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2026년 첫 공식 경기에서 예상보다 훨씬 고전했다.
새해 첫 무대이자 타이틀 방어가 걸린 말레이시아 오픈 첫 경기에서, 안세영은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결과를 얻었지만 그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안세영은 6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말레이시아오픈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미셸 리(세계랭킹 12위)를 2-1(19-21 21-16 21-18)로 꺾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상대전적 9전 전승을 이어간 승리였지만, 1시간 15분이 걸릴 정도로 예상보다 훨씬 팽팽했고 안세영 입상에선 고전이었다.
출발부터 안세영의 몸놀림은 평소와 달랐다. 첫 게임 초반 안세영은 연속 실책으로 주도권을 내줬고, 미셸 리는 정확한 코스 공략과 빠른 공격 전환으로 점수를 쌓아갔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셔틀콕이 라인을 살짝 벗어나는 장면도 반복됐다. 하지만 안세영은 특유의 끈질긴 수비로 흐름을 끊어내며 7-7 동점을 만들어냈고, 이후에도 점수를 주고받는 팽팽한 공방이 이어졌다.
그러나 첫 게임의 흐름은 쉽게 뒤집히지 않았다. 안세영은 14-13으로 이 경기에서 처음 리드를 잡았지만, 곧바로 미셸 리의 반격에 밀리며 다시 점수를 내줬다. 17-16으로 재차 앞섰을 때도 리의 추격은 집요했고, 결국 18-18 이후 미셸 리가 먼저 매치포인트에 도달했다. 안세영은 19-20까지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랠리에서 미셸 리가 날린 셔틀콕이 라인에 걸치며 득점으로 인정돼 첫 게임을 19-21로 내주고 말았다.
2게임 역시 쉽지 않게 시작됐다. 미셸 리는 1게임의 기세를 이어가며 안세영의 타이밍을 빼앗는 정확한 스매시로 초반 흐름을 장악했다. 점수 차는 점점 벌어졌고, 안세영은 6-11로 뒤진 채 인터벌(11점)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안세영이 무릎을 짚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나 인터벌 이후 경기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안세영은 수비에 집중하며 랠리를 길게 끌고 갔고, 미셸 리의 공격을 끈질기게 받아내며 연속 득점을 만들어냈다. 11-11까지 단숨에 따라붙은 뒤, 미셸 리의 스매시가 네트에 걸리면서 12-11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오히려 안세영이 주도권을 쥐었다.
16-16 동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안세영은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5연속 득점에 성공했고, 21-16으로 2게임을 가져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3게임은 체력과 집중력의 싸움이었다. 초반에는 안세영이 앞서가는 듯했지만, 미셸 리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안세영이 10-8로 달아나자 곧바로 10-10 동점을 허용했고, 이후 두 선수는 한 점씩 주고받으며 1~2점 차의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안세영이 먼저 11점 고지에 올랐지만, 리는 끈질긴 수비와 공격으로 계속 추격했다.
경기의 분수령은 14-16으로 뒤처진 상황이었다. 이때 안세영은 다시 한 번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긴 랠리 끝에 연속 득점을 만들어내며 순식간에 19-16으로 전세를 뒤집었고, 미셸 리에게 2점을 내주며 19-18까지 쫓겼지만, 마지막 두 랠리를 연달아 따내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승리로 안세영은 미셸 리와의 상대 전적을 9전 9승으로 늘렸고, 말레이시아 오픈 16강에 안착했다.
2024년과 2025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를 경우 대회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16강 상대는 2017년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이자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일본의 오쿠하라 노조미다.
안세영은 말레이시아 오픈 종료 후 곧바로 인도 오픈 출전이 예정돼 있어,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새 시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이번 경기 이후 현지 매체 역시 안세영의 승부욕과 현재 상태에 주목했다.
말레이시아 매체 '뉴 스트레이트 타임즈(NST)'는 경기 종료 후 "안세영이 말레이시아 오픈 타이틀 방어를 힘겹게 시작했다"면서 이번 경기를 두고 "결코 일상적인 승리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안세영은 역전승을 거두기까지 75분이 걸렸고, 특히 2게임에서는 5-11로 뒤진 상황까지 몰렸다가 이를 뒤집는 집요함을 보여줬다"면서 "이번 경기는 안세영이 왜 이미 역사적인 커리어를 쌓아놓고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지를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NST'는 안세영의 지난해 성과도 상세히 조명했다.
매체는 "안세영은 지난 시즌 월드투어 대회에서만 11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고, 월드투어 파이널스를 포함해 슈퍼 1000 대회 3개를 제패했다"면서 "77경기에서 73승을 거둔 94.8%의 승률은 BWF 공식 기록상 단일 시즌 최고 기록으로, 린단과 리총웨이의 전성기 수치마저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체는 "안세영의 2025시즌은 대부분의 선수라면 충분히 만족했을 성과"라면서도 "그러나 23세의 한국 배드민턴 스타에게 이 시즌은 '목표를 낮출 이유'가 아니라, 다시 한 번 넘어서야 할 기준선을 끌어올려 놓았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마지막으로 "이번 경기처럼 위기의 순간이 오히려 안세영을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며 "이미 정상에 오른 선수지만, 그는 여전히 '지배'의 기준을 다시 정의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해 첫 경기부터 힘겨운 승부를 치른 안세영은 결과와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승리는 지켰지만, 컨디션과 일정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분명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세계랭킹 1위는 흔들리지 않았고, 말레이시아 오픈 16강 무대에 올라 또 하나의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jupremebd@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