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이정후는 2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 3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24일 밀워키 브루어스전부터 이어진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5'로 늘렸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27에서 0.324(108타수 35안타)로 소폭 하락했다.
이날 경기가 진행된 오라클파크의 날씨는 다소 흐린 편이었다. 바람도 꽤 불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조건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만큼 선수들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경기였다.
1회말 1사 1루에서 첫 타석을 맞이한 이정후는 텍사스 선발 잭 라이터를 상대로 안타를 쳤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초구 커브를 지켜봤고, 2구 시속 94.3마일(약 152km/h) 직구를 받아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게임데이'에 따르면, 타구속도는 98.1마일(약 158km)로 측정됐다.
이정후는 이후 세 타석에서 모두 범타에 그쳤다. 3회말 무사 1루에서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5회말 1사에서는 유격수 땅볼로 돌아섰다. 8회말 무사에서도 좌익수 뜬공으로 출루에 실패하면서 1안타 경기에 만족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날 수비에서 자신의 능력을 뽐냈다. 4회초 2사에서 요나 하임의 좌중간 안타 때 빠르게 뛰어가 공을 잡았고, 송구 동작을 이어갔다. 그 사이 하임은 추가 진루를 시도하기 위해 1루를 통과해 2루로 내달렸다. 발이 그리 빠르지 않은 하임이지만, 충분히 2루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아웃이었다. 이정후의 송구는 2루수 크리스티안 코스에게 향했고, 코스는 2루에서 여유롭게 하임을 태그아웃처리했다. 그러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올 시즌 이정후의 세 번째 어시스트(보살)였다.
자칫 흔들릴 수 있었던 선발투수 조던 힉스는 이정후의 도움 속에서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저리그 공식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이정후의 수비 영상과 함께 '이정후가 장타를 저지하는 강한 송구를 선보였다'는 문구가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이정후의 보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정후는 지난 16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3회말에 보살을 한 차례 기록했다. 1사 1루에서 카일 슈와버의 타구가 우중간으로 깊이 향했으나 이정후가 무난하게 잡았다. 이 때 1루 주자였던 브라이스 하퍼가 2루로 태그업을 시도했으나 이정후의 총알 송구가 정확하게 2루로 향하면서 하퍼는 아웃됐다. 메이저리그 2년 차 이정후의 어깨를 무시했다가 주자 두 명이 4월에 연달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이정후는 2023년 12월 빅리그에 입성할 당시 정교한 콘택트와 더불어 수비에 있어서 기대를 받았다.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이정후는 재능 있는 수비수로, 스타들과 계약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자이언츠에 필요한 선수"라며 이정후가 공격, 수비, 주루에서 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KBO 골든글러브를 5차례나 수상한 이정후는 상위급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로 평가되는데, 이 포지션은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오프시즌 보강해야 하는 포지션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부상 때문에 37경기밖에 뛰지 못했지만, 306⅔이닝 동안 실책 없이 외야 수비를 소화했다. 올 시즌에도 27경기 237⅓이닝 무실책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다.
한편 이날 2-1 승리로 17연전 일정을 마친 샌프란시스코는 29일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다. 이후 30일부터 펫코파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연전을 치르고, 5월 2~6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 4연전을 갖는다. 공·수에 걸쳐 메이저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정후도 모처럼 컨디션을 재정비하고 5월 행보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사진=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