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와의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충격적인 패배와 함께 경기 후 대규모 소동을 일으키며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특히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가 주심을 향해 물병(아이스팩)을 던지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켜, 장기간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27일(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 라 카르투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바르셀로나에게 2-3 패배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후 내용 자체보다도 레알 선수단의 거친 행동이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영국 복수의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경기 종료 직전 주심 리카르도 데 부르고스 벵고에체아가 킬리안 음바페의 반칙을 선언하고 바르셀로나에 프리킥을 부여하자, 레알 벤치는 순식간에 격앙됐다.
교체로 벤치에 있던 뤼디거,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루카스 바스케스가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강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뤼디거는 자신에게 있던 얼음찜질팩을 주심 쪽으로 던지는 돌발 행동을 벌였다.
주심 기록지에는 뤼디거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물체를 던졌지만 심판에게는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장당한 것으로 명시됐다.
중계 영상에는 페를랑 멘디와 레알 코칭스태프가 흥분한 뤼디거를 물리적으로 제지하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겼다.
스페인 일부 언론은 뤼디거가 주심에게 "너는 실패작이다", "X녀의 아들"이라는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루카스 바스케스 역시 경기장 안으로 난입해 격렬히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았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는 주드 벨링엄이 심판진에게 공격적으로 다가가며 또 하나의 레드카드를 기록했다.
벨링엄은 동료들에게 가까스로 제지당했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진 영상에서는 "모든 50대50 판정이 상대에게만 유리하게 간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사실 이 같은 갈등은 경기 전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레알 구단 공식 채널 '레알 마드리드 TV'는 결승을 앞두고 벵고에체아 주심의 과거 판정 실수들을 모은 비판 영상을 공개하며 "이 심판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나 FIFA 주관 대회를 맡아본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영상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벵고에체아 주심은 결승전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이며 공격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레알은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 공개 훈련, 공식 사진 촬영 등을 전면 거부했으며, 한때 결승전 자체가 취소될 위기까지 치달았다. 그러나 레알은 경기 하루 전 "보이콧 의도는 없었다"고 입장을 정리하며 출전을 강행했다.
뤼디거의 이번 사건은 스페인 축구연맹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며, 스페인 스포츠 징계 규정에 따르면 심판에 대한 '경미한 폭력 행위'로 분류될 경우 최소 4경기에서 최대 12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심판에 대한 폭행'으로 간주될 경우 최대 6개월, '심판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되면 최대 1년 출장 정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과거 2012년 그라나다 소속 다니 베니테스가 심판에게 물병을 던진 사건으로 3개월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사례를 고려할 때, 뤼디거 역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논란이 커지자 뤼디거는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어젯밤 내 행동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후반부터 훌륭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경기 종료 직전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 심판과 내 동료들, 팬들 모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111분을 넘긴 상황에서 팀을 더 이상 도울 수 없는 답답함이 있었지만, 어떤 경우에도 그런 행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경기 자체는 극적인 명승부였다.
바르셀로나는 페드리의 중거리 슈팅으로 전반 28분 선제골을 터뜨렸고, 레알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음바페가 교체 투입되며 반격에 나섰다.
음바페는 후반 25분 프리킥 골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아우렐리앵 추아메니가 후반 32분 헤더골을 터뜨리며 레알이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후반 39분 페란 토레스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결국 연장 후반, 쥘 쿤데가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바르셀로나가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바르셀로나는 코파 델 레이 최다 우승 기록을 32회로 늘리며 시즌 트레블(리그, 컵, 챔피언스리그) 가능성까지 이어가게 됐다.
레알은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모든 엘클라시코에서 패배했다. 1월 스페인 슈퍼컵 결승에서는 2-5로 대패했고, 10월 리그 경기에서도 0-4 완패를 당한 바 있다.
이번 패배로 레알은 코파 델 레이, 리그, 챔피언스리그 모두에서 정상 도전에 실패하며, 시즌 내내 쌓아온 좌절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게다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주 안에 내 거취에 대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혀, 브라질 대표팀 사령탑 부임설이 더욱 현실화되고 있다.
시즌 막판을 향해가는 레알은 현재 리그 우승 가능성도 불투명한 가운데, 주요 선수들의 징계 위기까지 겹치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사진=연합뉴스/뤼디거SNS/데일리메일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