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나승우 기자) "슈팅 템포가 빠르더라. 아차하면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 최강 알힐랄을 만나 7실점을 내준 광주FC 수문장 김경민이 상대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더욱 발전하는 골키퍼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26일(한국시간) 사우디 제다에 위치한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서 알힐랄에 0-7로 참패를 당했다.
수준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전반 6분만에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간 광주는 전반 25분 레오나르두에게 재차 실점하더니 8분 뒤 살렘 알도사리에게 한 방 더 얻어맞았다. 후반에는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말콤, 나세르 알도사리, 압둘라 알함단에게 실점하며 무릎을 꿇었다.
K리그에서도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했던 광주는 알힐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기록적인 참패에 광주 선수들은 경기 후 허탈한 표정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이날 7실점을 기록한 김경민이 지나가는 걸 본 취재진이 인터뷰를 요청했다. 90분 내내 누구보다 상대 실력을 절감했을 김경민의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김경민은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김경민은 "광주에서 여기 제다까지 와주신 팬분들한테 너무 감사하다. 광주에서 새벽에 응원해 주셨는데 되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 드리고 싶다"고 감사 인사를 먼저 전했다.
이어 "이렇게 좋은 경기장에서, 또 6만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상대팀 알힐랄, 서포터즈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싶다"고 상대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직접 겨뤄본 소감을 물었다. 김경민은 "너무 좋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여기서 좋은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오늘의 경기를 분석하겠다"면서 "정말 슈팅 템포가 빠르더라. 아차하면 들어가는데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그런 걸 보완해야 될 것 같다"고 상대 실력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오늘 정말 많이 느끼고 배웠다. 33세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번 경기가 교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킥 오프 전에는 우리 축구를 하자고 했다. 사실 첫 번째 실점이 너무 이른 시간에 나왔다. 세트피스로 나왔는데 그 실점이 우리한테는 악이 된 거 같다. 선수들이 많이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며 "우리가 골을 먹고 바로 좋은 상황이 왔었는데 그게 만약 골로 연결됐더라면 우리가 좋은 흐름이 가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돌아봤다.
다만 김경민은 "어차피 일은 벌어졌다. 주워담을 수 없기 때문에 다시 잘 준비해서 다음 5월 2일날 리그 울산 원정인데 한번 잘 준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음 경기 대비만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환상적인 카드섹션을 포함해 엄청난 응원전을 선보인 알힐랄 팬들은 경기 막판 그라운드 안으로 비닐을 투척하기도 헀다. 때문에 경기가 잠시 중단됐고, 광주 선수뿐만 아니라 알힐랄 선수들까지 모여 그라운드 위에 있는 비닐을 치우고서야 경기를 재개할 수 있었다. 또한 알힐랄 팬들은 김경민과 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경민은 "워낙 알힐랄 팬들이 열정적이라 상당히 긍정적으로 봤다. 그냥 멋있었다"며 "이렇게 '0-5, 0-6 상황인데도 이렇게 하는구나'라고 보면서 웃었다. 웃으면서 엄지 척했는데 야유하더라. 난 진짜 너무 멋있어서 존중하는 느낌으로 한 거였다"고 설명했다.
상대의 도발에 웃으면서 대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김경민은 "일단 내가 많이 부족했고, 상대를 인정했다. 확실히 슈팅 파워도 다르고 아차하면 정말 일대일 상화이 일어난다. 되게 설렁설렁 하는 거 같은데 문전에서는 빠른 맹수처럼 달려들더라"며 상대 실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도발도 웃고 넘길 수 있었다고 답했다.
결과, 내용 모두 아쉬웠지만 김경민 스스로 발전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됐을 경기였다.
김경민은 "진짜 월드컵 가서도 6만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없다. 오늘 경기 하면서 되게 기대했고, 설렜고, 자신 있었는데 결과는 내가 7골을 먹은 거였다"며 "그거에 대해서는 반박할 수 없다. 내가 부족해서 먹힌 거기 떄문에 아까도 얘기했듯 이 영상을 평생 간직할 거 같다. 큰 보물이 될 것 같다" 고 답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