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유민 기자) 염경엽 LG 감독이 9일 경기 초반에 나온 '도루 금지' 사인에 대한 전말을 밝혔다.
LG는 지난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초반 대량 득점을 바탕으로 8-1 대승을 거뒀다.
1회말 선두타자 신민재의 안타와 오스틴 딘의 선제 투런포로 기선을 제압한 LG는 이어진 문보경의 안타와 도루, 오지환의 적시타로 3점을 먼저 달아났다.
LG는 2회말에도 선두타자 박해민의 안타, 신민재의 볼넷, 문성주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점수를 추가했다. 한화 선발 엄상백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뒤엔 바뀐 투수 조동욱 상대 문보경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도망갔다.
6-0으로 앞선 3회말 1아웃 이후 박해민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이때 염경엽 LG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손으로 X자를 그리며 사인을 보냈고, 박해민도 사인을 알아들었다는 듯 X자를 그렸다.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도루를 시도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야구에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이미 경기가 일방적으로 흘러갔을 때 굳이 도루나 번트 등으로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다만 경기가 아직 초반이었고, 한화의 공격 찬스가 6이닝이나 남아있었기 때문에 해당 불문율이 적용되는 상황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10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염경엽 LG 감독은 해당 장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제가 감독 1년 차일 때 야구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를 가르쳐 주신 분이 김경문 감독님이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제 나름의 불문율이 있다. 우리와 상대의 카드, 추가 득점이 가능한지를 복합적으로 생각해 판단하는 기준이 6~7점이다"라며 "어제(9일) 같은 경우 6점 차에서 우리가 충분히 추가 득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우리 필승조를 쓰지 않고 승리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작년에 모 팀이랑 하는데 6회 5점 차에 번트를 댔다고 빈볼이 날아오더라. 당시 우리 불펜은 4, 5점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경기 끝나고 상대 감독과 막말을 하면서 싸운 적이 있다"고 밝힌 염 감독은 "이후 오해를 풀고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 그러니까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불문율이 더 중요한 것"이라 덧붙였다.
LG는 3회 박해민의 출루 이후 신민재의 볼넷, 문성주의 안타, 오스틴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도망갔다. 5회초 선발 요니 치리노스가 대타 이도윤에게 추격의 타점을 허용했지만, 5회말 문성주의 희생타로 다시 점수 차를 벌렸다. LG는 치리노스의 7이닝 1실점 호투 이후 8회 이지강, 9회 박명근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결과적으로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필승조를 쓰지도 않으면서 승리를 챙기려는 염경엽 감독의 의도가 정확히 들어맞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유민 기자 k4894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