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나승우 기자) 카타르 메시에서 축구 도사로 거듭난 남태희가 FC서울을 상대로 환상적인 중원 장악력을 선보이며 제주SK의 2연승을 이끌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제주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남태희의 2도움, 유인수의 2골, 이창민의 쐐기골로 3-1 승리했다.
원정에서 승점 3을 얻은 제주는 승점 19(5승4무8패, 승점 19)가 됐다. 하지만 순위는 10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서울은 승점 22(5승7무5패)로 7위에 머물렀다.
서울은 4-4-2 전형으로 나섰다. 강현무가 골문을 지켰고 김진수, 김주성, 야잔, 최준이 수비를 맡았다. 루카스, 황도윤, 류재문, 정승원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린가드와 둑스가 최전방에서 득점을 노렸다.
제주는 4-3-3 전형으로 맞섰다.. 김동준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김륜성, 송주훈, 임채민, 안태현이 수비 라인을 구성했다. 이탈로, 이창민, 남태희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유인수, 김주공, 김준하가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초반부터 제주가 전방 압박을 통해 서울의 공격 전개를 방해했다. 서울은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리듬을 찾았다. 제주 선수들 사이의 공간을 노렸다.
서울이 전반 7분 최준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제주의 골문을 노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제주가 멀리 걷어낸 공을 최준이 잡아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대 구석을 향해 날아간 공을 김동준 골키퍼가 잘 막아내며 균형이 이어졌다.
서울은 전반 11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린가드가 중앙으로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를 올렸지만 제주 수비가 잘 걷어냈다. 전반 14분에는 남태희가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감는 크로스를 올려봤지만 골대 쪽으로 향하면서 강현무 골키퍼에게 잡혔다.
전반 17분 린가드의 오른발 프리킥이 수비 벽에 걸려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제주 수비가 걷어낸 공을 정승운이 뒤에서 잡아 오른발 하프 발리 슈팅을 때려봤으나 골대를 크게 벗어나며 아쉬움을 삼켰다.
제주의 날카로운 역습이 전개됐다. 전반 19분 제주가 서울의 공격을 끊어내고 빠르게 역습을 가져갔다. 왼쪽에서 공을 잡은 남태희가 수비 두 명을 벗겨내고 오른발로 감아찼으나 강현무 골키퍼가 잘 막아냈다.
제주의 역습이 통했다. 전반 23분 유인수가 절묘한 침투 움직임으로 서울의 수비라인을 완벽하게 깨뜨렸다.
남태희가 유인수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찔러줬고, 유인수가 볼을 잡아 박스 안으로 한 번 더 치고 들어갔다. 야잔이 몸으로 막아봤지만 버텨낸 유인수가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넣었다.
유인수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인지를 놓고 비디오 판독(VAR)이 이뤄졌으나 문제가 없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제주가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실점을 내준 서울 수비가 흔들렸다. 여유가 있던 상황에서도 김주성이 제주의 패스를 끊어낸다는 것이 킥 방향을 잘못 잡으면서 골라인 아웃, 코너킥을 내주고 말았다.
제주 중원에서 남태희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전반 31분 서울 공격수 3명이 순간적으로 둘러싼 상황에서도 여유 있는 드리블로 압박을 벗겨내 볼 소유권을 지켜냈다.
제주가 다시 한 번 역습에 나섰다. 전반 32분 이탈로가 오른쪽 측면으로 크게 벌려줬다. 서울이 걷어내는 데 성공했으나 다시 공을 잡은 남태희가 빠르게 패스를 연결했고, 이탈로가 먼 거리에서 오른발 슈팅을 가져갔으나 빗맞으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서울도 오랜만에 공격에 나섰다. 전반 37분 황도윤이 찔러준 공을 수비 사이로 빠져들어간 둑스가 잡아 왼발로 때려봤으나 제주 수비가 빠르게 달려와 막아냈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도 서울은 제주 수비를 뚫지 못했다.
전반 39분 린가드의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서울의 공격이 계속됐다. 둑스를 향한 크로스 위주로 득점을 노려봤으나 잘 통하지 않았다. 전반 45분에는 류재문의 중거리 슈팅이 나왔지만 낮게 깔린 슈팅을 김동준이 잘 잡아냈다.
