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는 손흥민이 팀을 떠난 이후에도 손흥민 덕을 보고 싶은 듯하다.
지난 10년 동안 손흥민을 앞세워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며 재미를 봤던 토트넘이 손흥민이 팀을 떠난 뒤 매출이 급락하자 또다시 손흥민에게 기대려 하고 있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새로운 팀인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스앤젤레스FC(LAFC)와의 친선전, 그것도 한국에서의 친선전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이다.
토트넘 내부 소식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진 존 웬햄은 최근 '토트넘 홋스퍼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토트넘이 내년 여름 프리시즌 기간에 한국에서 LAFC와의 친선경기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한국을 세 번이나 찾았던 토트넘의 프리시즌 방한 투어가 매번 성공적으로 끝났고, 토트넘이 이를 토대로 다시 한번 한국 투어를 추진 중이라면서 구단이 다시 한번 손흥민을 간판으로 세우는 프리시즌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손흥민이 더 이상 토트넘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8월 토트넘의 프리시즌 투어에 동행했던 손흥민은 한국에서 열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를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이어졌던 토트넘 커리어를 마치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는 LAFC 입단 후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경기를 통틀어 12경기에서 10골 4도움을 올리며 LAFC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때문에 토트넘은 손흥민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있는 손흥민의 현 소속팀 LAFC를 프리시즌 상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손흥민의 존재 자체가 명분인 것이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손흥민의 마지막 경기는 한국에서 치러졌던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였다. 손흥민이 경기 중 교체되어 나가자 팬들은 손흥민에게 기립 박수를 보냈다"라면서도 "하지만 팬들은 가까운 미래에 그들의 레전드인 손흥민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전하고 싶을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손흥민과 결별하게 된 토트넘 팬들이 손흥민을 다시 마주할 자리를 원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 직후 정든 토트넘을 떠난 손흥민 역시 언젠가 토트넘 팬들을 만나 확실하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유튜브 채널 '슛포러브'를 통해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서 팬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감정적으로도 특별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런던 복귀를 기대했지만, 토트넘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길 바라고 있는 눈치다.
웬햄은 "난 토트넘이 내년 여름 프리시즌 기간에 한국에서 LAFC와 친선경기를 추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토트넘이 손흥민을 위한 경기를 런던이 아닌 한국에서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2년 처음으로 방한했던 토트넘은 2024년, 그리고 올해 여름 연속으로 프리시즌 기간을 활용해 한국 투어를 진행했다. K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팀 K리그, 스페인의 세비야FC, 그리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 티켓은 가격과 관계없이 불티나게 팔렸다. 모두 '손흥민 효과'였다.
토트넘이 경기 장소를 한국으로 계획 중인 이유는 분명하다. 프리시즌 기간에 방문했을 때마다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뒀던 한국에서 다시 한번 손흥민을 앞세운 마케팅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게다가 토트넘은 손흥민이 LAFC로 떠난 이후 팬 스토어 매출이 반토막이 났고, 구장 티켓도 이전처럼 팔리지 않아 추가 수익이 필요한 상황이다. 토트넘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손흥민에게 다시 눈을 돌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토트넘이 더 이상 토트넘 선수가 아닌 손흥민을, 그것도 팀을 떠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많은 공감을 받기 힘들어 보인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직전 등번호 7번이 새겨진 새 시즌 손흥민 셔츠를 홈페이지에 내놔 빈축을 샀다. "떠난 손흥민의 셔츠를 파는 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다수의 한국 팬들은 토트넘이 아닌 손흥민을 좋아하는 팬들이다. 물론 손흥민을 응원하다 토트넘 팬이 된 경우도 많지만, 손흥민이 한국을 찾을 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대부분은 손흥민을 보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나 토트넘은 이를 간과하는 듯 손흥민을 활용해 한국 팬들에게 티켓을 팔 생각만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방식이라면 토트넘 현지 팬들의 분노를 살 가능성도 높다. 그렇지 않아도 구단 최고 레전드 중 한 명인 손흥민의 토트넘 소속 마지막 경기가 영국이 아닌 한국에서 치러졌다는 점에 아쉬워하고 있을 팬들로서는 토트넘이 팀의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외면하고 한국행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달갑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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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