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손흥민이 다시 한 번 유럽 무대 정상에 도전한다.
토트넘은 오는 2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리는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우승컵을 두고 격돌한다.
손흥민 역시 해당 경기를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 의지를 불태웠다.
이번 결승전은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손흥민 개인에게, 그리고 토트넘이라는 구단의 역사에도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2015년 독일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후 줄곧 토트넘에서 커리어를 이어왔다.
그간 수많은 빛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다. 2019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지만 리버풀에게 0-2로 패했고, 리그컵 결승에서도 좌절을 맛봤다.
이제 손흥민은 그 모든 아쉬움을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털어내고자 한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20일 보도에서 손흥민의 출전 여부가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데이터와 최근 폼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히샬리송이 선발로 나서는 것이 더 나아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손흥민이야말로 토트넘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리더이자 상징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 시즌 손흥민은 경기력 저하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후반기에는 발 부상으로 1개월가량 결장하기도 했다.
매체가 제시한 데이터상으로도 손흥민이 출전한 45경기에서 토트넘의 승률은 40%에 그친 반면, 그가 결장한 13경기에서는 53.9%로 오히려 더 높았다.
반면 히샬리송이 출전한 경기에서는 45.5%의 승률을 기록했으며, 결장 시에는 41.7%에 머물렀다.
득점 면에서도 손흥민은 최근 17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고, 히샬리송은 같은 기간 4골을 넣으며 효율적인 공격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매체는 수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에 주목했다. 바로 경험과 책임감, 그리고 클럽을 향한 충성심이다.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 스쿼드에서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출전했던 유일한 공격 자원이다.
손흥민 본인 역시 그날의 패배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런던 지역 매체 '풋볼 런던'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는 21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날 패배는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당시에는 긴장도 많이 했고, 지금과는 많이 다른 선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장으로서 책임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다르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주장으로서 보여주는 리더십은 경기장 밖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최근 토트넘 훈련장에서 열린 팀 바비큐 행사에 대해 언급하며 "크리스티안 로메로, 로드리고 벤탄쿠르, 그리고 히샬리송이 준비한 행사 덕분에 선수들이 더 끈끈해졌다. 모두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에 대해 "이는 단순한 친목 행사를 넘어, 결승을 앞두고 팀의 분위기를 하나로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또 "올 시즌은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프리미어리그 성적도 우리가 기대한 수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유로파리그 결승이라는 이 기회는 그런 모든 아쉬움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기회다"라며 해당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흥민의 언급처럼, 이번 결승은 단순한 시즌 마무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토트넘은 지난 2008년 리그컵 이후 단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을 때도, 결과적으로 '무관'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또한 이번 경기에서 토트넘이 우승에 성공하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확보할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상위권 진입이 어려웠던 올 시즌을 전환시킬 수 있는 절박한 기회이기도 하다
손흥민도 이에 대해 "몇몇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에도 성공했고, 프리미어리그 2위도 했지만 항상 뭔가 부족했다. 이번 결승은 우리가 그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현실적인 기회다.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내일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과의 계약이 2026년 여름까지 딱 1년 남아 있지만, 이번 결승전이 구단에서의 마지막 우승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매 경기 의미가 있지만, 이번 경기는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결승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그래서 더 절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 팬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한국 시각으로 새벽 4시에 경기가 열리는 만큼 팬들의 응원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항상 늦은 시간에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들에게 미소와 함께 트로피라는 선물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나 최근 바이에른 뮌헨에서 첫 트로피를 들어올린 해리 케인과 영상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리는 내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 그가 우승한 것을 가족처럼 기뻐했다. 그 기운이 우리에게도 전해져 좋은 결과를 가져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2019년 결승에서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초반부터 집중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경기다.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은, 그의 열 번째 시즌이 찬란한 결실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