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세계랭킹 1, 2, 3위 중국 선수들 사이로 한국 여자탁구 간판인 '삐약이' 신유빈이 이름을 올렸다.
거대한 만리장성을 한 번 넘었던 신유빈이 또 다른 만리장성을 넘을 차례다.
한국 탁구 최초 역사를 쓴 그가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단식 우승 경력을 지닌 중국의 강자와 결승행을 다툰다.
신유빈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2025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중국 스매시에서 4강에 올랐다.
신유빈은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8강에서 중국에서 태어나 2020년 한국에 귀화한 주천희와 선의의 집안 다툼을 벌여 극적인 4-2(14-16 7-11 11-8 11-9 11-9 11-7) 역전승을 낚았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투어대회 상업화를 위해 WTT 시리즈를 출범시킨 2019년 이후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랜드 스매시 단식 종목 준결승 진출을 신유빈이 해냈다.
ITTF에서도 이를 인상적으로 받아들여, 신유빈이 주천희를 이긴 직후 홈페이지 통해 "이번 승리는 WTT 그랜드 스매시 사상 한국 여자 탁구 선수로는 처음 준결승에 오른 것이기 때문에 역사적"이라고 칭찬했다.
그랜드 스매시는 WTT 시리즈 중 세계선수권을 제외하고 가장 크고 인기 있는 대회다. 특히 남녀 단식은 세계 탁구를 휩쓸고 있는 중국 선수들을 비롯해 톱랭커들이 대부분 참가하며 본선 64강부터 시작한다.
남녀 단식 우승자는 랭킹 포인트 2000점이 주어지고, 결승 진출자에겐 1400점, 준결승 진출자에겐 700점이 부여된다.
상금도 남녀 단식 챔피언 각 13만5000달러(한화 1억9000만원)를 포함해 총상금이 무려 205만 달러(29억원)에 달한다.
신유빈은 지난해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혼합복식과 여자단체전 동메달을 연달아 따내 2012년 이후 두 대회 연속 올림픽 노메달 수모를 당했던 한국 탁구가 낭보를 알리는 중심에 섰다.
다만 당시에도 여자단식에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도 일본의 하야타 히나에 게임스코어 2-4로 패하면서 메달을 아깝게 놓쳤다. 이후 여자단식 세계랭킹이 17위까지 내려간 상태였다.
하지만 신유빈은 적지 중국에서 세계랭킹 4위 콰이만(중국)에 게임스코어 3-2(7-11 11-7 11-9 8-11 11-9) 뒤집기 드라마를 만들면서 이번 대회 여자단식 최대 이변 주인공이 됐다.
이어 3일 열린 주천희와의 격돌에서도 두 게임을 먼저 내준 뒤 네 게임을 연달아 따내며 다시 한 번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는 8강부터 7게임 중 4게임을 먼저 이기는 선수가 승리한다.
중국 산둥성 출신 주천희는 세계랭킹이 35위지만 이번 대회 32강에서 일본의 이토 미마(8위), 16강에서 중국의 스쉰야오(12위) 등 상위 랭커를 연달아 제압하며 8강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신유빈은 3게임부터 과감한 공격으로 주천희의 흐름을 꺾으면서 내달렸다.
3게임 8-8까지 접전을 이어가던 신유빈은 회전량 많은 서브와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3연속 득점해 11-8로 이겼다. 4게임과 5게임에선 각각 10-9, 9-9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두 게임을 모두 이겼다. 6게임에선 초반부터 앞서나간 끝에 11-7로 마무리하고 웃었다.
신유빈의 준결승 상대는 세계 2위로, 신유빈보다 두 살 많은 1999년생 왕만위다.
2021 휴스턴 세계선수권(개인전)에서 여자단식, 여자복식 2관왕에 올랐던 왕만위는 이후에도 세계 1위 쑨잉샤, 2020 도쿄 올림픽과 파리 올림픽에서 연달아 여자단식 우승을 한 천멍(현재 국제무대 은퇴) 등과 함께 중국 여자탁구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선수로 군림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허주오지아(중국), 마니카 바라타(인도), 하야타 히나(일본)를 줄줄이 게임스코어 3-0으로 제압하더니 8강에선 일본이 자랑하는 하리모토 남매의 여동생인 하리모토 미와(세계 6위)를 29분 만에 게임스코어 4-0(11-3 12-10 11-6 11-4)로 완파하고 신유빈과 격돌하게 됐다.
준결승 다른 대진은 쑨잉샤와 세계 3위 천싱퉁의 격돌로 짜여졌다.
세계선수권 다음 가는 권위의 대회 여자단식에서 중국의 최강자 3명과 신유빈이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다툼을 하게 된 셈이다.
신유빈 입장에선 부담을 내려놓고 후회 없는 한판 승부를 해볼 기반을 마련했다. 신유빈과 왕만위의 격돌은 4일 오후 6시45분 열린다.
사진=ITTF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