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여자프로배구 베테랑 미들 블로커 김희진(현대건설)이 컨디션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흥국생명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9-27 25-14)으로 승리하면서 2연승을 달렸다.
카리 가이스버거(등록명 카리·23점)와 자스티스 야쿠지(등록명 자스티스·17점)가 40점을 합작한 가운데, 중앙에서는 김희진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이날 김희진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2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63.6%를 나타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희진은 "2라운드 맞대결 때 0-3으로 졌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런 경기에서 졌던 만큼 이번에는 그렇게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좀 더 집중하고 접전에서 차고 나가는 힘을 기르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2세트 때 위기 상황이 있었음에도 다들 하나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더 값진 승리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해서 만족스럽긴 한데,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 아직 만족하진 않는다"며 "좀 더 좋아지고 있는 걸 느끼고 있고,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팀원들도 날 더 믿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1년생인 김희진은 2010년 IBK기업은행 창단 당시 신생구단 우선지명으로 입단했다. 10년 넘게 V-리그 무대를 누볐으며,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에 출전하기도 했다.
위기도 있었다. 김희진은 2019-2020시즌부터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자신의 기량을 뽐내지 못했다. 2024-2025시즌에는 32점에 그쳤다.
김희진이 변화를 맞이한 건 지난 5월 말이었다.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이 트레이드에 합의하면서 김희진이 팀을 옮기게 됐다. 현대건설은 2026-2027시즌 신인 2라운드 지명권, 현금을 IBK기업은행에 내주면서 김희진을 품었다. 2024-2025시즌 종료 뒤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미들 블로커 이다현이 흥국생명으로 이적하면서 전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시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김희진이 미들 블로커 포지션의 전력을 보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직 컨디션이 완전하진 않지만, 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본인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김희진은 비시즌 동안 체중을 감량하는 등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다. 지난 9월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에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컨디션을 점검했고, 건강한 몸 상태로 정규리그에 돌입했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나쁘지 않다. 강성형 감독은 "블로킹 타이밍, 공격, 노련미까지 최근 들어 계속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본인은 (무릎 상태에 대해) 괜찮다고 하는데, 계속 경기하다 보면 체력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양)효진이도 마찬가지다. 잘 조절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평가했다.
김희진은 "이제 (새 팀에) 적응하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 내가 코트 위에서 얼마나 더 활발하게 움직이느냐, 또 강공이나 팁 공격을 하면서 상대를 흔드느냐에 따라서 양쪽 공격수가 더 편안해진다. 세터 김다인도 더 편하게 볼을 분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응보다는 내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무릎 상태는 나쁘지 않다는 게 김희진의 이야기다. 그는 "고비를 넘기니까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그래도 휴식은 필요하다. 휴식해야 다시 살아난다"며 미소 지었다.
김희진에게 큰 힘이 되는 존재가 있다면, 바로 팀 동료 양효진이다. 김희진은 "(양)효진 언니는 나만 보면 웃고 지나간다. 최고참이 어떻게 보면 외로운 자리일 수도 있는데, 서로 장난을 친다"며 "효진 언니에게 직접 배우기보다는 특정 상황에서 어디로 공을 때리고 어떤 공격을 하는지에 대해서 배우는 것 같다. 말하지 않아도 공유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현대건설은 7승6패(승점 23점)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한국도로공사와의 격차는 승점 6점 차다. 다만 중위권 팀들이 계속 추격하고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김희진은 "이번 시즌에는 2위부터 아래에 있는 팀까지 격차가 크지 않아 한 경기 차로 올라가고 떨어진다"며 "매 경기가 소중하지만, 3~4라운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