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의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은 더 이상 '설'이 아니다. 이제 현실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축구계 높은 공신력을 자랑하는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가 직접 "손흥민의 에이전트와 사우디 측이 만났다"고 확인하면서 토트넘에서만 10년 가까이 뛴 손흥민의 시간이 마침내 중대한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레전드에 대한 예우 또는 세대교체 및 현금화라는 선택지 사이에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에 놓였다.
로마노는 7일(한국시간) 글로벌 스포츠 OTT DAZN의 이적시장 프로그램 'DAZN 트랜스퍼'에 출연해 "손흥민의 에이전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몇 주간 대화가 있었다"고 폭탄 발언했다.
로마노는 "아직 진전된 대화나 토트넘에 대한 공식 제안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초기 단계이지만 흥미롭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우디 클럽이 접근하면 많은 것들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적 가능성을 결코 배제하지 않았다.
로마노가 언급한 불확실성의 중심에는 토트넘의 냉정한 '실리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축구 전문 매체 EPL 인덱스는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제는 실용주의가 우선시될지도 모른다"며 "토트넘은 '상당한 금액이 제시된다면' 손흥민 매각에 동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지난 1월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을 1년 연장한 것은 장기적인 동행 약속이 아닌,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구단이 협상 주도권을 갖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상황은 토트넘에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지난 2일 "손흥민은 토트넘의 다음 주요 이적 후보로 떠오를 전망이다. 토트넘은 사우디 프로리그 구단들의 타깃인 손흥민을 방출해 이적료 수익을 얻을 기회를 잡았다"며 토트넘이 손흥민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갈 거라고 전한 바 있다.
또 다른 매체 데일리 메일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재계약이 불투명한 알나스르가 손흥민을 대체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계 방송사 스카이스포츠 역시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들어오는 엄청난 제안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만약 손흥민이 새 도전을 원한다면 (이적을) 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사실상 구단이 매각의 문을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도 관련 소식을 다루면서 손흥민의 사우디 이적 가능성을 점쳤다.
BBC는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한 손흥민은 사우디 리그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손흥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면서 "손흥민은 지난달 유로파리그에서 40년 만에 유럽대항전 우승을 이끌었으나 데뷔 시즌 이래 최저 득점(11골)에 그쳤다"고 예전과 같은 기량이 아닌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PL 인덱스는 더욱 날카로운 분석을 내놨다.
매체는 "손흥민의 이번 시즌 기록은 46경기 11골로, 2015년 이적 이후 가장 저조하다. 32세의 나이에 부상이 잦아지고 경기력도 약간 떨어지면서 토트넘은 이제 이적료와 선수단 재생성 측면에서 합리적인 계산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사우디가 3000만~4000만 파운드(약 552억~736억원) 이상의 제안을 한다면 이는 최고 수준의 선수 두 명을 영입할 자금이 될 수 있다. 1년 늦게 떠나는 것보다 1년 일찍 떠나는 것이 낫다"며 토트넘 구단 입장에서도 손흥민을 매각하는 게 나을 거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까지 확정되면서 손흥민의 입지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손흥민은 과거 사우디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 바 있다. 2023년 여름, 알이티하드의 거액 제안 직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은 사우디에 가지 않는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잔류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어느 정도 손흥민이 목표를 달성됐다는 시각도 있다. 주장으로서 팀에 17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토트넘에서 모든 것을 이뤘다고 판단한다면 새로운 도전을 선택할 명분은 충분하다.
특히 토트넘이 그를 미래 자원이 아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라 손흥민의 마음이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PL 인덱스는 "구단의 최근 레전드를 놓아주는 건 마음 아픈 일이겠지만 토트넘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이런 계산된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결론 내렸다.
구단을 대표했던 선수를 떠나보내는 건 가슴 아픈 일이지만 세대교체라는 현실 앞에서 토트넘과 손흥민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SNS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