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백승호가 2경기 연속 득점으로 시즌 3호 골을 기록했다.
백승호는 며칠 전 브리스톨 시티와의 경기에서 실점으로 이어지는 실수를 범해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백승호를 향한 신뢰를 유지한 버밍엄 시티의 사령탑 크리스 데이비스 감독은 백승호를 향한 비판에 선수를 두둔하며 믿음을 지켰다.
그는 "축구는 각자의 의견이 다 있는 법이며, 우리는 그런 의견들을 환영한다"라면서도 "하지만 백승호를 향한 비난은 터무니없다. 그는 정말 뛰어난 선수"라며 제자를 감쌌다.
백승호는 5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세인트 앤드류스 나이트헤드 파크에서 열린 밀월과의 2025-2026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14라운드 홈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버밍엄 시티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백승호를 비롯한 네 명의 선수들의 릴레이 득점을 묶어 연승을 내달린 버밍엄 시티는 승점 21점(6승3무5패)을 마크하며 리그 9위로 올라섰다. 4위 밀월과의 승점 차가 3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 상위권 도약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백승호는 토미 도일과 함께 팀의 허리를 책임지며 선제골을 터트린 것을 포함해 90분 내내 맹활약을 펼쳤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백승호는 패스 성공률 90%(56/62), 키 패스 1회, 지상 경합 성공 2회(3회 시도), 공중 경합 성공 2회(3회 시도) 등을 기록하며 중원에서 탄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백승호는 전반 28분경 페널티지역 안까지 침투한 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잡아놓고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밀월의 골네트를 흔들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직전 경기였던 포츠머스전에서 다이빙 헤더로 시즌 2호 골을 터트린 데 이은 백승호의 두 경기 연속 골이자 시즌 3호 골이었다.
지난 8월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전에서 팀의 1-0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골을 터트린 백승호는 한동안 득점이 없었지만, 직전 포츠머스전에 이어 또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버밍엄 시티의 '만능 미드필더'로 거듭난 모습이다. 득점과는 거리가 있는 3선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백승호는 공격 상황에서도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이제는 버밍엄 시티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선수가 됐다.
버밍엄 지역지 '버밍엄 라이브'는 백승호에게 평점 8점과 함께 "백승호가 멋진 득점으로 지난 두 경기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에 답했다"라며 "백승호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다. 그가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라고 호평했다.
또한 '버밍엄 라이브'는 데이비스 감독이 경기 후 밀월전에서 골을 기록한 네 명의 선수들을 칭찬하면서 백승호에 대한 비판에 답했다며 데이비스 감독의 발언을 주목했다.
'버밍엄 라이브'에 따르면 데이비스 감독은 "다시 한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리는 경기에서 매우 위협적이었고, 다양한 루트로 득점을 올렸다. 세트피스, 역습, 그리고 돌파 플레이로 골을 넣었고, 느린 빌드업과 빠른 크로스로도 골을 넣었다"라며 "우리는 모든 면에서 다재다능했는데, 이는 우리에게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무기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매체는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될 만한 후보는 여럿이었는데, 그중에는 두 경기에서 두 골을 넣으며 비판에 멋지게 답한 한국의 미드필더 백승호도 있었다"라면서 "10일 전 브리스톨 시티와의 경기에서 잘못된 패스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데이비스 감독은 백승호에 대한 믿음을 지킨 공로로 보상을 받았다"라며 백승호와 관련된 데이비스 감독의 코멘트를 전했다.
데이비스 감독은 "축구는 의견의 영역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환영한다"라면서 "하지만 그에 대한 비난은 말도 안 된다. 그는 정말 뛰어난 선수"라며 백승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존중하지만, 백승호는 분명히 뛰어난 선수라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감독이 유독 백승호를 아낄 이유는 많다.
K리그1 전북 현대에서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거듭난 뒤 지난해 1월 자유계약(FA)으로 버밍엄 시티에 입단한 백승호는 곧바로 팀의 주축 미드필더로 자리잡았고, 잉글랜드 리그 원(3부리그)으로 떨어졌던 버밍엄 시티가 챔피언십으로 승격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자신이 해외에서도 통하는 미드필더라는 것을 증명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백승호의 활약을 지켜본 다수의 구단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백투백 승격'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복귀를 노리던 버밍엄 시티가 제시한 비전과 제안에 만족한 백승호는 결국 잔류를 선택했다.
백승호는 이번 시즌에도 팀의 3선을 책임지는 미드필더로 팀의 승격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버밍엄 시티는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으나, 최근 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백승호 개인에게도 최고의 시즌이 되어가고 있다. 백승호는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최근 꾸준하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호쾌한 중거리 슛을 터트리기도 했던 백승호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며 자신의 커리어 두 번째 월드컵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버밍엄 시티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