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정우주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11개 팀이 모인 앞에서 KBO 역사에서도 드물었던 '9구 K-K-K' 장면을 만들어냈다.
한화는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9-3 대승을 거두고 5연승을 질주, 시즌 70승(48패3무) 고지를 밟았다.
이날 경기 시작부터 김인환의 시즌 첫 홈런을 앞세워 3-0 리드를 잡은 한화는 3회초 3점을 더 내고 달아났고, 4회초에는 이진영의 투런포로 8-2로 앞섰다. 5회말 코디 폰세가 1실점한 뒤 3-8로 앞선 6회말부터 불펜을 가동, 김종수가 6회말을 K-K-K로 깔끔하게 막았다.
7회말에는 조동욱이 올라와 연속 볼넷을 내준 뒤 정우주로 투수를 교체했다. 무사 1, 2루 위기에서 등판한 정우주는 임지열을 상대로 초구부터 151km/h 직구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한화 팬들의 함성을 한가득 받았다. 이후 직구 2개를 더 던져 3구삼진으로 1아웃.
계속해서 한화팬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정우주는 김웅빈에게도 빠른 직구 2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았고, 3구 153km/h 직구로 헛스윙을 이끌어내고 공 3개로 삼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다음 타자 루벤 카디네스에게도 초구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자 다시 한 번 고척돔이 들썩였다.
이날 고척돔에는 폰세와 송성문의 플레이를 지켜보기 위해 무려 11개 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찾았는데, 이들도 정우주의 위력투를 보고 놀라움을 표했다. 카디네스 상대 2구도 직구로 헛스윙을 이끌어낸 정우주는 3구까지 직구를 던져 카디네스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고, 단 9구로 K-K-K를 완성했다.
팬들은 물론 한화 선수단 전체, 그리고 스카우트들까지 박수를 치며 놀라움을 표했다. 단 9구로 삼진 3개를 잡은 건 KBO 역사를 통틀어도 딱 10번 나온 장면이다. 지난 4월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LG 트윈스 임찬규가 10번째를 달성했고, 정우주가 11번째. 고졸 신인으로 범위를 좁히면 지난해 7월 10일 수원 KT전에서 두산 베어스 김택연이 처음 달성한 뒤 정우주가 2번째다.
경기 후 정우주는 "팔을 풀 때 평소보다 잘 가는 느낌이 있어서 컨디션 괜찮다고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변화구도 많이 써보고 싶었는데 직구가 괜찮은 것 같아서 빠르게 승부를 하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솔직히 볼이 되는 공도 많았는데, 운 좋게 헛스윙이 되면서 삼진이 잘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박수를 치며 놀랐다고 전하자 그는 "그런 수준 높은 무대에서 잘 봐주셨다는 것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 가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더 열심히 하고 좋은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다. 아직은 너무 이르고, 더 많이 다듬어야 한다"고 웃었다.
정우주는 "8번째까지 스트라이크를 잡았을 때 그 전까지는 별로 의식이 없다가, 갑자기 한순간 머릿속에 삼구삼진이 스쳐지나갔다. 의식했지만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고 던졌는데 삼진이 나와서 너무 좋았다"고 털어놨다.
정우주의 공 하나하나에 환호성이 대단했다. 그는 "첫 등판 했을 때가 생각나서 울컥하기도 했다. 8월에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두 경기 아쉬웠는데, 믿고 써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선배님들도 칭찬해주셨고, 감독님께서도 저번에 던졌을 때나, 오늘이나 다 똑같은 정우주니까 뭐가 다른지 생각해보라고 해주시고, 너무 잘 던졌다고 칭찬해주셨다"고 전했다.
프로 첫 시즌, 정우주는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프로에서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 뭐가 부족한지 계속 경험하고 있다. 선배들을 보면서도 계속 어떻게 타자들을 상대해야 하는지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다른 팀 선수 중에서도 참고하는 선수가 있냐고 묻자 그는 "워낙 훌륭한 선배들이 많아서 우리 팀 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고척,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