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의 '미운 오리'가 바이에른 뮌핸의 '백조'로 변신해 AS모나코로 훨훨 날아간다.
한국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와 함께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생애 첫 타이틀 기쁨을 누린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프랑스 명문 AS모나코 유니폼을 입는다.
모나코 구단은 15일(한국시간) "뮌헨 수비수 다이어와 오는 7월 1일부터 2028년 6월 30일까지 3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에 따르면 양 측의 계약엔 모나코가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1년 옵션 계약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을 통해 다이어는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과 토트넘과 뮌헨에 이어 생애 4번째 프로 구단에 몸 담게 됐다.
다이어는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49경기에 나서 3골을 넣는 등 커리어가 준수하다.
다만 지난 2022-2023시즌 토트넘이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티켓을 놓치는 등 부진하자 다음 시즌 부임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계획에서 사실상 제외돼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1월 새 팀을 찾아나서던 그에게 손을 내밀던 곳은 뜻밖에 세계 굴지의 명문 뮌헨이었다. 당시 핵심 센터백 김민재가 2024년 1~2월에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소속팀을 비우게 되자 그의 공백을 메울 단기 백업 수비수 찾던 뮌헨의 레이더망에 다이어가 포착된 것이다.
특히 다이어가 토트넘에서 함께 뛰다가 2023년 7월에 먼저 뮌헨으로 이적한 세계적인 공격수 해리 케인의 친한 친구라는 점도 뮌헨이 영입을 굳히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케인도 다이어를 뮌헨에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어는 토트넘과 계약이 남아 있던 2024년 6월까지 6개월 임대 계약을 뮌헨과 체결했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2023-2024시즌 후반기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선보여 김민재가 아시안컵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주전 입지를 유지해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24년 6월 이후 뮌헨과 정식 계약에 필요한 분데스리가 4경기 출전을 일찌감치 이뤄내고 2024-2025시즌에도 1년간 뮌헨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엔 김민재와 프랑스 국가대표 다요 우파메카노의 백업으로 전락해 전반기엔 출전 기회가 적었으나 후반기 김민재와 우파메카노가 부상으로 쉬게 되고, 이토 히로키, 요시프 스타니시치 등 다른 백업 수비수들도 다치면서 다시 선발 기회를 되찾았다.
다이어는 올 시즌 공식전 27경기에 출전해 3골 1도움을 기록했고, 분데스리가에서는 20경기(2골 1도움)를 뛰며 뮌헨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임대 시절까지 합치면 47경기에 나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출전 경기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1992년생인 다이어에게 뮌헨 구단은 처음에 재계약 제안을 생각하지 않다가 나중에 2년 기간을 설정하고 오퍼를 보냈고 그는 이를 거절하며 모나코와의 3년 계약안을 받아들였다.
뮌헨은 이적료 없이 연봉 50억원 정도만 지급하면 되는 다이어를 영입한 뒤 기량과 태도에 놀라며 굉장히 호평했지만 주전으로 쓸 생각은 거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PSG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강한 전력을 구축한 모나코가 3+1년이란 좋은 조건을 들고 달려들자 다이어의 마음도 기울었다.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은 독일 dpa 통신에 "우리는 다이어에게 2년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면서 "하지만 그에게는 더 긴 기간에 계약할 다른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이어는 지난 12일 열린 분데스리가 우승 시상식에서 생애 첫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아름답게 떠나게 됐다. 특히 시상식장에서 멱살을 잡아당기면서까지 김민재에게 세리머니를 권해 한국 팬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10월 "왜 김민재만 뛰느냐"며 이번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뱅상 콤파니 감독에게 반기를 들기도 했으나 후반기엔 잡음도 없었다.
다이어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포르투갈로 이주했고, 거기서 스포르팅 유소년팀과 성인팀으로 거친 뒤 토트넘으로 왔다. 이어 뮌헨에서 1년 반을 뛰었고 앞으론 프랑스에서 활약하며 나름대로 좋은 커리어를 완성했다. 모나코에선 우승트로피 추가도 꿈꾼다.
AS모나코는 전 국가대표팀 공격수 박주영이 지난 2008년 FC서울을 떠나 첫 유럽 진출을 이룬 구단이다. 박주영은 모나코에서 맹활약하며 프리미어리그 아스널로 이적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지금은 일본 대표팀 공격수 미나미노 다쿠미가 활약라고 있다.
사진=AS모나코 / 바이에른 뮌헨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