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12년 전 악몽의 주인공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가 모처럼 존재감을 알렸다.
미국 선수에 대한 망언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일본 언론 '도스포웹'은 19일(한국시간) '앰버 글렌(미국)의 비극에 소트니코바가 냉혹한 논평을 해 논란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글렌은 18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4.19점, 예술점수(PCS) 33.20점을 합쳐 67.39점을 받았다.
글렌은 이번 대회 피겨 여자 싱글에서 일본의 금·은·동메달 싹쓸이 야심을 저지할 선두 주자로 꼽혔다.
지난 2024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일본 선수 5명을 2~6위로 돌려세우고 우승을 차지해 엄청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글렌은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을 사실상 망쳤다.
첫 점프인 트리플 악셀(기본점수 8.00)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수행점수(GOE) 2.06을 챙기고 신바람을 냈으나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9.50)에서 뒷 점프가 쿼터 랜딩(회전수가 90도 수준에서 부족한 경우)을 판정을 받아 GOE -0.45점을 받았다.
이어 가산점 10%가 주어지는 연기 후반부 트리플 루프(기본점수 5.39)를 시도했으나 2회전 처리되면서 쇼트프로그램 규정에 따라 해당 점프가 0점 처리되는 충격적인 결과를 떠안았다.
시니어 여자싱글에 참가하는 선수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악셀 점프(2회전 혹은 3회전) ▲3회전 혹은 4회전 단독 점프 ▲콤비네이션 점프(4회전-2회전, 4회전-3회전, 3회전-3회전, 3회전-2회전 중 하나) 등 총 3개의 점프를 뛰어야 하며 어긋나는 점프는 0점 처리 된다. 글렌은 3회전 혹은 4회전 단독 점프를 뛰지 않은 셈이 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미국 매체 '페이지 식스'에 따르면 글렌은 연기 직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링크를 빠져나오며 낙담한 표정을 보였고, 점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도중 주변 시선도 의식하지 못한 채 굵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연기를 마친 뒤 코치 데이먼 앨런에게 "해낼 수 있었는데(I had it)"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It’s not over)"고 답하며 선수를 다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믹스트존에서는 굳은 표정으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기도 했다.
하지만 소트니코바는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이라며 대놓고 드러냈다.
러시아 출신으로 이번 대회 개인중립선수(AIN) 자격 얻고 출전한 아델리아 페트로시안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도스포웹이 러시아 매체를 인용한 것에 따르면 소트니코바는 러시아 옥코 방송에 출연한 뒤 "네, (글렌의 실수는) 안타깝지만 우리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너무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평했다.
페트로시안은 쇼트프로그램에서 러시아 피겨가 죽지 않았다는 점을 알리며 두 번째로 연기한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72.89점을 얻어 5위를 차지했다. 3위인 알리사 리우(미국·76.59점)와 3.70점 차에 불과하다.
소트니코바의 발언은 일본은 물론이고 글렌의 조국인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뉴스위크 온라인판은 "글렌의 실수에 대한 발언으로 소트니코바는 피겨 팬들로부터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소트니코바가 기본적인 스포츠맨십을 잃었다는 뜻이다.
소트니코바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 프리스케이팅 연기 도중 두발 착지를 하는 실수를 범했음에도 완벽 연기를 펼친 김연아를 누르고 깜짝 금메달을 거머쥔 주인공이다. 홈링크 러시아 덕을 봤다는 평가가 지금까지 나오고 있다.
동계올림픽 2연패를 했던 '은반의 여왕' 카타리나 비트 등 많은 피겨 레전드들이 김연아가 억울한 은메달 땄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소트니코바만 과거 "김연아의 점프는 난도가 낮았다. 내 점프가 더 훌륭했고 내가 챔피언 자격이 있다"는 엉뚱한 주장을 펼쳐 빈축을 샀다.
소트니코바는 소치 올림픽 우승 뒤 사실상 은퇴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