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한국 축구의 차세대 골잡이 오현규가 유럽 무대에서 연일 존재감을 폭발시키고 있다.
최근 벨기에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을 오가며 전천후 득점력을 선보이고 있는 오현규의 질주는 손흥민이 떠난 뒤 침체됐던 한국 유럽파 공격수 계보를 잇겠다는 듯 맹렬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RC헹크는 7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브라가의 이스타디우 무니시팔 드 브라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4차전에서 브라가를 4-3으로 꺾었다.
난타전 양상의 경기에서 헹크는 선제 실점 후에도 물러서지 않고 끈질긴 추격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헹크는 승점 7점을 확보하며 조 13위로 올라섰고, 최근 공식전 7경기 무패(4승 3무)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오현규였다. 그는 단 하이만스와 투톱으로 출전해 전방 압박과 마무리에서 모두 존재감을 드러냈다.
경기 초반 브라가가 주도권을 잡으며 헹크를 몰아붙였지만, 오현규는 전반 중반부터 점차 경기에 적응하며 위협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후반 14분 오현규는 하이만스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내준 땅볼 크로스를 왼발로 강하게 차 넣으며 팀의 세 번째 골을 완성했다. 브라가 수비진의 시선을 교묘하게 피해 들어간 타이밍과 정확한 슈팅 모두 인상적이었다.
지난 2일 리그 경기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데 이어 유로파리그에서도 연속 득점에 성공한 그는 최근 물오른 득점 감각을 입증했다.
이 골로 그는 벌써 시즌 7호 골이자 UEFA 유로파리그 2호 골을 기록하며 리그에서는 물론 유럽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특히 이날 골은 단순한 추가 득점이 아니라 사실상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헹크가 2-1로 앞서던 상황에서 터진 오현규의 골은 브라가의 반격 의지를 꺾고 팀에 확실한 흐름을 가져다줬다.
결국 헹크는 이후 실점에도 불구하고 4-3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경기 후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오현규에게 평점 7.7점을 부여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그는 77분 동안 득점 1회, 유효슈팅 3회, 패스 성공률 100%(6회 성공), 걷어내기 1회를 기록하며 팀 공격의 핵심 역할을 했다.
오현규의 이번 시즌 득점 행보는 더욱 눈에 띈다.
그는 현재 공식전 19경기에서 7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4골 2도움, 유럽대항전에서 3골을 넣었다.
'풋몹' 통계에 따르면, 오현규는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기대 득점값(xG) 3.8로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제르단 샤키리(바젤)의 2.9보다도 0.9 높다.
이는 오현규가 단순히 운 좋게 득점하는 선수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높은 품질의 찬스를 만들어내는 유형임을 보여준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유럽 무대에서 득점이 없던 오현규는 올 시즌 유로파리그 본선 4경기 만에 2골을 넣으며 단숨에 공격 포인트를 늘렸다.
현재 유로파리그 득점 선두는 3골로, 함자 이가마네(릴), 이고르 제주스(노팅엄 포레스트), 샤키리 등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오현규는 단 1골 차이로 그 뒤를 추격 중이다.
헹크의 남은 일정도 오현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앞으로 바젤(스위스), 미트윌란(덴마크), 위트레흐트(네덜란드), 말뫼(스웨덴) 등을 상대하게 되는데, 이들 팀은 모두 빅리그 강호는 아니다.
오현규가 지금의 경기 감각을 유지한다면 유럽대항전 득점 순위 상위권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헹크 구단 내부에서도 오현규의 성장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그는 대부분 교체 자원으로 뛰며 '조커' 역할에 그쳤다. 리그에서 9골을 넣었지만, 선발 출전은 단 3경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시즌 토르스텐 핑크 감독이 그를 시즌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중용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핑크 감독의 신뢰에 오현규는 득점으로 화답했고, 여름 이적시장 당시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무산된 아쉬움도 경기력으로 털어냈다.
최근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그는 이제 팀 내 확실한 주전 공격수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핑크 감독은 브라가전 이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오현규는 매 경기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팀의 공격 전환 과정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수"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오현규의 상승세는 소속팀을 넘어 대표팀에도 큰 반가운 소식이다.
그는 11월 A매치 기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에 소집돼 볼리비아, 가나와의 평가전에 나선다.
이미 9월 멕시코전과 10월 파라과이전에서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바 있어, 대표팀의 최전방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새롭게 발탁된 조규성(미트윌란)부터 오세훈(마치다 젤비아) 등이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의 경쟁 상대로 거론되지만, 현 시점에서 득점 감각과 경기 감각 모두 오현규가 앞선다.
미트윌란의 조규성 역시 최근 셀틱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오현규는 벨기에 리그와 유럽대항전을 병행하며 꾸준히 득점 중이다.
손흥민이 2024년 여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로 이적한 이후, 유럽 무대에서 꾸준히 득점을 올리는 한국 공격수의 부재는 한국 축구의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오현규의 이러한 활약은 해당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데 충분하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독일이나 잉글랜드의 빅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쏟아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지금의 오현규에게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자신감과 결정력을 동시에 찾은 그는 시즌 절반을 앞둔 시점에서 팀의 에이스 자리를 꿰차야 한다.
사진=KRC헹크 / 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