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최근 불거진 사생활 논란을 뒤로 하고 생애 첫 트로피 획득을 앞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꼭 따내겠다고 밝혔다.
UEFA가 19일(한국시간)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손흥민은 "토트넘에 온 지 10년 동안 딱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걸 다 이뤘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정말 감사하다. 항상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처럼 훌륭한 한국 선수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오는 22일 오전 4시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24-2025시즌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리그, FA컵, 리그컵에서 모두 부진했다. 유일하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만 결승까지 올라 우승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토트넘이 맨유를 꺾는다면 1984년 이후 41년 만에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된다. 또한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후 이어졌던 무관 징스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손흥민 또한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2020-2021시즌 리그컵 준우승 이후 생애 첫 트로피를 들 기회를 잡았다. 선수 경력을 통틀어 23세 이하(U-23) 대회인 아시안게임에서만 우승 경험이 있는 손흥민은 이번 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UEFA에 따르면 손흥민은 맨유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에 정말 감사하다. 항상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나처럼 훌륭한 한국 선수들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며 "나보다 먼저 유럽에서 활약했던 한국 선수들의 긍정적인 영향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대선배 차범근, 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이청용을 언급하면서 "유럽 무대에서 훌륭하고 아름답게 길을 닦아준 훌륭한 선수들이 있었다. 차범근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과 비교되는 건 항상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영광"이라고 선배들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날의 아픈 기억도 꺼냈다.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서 리버풀에게 패해 우승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던 기억이었다.
손흥민은 "그 실망감에서 쉽게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른 대회이고 다른 기회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강한 정신력으로 경기에 임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실망감에 계속 얽매이기보다는 그 패배에서 확실히 뭔가를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대 팀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고통스러웠다.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는 상대를 축하해야 하는데 그걸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그런 특별한 경기에서 지는 게 정신적으로 좀 힘들었던 것 같다. 난 지는 걸 정말 싫어한다"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이번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했다.
손흥민은 "리그 성적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만약 이번 시즌을 계속해서 안 좋은 시즌으로 여겼다면 유로파리그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마지막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건 열심히 노력했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기장에 있을 때 어떻게 하면 팀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는 내 플레이 방식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항상 매 경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리듬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는 코트로 돌아가는 방법을 많이 고민한다"며 "그런 순간들을 극복하기 위해 시각화와 멘털 트레이닝에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그 덕에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완벽할 수는 없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토트넘에서 꾸준히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결승전 상대 맨유에 대해서는 "우리는 항상 상대를 존중하지만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맨유 선수들도 같은 생각을 할 거다.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경기가 되겠지만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며 "승리에 대한 열망은 우리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토트넘에서 10년 동안 딱 한 가지만 빼고 모든 걸 이뤘다. 그걸 얻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꿈을 항상 꿔왔다. 그 꿈을 꼭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기필코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손흥민을 둘러싼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지난 달 초부터 한 달 동안 부상으로 쉬었기 때문이다.
크리스털 팰리스전을 통해 부상에서 복귀한 손흥민은 애스턴 빌라전에서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그러나 빌라전에서도 아직까지 완전히 정상 수준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결승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사생활 논란까지 겹치며 경기 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아직 결론이 나온 건 아니지만 많은 팬들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흥민이 최근 논란을 뒤로 하고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