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은 없지만 '손흥민 축구화'는 있다.
손흥민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17년 만의 공식대회 우승을 위한 중요한 경기를 앞둔 가운데 소속팀 윙어가 '손흥민 축구화'를 신어 눈길을 끈다. 축구화에 한글로 '손흥민'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흰색 축구화를 신고 그가 상대팀 홈구장의 인조잔디 위에서 훈련했다.
토트넘은 9일 오전 4시(한국시간) 노르웨이 노를란 보되의 아스프미라 스타디움에서 보되/글림트와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 2차전 원정 경기를 치른다.
앞서 토트넘은 지난 2일 홈에서 보되/글림트와 4강 1차전을 치러 손흥민이 없는 가운데 3-1 승리를 따냈다.
토트넘은 최소한 두 골 차로 지지 않으면 결승에 올라 오는 22일 스페인 빌바로 산 마메스 경기장에서 우승컵을 놓고 다툰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시작 전부터 유로파리그 우승을 공언해왔다. 실제 우승확률에서도 1~2위를 줄곧 달렸다.
토트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힌 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는데 두 팀이 결승에서 격돌할 분위기다. 맨유는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의 홈구장으로, 결승이 열리는 산 마메스에 가서 준결승 1차전을 3-0으로 이겼다.
물론 토트넘 입장에선 방심할 수 없다.
경기가 열리는 아스프미라 스타디움이 토트넘 선수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인조잔디라는 점, 그리고 보되/글림트가 라치오(이탈리아)를 누르는 등 홈에서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7경기를 치러 6경기를 이길 만큼 강세라는 점 등은 토트넘이 빼놓지 말아야 할 큰 변수다.
그럼에도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서 1~2수 위인 토트넘이 적지에서 두 골 차 리드를 지킬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숙명의 한판 승부 앞두고 손흥민의 그라운드 복귀가 무산됐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중순 울버햄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에서부터 교체명단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부상 초기만 해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단순 타박상이다.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토트넘의 입장이 바뀌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발에 통증이 생긴지 오래 됐다.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하다고 하더니 이달 초부터는 "손흥민이 이제 막 잔디를 밟은 상태"라면서 복귀가 예상보다 멀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의학전문가들은 토트넘이 정확한 병명 밝히기를 꺼려하는 손흥민의 증상이 단순 타박상이 아닌 피로로 인해 휴식을 취해야 하는 부상으로 보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2일 준결승 1차전 직후엔 "손흥민이 2차전엔 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으나 복귀는 무산됐다. 손흥민은 노르웨이로 가는 전세기에 아예 탑승하지 않았다.
다만 '손흥민 축구화'는 노르웨이로 간다.
토트넘은 보되/글림트전 최종 훈련 장면을 공개했는데 지난달 출시된 '손흥민 축구화'를 윙어 브레넌 존슨이 신고 달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2001년생인 존슨은 이번 시즌 레프트윙 손흥민의 반대편인 라이트윙을 맡아 시즌 47경기 17골을 넣으면서 성장세를 드러내는 중이다.
하지만 찬스를 많이 놓치기도 해서 토트넘 팬들에게 사랑만 받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과 존슨 둘 좀 빼라"는 혹평이 나오기도 한다.
어쨌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10골 이상(11골)을 넣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4골을 기록하며 스트라이커인 도미니크 솔란케와 함께 팀내 득점 공동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손흥민 축구화'를 신는 것으로 손흥민을 생각하고 그의 골감각을 살려보려는 자세로 해석된다.
존슨의 득점포가 불을 뿜을지 주목된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 아디다스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