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신성 임종언(노원고)이 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첫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며 내년 2월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앞두고 세게 쇼트트랙 판도 변화를 알렸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김길리는 금메달 한 개와 은메달 2개를 따내며 역시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 앞두고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고교 3학년인 임종언은 13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모리스 리처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ISU 월드투어 1차 대회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황대헌, 이준서, 신동민과 함께 달려 6분50초781을 기록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종언은 전날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16초141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해 생애 첫 월드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하루 뒤엔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2관왕이 됐다.
임종언은 13일 열린 남자 1000m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캐나다가 점령했던 세계 남자 쇼트트랙에 한국이 다시 강자로 등장했음을 알렸다.
임종언은 지난 4월 치러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자부 전체 1위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물론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개인전 출전권까지 따낸 주인공이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앞서 지난 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벌어진 ISU 세계주니어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선 남자 1000m와 1500m, 3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에서 금메달 4개를 수확하며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로 급부상한 뒤 곧장 성인 대표팀에 합류해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111.11m 트랙을 45바퀴 도는 5000m 계주 경기에서 한국은 20바퀴를 남겨놓을 때까지 중국, 이탈리아, 캐나다 선수들을 앞으로 보내고 뒤에서 레이스를 관망했다.
그러다가 순위를 하나씩 끌어올리더니 9바퀴 남겨놓고 선두를 달리던 이탈리아가 넘어지면서 임종언이 선두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의 2번 주자를 맡아 마지막 두 바퀴를 책임진 임종언은 막판 중국의 추격을 가볍게 따돌리고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다.
중국이 6분51초160으로 2위에 올랐다. 캐나다가 페널티를 받은 가운데 넘어졌던 이탈리아가 7분03초224로 동메달을 땄다.
임종언은 앞서 열린 남자 1000m에서도 2위를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 메달 3개를 쓸어담았다. 1분30초448로 결승선을 들어오면서 피에트로 지겔(이탈리아·1분30초488)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류샤오앙(헝가리·1분30초628), 쑨룽(중국·1분30초754) 등 두 중국 선수들을 각각 3위와 4위로 밀어냈다.
여자부에선 주종목인 1500m에서 지난 3월 베이징 ISU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최민정이 7위로 부진한 가운데 김길리가 은메달을 수확했다.
김길리는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22초217을 찍으면서 코트니 사로(캐나다·2분22초156) 다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코린 스토다드(미국)이 2분22초256으로 3위를 차지했다.
김길리는 결승선 앞둔 마지막 코너에서 바깥쪽을 공략하며 스케이트 날을 쭉 뻗었다. 사로를 누르진 못했으나 스토다드보다는 0.039초 먼저 들어왔다. 김길리는 전날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 여자 1000m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세 번쩨 메달을 손에 쥐었다.
한편 한국은 혼성 계주 2000m 결승에선 이정민(남자), 최민정, 심석희(이상 여자)와 함께 팀을 이뤄 2위로 들어왔으나 페널티를 받아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이 종목에선 중국이 우승했다.
여자 500m에선 아예 결승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 종목 세계 최강자인 산드라 펠제부르(네덜란드)가 우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 쿼터가 걸린 ISU 월드투어 4차례 대회 중 첫 대회에서 금3 은3을 따내며 준수한 성적을 챙겼다. 이번 대회에선 개최국 캐나다도 한국과 함께 금메달 3개를 거머쥐었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중국이 각각 금메달 하나씩 따냈다.
다만 남·여 모두 취약 종목인 500m에선 결승에 오른 선수가 나오질 않는 등 부진해 내년 올림픽 쿼터 3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