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양정웅 기자) 이적 후 첫 12타석에서 무안타 침묵을 지키던 김재환(SSG 랜더스). 하지만 거포답게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SSG는 3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9-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SSG는 4년 만에 개막 3연승을 달리게 됐다. 31일 현재 첫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팀은 SSG와 KT 위즈 단 두 팀 뿐이다.
이날 경기 전 이숭용 SSG 감독은 김재환에 대해 언급했다. 김재환은 KIA 타이거즈와 개막 2연전에서 모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나, 9타석 8타수 무안타 1볼넷 5삼진으로 침묵했다. 29일 경기에서는 5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다.
그래도 김재환은 31일 역시 똑같은 위치에서 출전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경기 전 "(안타가) 나올 거다. 본인도 홈구장이고 해서 욕심부리는 것도 있다. 그런데 조금 평정심을 찾고 안타 하나, 홈런 하나 나오면 잘 칠 거라고 본다"고 얘기했다.
이어 "칠 수 있는 공이 많지 않았다. 실투 들어온 게 늦고 하니까 본인이 생각이 많아졌다"며 "칠 수 있는 것만 편하게 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타구질 등은) 문제가 없다. 심리적인 문제"라며 "게임하는 동안 보니까 실투 한두 개 정도 외에는 어렵게 승부하고, 구석에 많이 들어가서 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하던 대로 하면 실투는 들어온다. 하나만 맞으면 금방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재환은 이날 경기 역시 키움 선발 네이선 와일스를 상대로 2회와 4회 모두 1루수 땅볼로 아웃됐다.
하지만 이후 반전이 시작됐다. 6회 1-2로 지고 있던 SSG는 6회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안타와 최정의 2루타로 무사 2, 3루가 됐다. 이때 김재환이 좌익수 쪽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에레디아를 불러들였다. 낮은 패스트볼을 걷어올려 3루 주자가 들어오기 충분한 비거리를 만들었다.
이어 7회 한 점을 더 올려 4-2가 된 SSG는 최정의 내야안타로 찬스를 이어갔다. 그리고 4번째 타석을 맞이한 김재환이 키움 좌완 윤석원의 2구째 바깥쪽 패스트볼을 밀어쳤다. 왼쪽으로 향한 타구는 좌익수가 잡을 수 없는 외야 담장 밖으로 가면서 3점 홈런이 됐다.
이적 후 12타석 만에 나온 김재환의 첫 안타이자 홈런이었다. 비거리는 105m가 기록됐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그는 유니폼의 '랜더스'를 강조하는 세리머니로 이적을 알렸다.
이날 김재환은 5타석 4타수 1안타 4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김재환이 결정적인 타점을 올려주면서 SSG 역시 여유롭게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재환은 "안타가 한두 타석 안 나오다 보니 심적으로 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급하지 않게, 안타를 못 치더라도 달려들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오히려 편하게 들어갔다"고 말한 김재환은 "운 좋게 결과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팀에서의 시작이 좋지 않았기에 2경기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김재환은 "머리로는 괜찮다고 하는데, 마음으로는 괜찮지 않더라"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그럴 수록 내가 안 급해지려고 했다"고 전했다.
"개막하고 이렇게까지 안타를 못 친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은 김재환은 "새로운 팀이기도 해서 안타 하나라도 빨리 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생각을 지우려고 노력했다"고 얘기했다.
그래도 희생플라이를 친 타석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김재환은 "마음이 편해졌다. 그 타석이 느낌이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거기서 자신감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홈런의 순간 김재환은 "'제발 가라, 넘어가라' 이런 생각만 했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타이트한 상황이다 보니까 홈런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투수들이나 야수들이나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얘기했다.
김재환은 "감독님께서 계속 좋은 말씀을 일부러 해주시고,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계속 말씀하셨다"며 "주위에서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도 나 스스로가 좀 더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팀이기도 하고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욕심도 부리고 힘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김재환은 홈런을 친 후 "엄청 후련했던 것 같다"며 해방감을 전했다.
사실 김재환은 개막전에서 영웅이 될 수도 있었다. 0-5로 뒤지던 SSG는 7회 3점을 올렸고, 9회에도 오태곤의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이 됐다. 1사 만루 상황에서 김재환이 타석에 들어섰고, 여기서 투수 조상우가 폭투를 저질러 3루 주자가 들어와 경기가 끝났다.
당시를 떠올린 김재환은 "나도 긴장했지만 상대도 긴장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엄청 강했다"는 그는 "부담되는 상황은 아니어서 좋은 인상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겼으니까 됐다"고 웃었다.
두산 베어스에서만 18년을 뛴 김재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SSG로 이적했다. 인천이 고향이지만, 인천 SSG 랜더스필드를 홈으로 쓰는 건 처음이다. 그는 "너무 마음에 든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도 많이 된다"고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SSG 랜더스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