추가 시간 2분이 주어졌다. 서울의 공격이 막혔고, 제주가 역습을 가져갔다. 남태희가 직접 공을 몰고 들어가 박스 안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옆그물을 때리면서 2-0을 만들지 못했다.
제주의 1-0 리드로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류재문을 불러들이고 문선민을 투입한 서울이 맹공을 퍼부었다. 후반 3분 김진수가 내준 공을 린가드가 박스 안에서 오른발로 밀어차봤으나 임채민이 머리로 걷어냈다.
하지만 제주의 역습 한 방이 서울을 또 무너뜨렸다. 후반 5분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남태희가 오른발로 슈팅을 때릴 듯 속이고 뒷발로 내준 것을 이창민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낮고 빠르게 깔린 공이 골문 하단 구석에 꽂히면서 2-0이 됐다. 강현무 골키퍼도 꼼짝할 수 없었던 완벽한 슈팅이었다.
서울은 후반 9분 김진수가 박스 안에서 걸려 넘어졌으나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접촉이라는 판단이었다.
직후 제주가 선수를 교체했다. 김주공, 김준하 두 명의 공격수를 불러들이고 오재혁, 장민규를 투입해 수비 숫자를 더 늘렸다. 완전히 수비에 치중하는 형태로 변화를 가져갔다.
자연스레 서울의 공격 기회가 더욱 늘어났다. 하지만 단단히 걸어잠근 제주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후반 15분 코너킥에 상황에서 나온 린가드의 오른발 슈팅은 옆그물을 출렁였다.
제주의 수비 집중력도 빛났다. 후반 16분 문선민이 후반에서 넘어온 공을 떨궈줬고, 둑스가 골키퍼 바로 앞에서 슈팅을 때렸으나 골키퍼가 막아냈다. 튕겨나온 공을 문선민이 재차 슈팅으로 가져가봤으나 골라인을 넘기 직전 제주 안태현이 머리로 걷어냈다.
제주가 완전히 쐐기를 박았다. 이번에도 역습이었다. 후반 23분 안태현이 오른쪽 측면에서 린가드를 돌파한 후 크로스를 올렸고, 유인수에게 정확히 연결됐다. 유인수는 수비 방해 없이 머리로 돌려놨고, 공은 한 차례 바운드 된 후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도 곧바로 한 골 만회했다. 후반 25분 루카스가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야잔이 머리로 받아넣어 3-1이 됐다.
후반 30분에는 야잔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나왔고, 김도준이 쳐냈다. 흘러나온 공이 린가드 발에 걸리지 않으면서 득점 기회가 무산됐다.
경기 최대 변수가 생겼다. 이날 서울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던 김동준 골키퍼가 후반 34분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제주는 급하게 안찬기를 준비시킨 후 투입했다.
후반 36분에는 양 팀 선수들이 중원에서 볼다툼을 하다 충돌했다. 남태희가 정승원을 잡아끌었고, 이후 반칙이 불린 상황에서 임채민의 어깨에 정승원이 얼굴을 가격 당해 쓰러졌다. 역습을 의도적인 반칙으로 끊은 남태희와 불필요한 충돌을 야기한 임채민 모두 경고를 받았다.
서울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후반 40분 린가드의 코너킥이 야잔의 이마에 정확히 얹혔으나 야잔의 머리를 떠난 공은 골대 오른쪽을 살짝 벗어났다.
서울의 크로스 공격이 이어졌다. 린가드가 올려준 크로스를 교체 투입된 이승모가 머리로 방향을 살짝 돌려놨으나 안찬기가 손끝으로 쳐냈다.
이어진 서울의 공격도 무산됐으나 공을 잡은 안찬기가 빠르게 볼을 처리하지 않자 주심은 박스 안 간접 프리킥을 선언했다. 제주 선수 전원이 골문 앞에 일렬로 늘어서 슈팅 코스를 모두 막았다. 하지만 김진수가 살짝 밀어준 공을 린가드가 오른발로 때렸으나 김주성 머리 맞고 하늘로 높게 솟구치고 말았다.
후반전 추가시간은 8분 주어졌다. 추가시간 3분 교체 투입된 제주 오재혁이 역습 상황에서 박스 안 왼발 슈팅을 때렸다. 그러나 강현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서울은 루카스의 회심의 오른발 슈팅이 안찬기 손에 막히며 고개를 떨궜다.
결국 마지막까지 잘 버틴 제주가 서울 원정에서 귀중한 승리를 가져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