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목동, 권동환 기자) 이해인(고려대)이 생애 첫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 뒤 눈물을 글썽였다. 아니, 연기를 진행하는 도중에 울음을 터트린 모습이었다.
지난 4년 간 많은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인은 4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80회 전국남녀 피겨 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3.75점, 예술점수(PCS) 65.87점, 합계 129.62점을 기록했다. 지난 3일 쇼트프로그램 66.38점을 기록하면서 합계 196.00점으로 종합 5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오는 2월 6일에 개최되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2차 국가대표 선발전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1차 선발전 성적과 합산해 올림픽 출전 선수를 선발한다.
밀라노 올림픽 피겨 종목 출전 자격은 2025년 7월 1일 기준 만 17세 이상에게만 주어진다. 2008년 6월30일까지 태어난 선수들에게만 문이 열렸다는 뜻이다.
1차 선발전에서 195.80점을 얻은 이해인은 합계 391.80점을 기록해 올림픽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들 중 신지아(세화여고·436.09점) 다음으로 높은 순위에 자리해 단 2장뿐인 밀라노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출전권을 얻었다.
프리스케이팅 전날까지 이해인은 올림픽 참가 여부가 불투명했다. 지난 3일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후 중간 점수에서 김채연(경기도빙상경기연맹)에 3.66점 차이로 뒤져 올림픽 출전 자격이 있는 선수들 중 3위에 자리했다.
이후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채연이 점프에 실패해 감점을 받아 역전에 성공했다. 이해인은 연기를 마친 뒤 키스 앤드 크라이 존에서 순위 역전을 확인하자 벌떡 일어나 환호했고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해인은 연기가 끝나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번 시즌 목표가 '결과가 어떻게 되든 매번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였다"라며 "정말 감사하게도 내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며 소감을 드러냈다.
이날 이해인은 연기를 마친 뒤 한동안 은반 위에 엎드려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비록 오늘 완벽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힘들었던 순간들이 기억이 났다"라며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난 4년 동안 해 온 것들이 떠올라 많이 슬펐다"라고 설명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낸 비결에 대해선 "힘들 때마다 옆에 계신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라며 "좋은 기회를 얻어도 내가 다 잘해서 됐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은 하늘에도 감사하고, 부모님께도 감사하고, 코치 선생님들께도 감사하고, 많은 도움 주신 분들에게 모두 감사를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불행도 영원하지 않고, 모든 행복도 영원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라며 "행복이 다가왔을 때 정말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힘들 때 반드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점수 차가 크지 않아 부담감이 클 법도 했지만 이해인은 침착하게 준비해 온 연기를 보여줬다.
이해인은 "올림픽에 너무 출전하고 싶었고 그동안 너무 원했던 자리이긴 하지만 연습 때 올림픽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 연습하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면서 준비를 했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는 없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어느 순간부터 걱정은 좀 있었는데, 그래도 종합선수권을 무사히 다치지 않고 마무리 한게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해인은 지난해 선수 인생이 끝날 뻔한 큰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5월 피겨 대표팀의 이탈리아 전지훈련 중 남성 후배 선수와 불미스러운 일을 벌였다는 이유로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3년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이해인은 정신 차리고 소송에 들어갔다. 이후 법원이 효력 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선수로 임시 복귀, 지난겨울 국내 대회에 출전했고 국가대표 자격도 회복해 지난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참가한 뒤 9위를 차지했다.
이에 더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지난 5월 징계를 1년 만에 취소하면서 이해인은 명예를 되찾고 올림픽 시즌인 2025-2026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4년 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TV로 지켜봤던 베이징 올림픽 쿼터를 직접 따냈다.
이해인은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두고 각오와 바라는 점에 대해선 "조금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는 게 내 자신에 대한 바람이다"라며 "올림픽에 간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믿겨지지 않다. (올림픽에)가서 준비를 더 열심히 해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사진=목동, 권동환 기자 /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