졌다. 지난 8일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러낸 데이미는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웃음끼가 가득했다. 아버지의 성공적인 변신에 덩달아 신이 난 모양이다. "데이미와 와이프가 한국에 없어 외롭긴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바티스타의 설명. 가족들은 지난 9일 출국했다.

가족이 출국한 뒤 첫 등판이던 지난 15일 포항 삼성전, 바티스타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2회말 선두타자 이지영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손가락을 맞아 교체된 것. 화 한대화 감독의 표정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다행히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지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17일 경기를 앞두고 바티스타는 한 팬의 "괜찮아?" 라는 질문에 손을 흔들어 보이며 한국말로 "괜찮아"라고 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최근 부쩍 자란 수염에 대한 질문에도 웃으며 답했다. "수염을 밀고 나왔었는데 한창 좋지 않았다. 재충전(Refresh)을 위해 수염을 기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수염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안승민의 수염은 별로다. 빨리 잘라야 한다(No Good)"며 일침을 놓았고 "찹(CHOP, 박찬호의 애칭)은 여러 군데 수염이 나는 스타일이라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국내 프로야구를 통틀어 '최고의 수염'을 뽑아달라는 질문에는 앤서니 르루(KIA)를 꼽았다. "앤서니는 직접 다듬기 때문에 멋지다. 나는 그렇게 할 줄 몰라 그냥 기르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구원 등판해 실점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오며 사시나무 떨듯 풀죽어 있던 그의 모습은 찾기 힘들어졌다.

마지막으로 바티스타는 어려울 때 누가 가장 많은 도움을 줬느냐는 질문에 "딱히 한 사람을 꼽기 힘들 정도로 모두가 도와줬다"며 "굳이 꼽자면 감독님이다. 감독님이 선발 기회를 주셨다. 어려울 때 가장 큰 힘이 됐다"며 팀의 수장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시즌 중반까지 팬들의 신뢰를 잃었던 '마무리투수' 바티스타는 이제 팀 내 가장 믿을 만한 '선발투수'로 다시 태어났다. 바티스타가 계속해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팀과 본인 모두에게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사진=데니 바티스타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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