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에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1-1 무승부를 거두며 준결승 진출을 위한 과제를 다음 경기로 넘겼다.
경기 후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축구의 신들이 다른 팀을 챙기느라 우리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자조 섞인 발언을 남겼지만, 정작 이날 토트넘이 보여준 경기력은 '운'이나 '신'이라는 단어로 책임을 돌리기에는 아쉬움이 큰 내용이었다.
이번 경기는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8강 1차전으로, 홈 이점을 안고 치러졌던 만큼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였다.
하지만 초반부터 흔들리는 모습으로 출발한 토트넘은 전반 6분 만에 프랑크푸르트의 위고 에키티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일찌감치 끌려가는 상황에 놓였다. 제임스 매디슨이 중원에서 공을 빼앗기면서 시작된 이 장면은 토트넘의 집중력 부족과 경기 초반 불안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후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반격이 이어졌고, 결국 전반 26분에는 손흥민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에서 비롯된 포로의 감각적인 힐슛이 터지며 동점골이 만들어졌다. 기점부터 마무리까지 이어지는 완성도 높은 팀플레이는 이날 토트넘이 보여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후반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완전히 토트넘의 흐름이었다.
압도적인 점유율에 이어 날카로운 전진 패스 등이 빈틈을 공략하면서 프랑크푸르트를 완전히 밀어붙였다.
루카스 베리발의 중거리 슛,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헤더, 매디슨의 기습 슛, 손흥민의 돌파까지 수차례 결정적인 찬스가 이어졌지만 번번이 골대를 맞추거나 프랑크푸르트 골키퍼 카우앙 산투스의 선방에 막혔다.
공교롭게도 크로스바만 세 차례 맞춘 토트넘은 추가 득점에 실패하면서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슈팅 대비 득점률이 낮았던 점은 이번 경기의 핵심 문제 중 하나였다. 특히 후반 15분 이후의 득점 기회에서 세트피스와 박스 근처 패턴 플레이가 효과적으로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슈팅 정확도와 골키퍼를 벗어난 위치 선정이 부족했다.
베리발과 매디슨, 손흥민 모두 각각 최소 한 차례의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며 아쉬운 마무리 결정력을 보였다. 실질적으로는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친 셈이다.
영국 '더가디언'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러한 경기 결과에 대해 '축구의 신'을 언급하면서 자신들이 운이 없었다는 이상한 핑계를 댔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해는 축구의 신들이 다른 팀과 감독들한테 신경 쓰느라 우리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이번 시즌 남은 기간을 그들의 도움 없이 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과는 조금 실망스럽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초반 실점은 아쉬웠지만 상대의 골도 괜찮았고, 이후 우리 선수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우리는 계속 경기를 지배했고, 멋진 동점골도 넣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전반전에 상대를 지치게 했기 때문에 후반에 우리가 기회를 더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그 이상은 바랄 수 없다"면서 선수들은 잘못이 없다고 옹호했다.
그는 "우리는 세 번이나 크로스바를 맞췄고, 상대 골키퍼는 믿기 힘든 선방을 여러 번 해냈다. 다른 날 같았으면 우리가 충분히 승리했을 경기다"라면서 "원정에서도 이런 경기력을 다시 보여준다면, 우리가 다음 라운드로 갈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며 2차전을 향한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이번 발언은 세 번의 골대 강타와 다수의 결정적 찬스 무산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수치적으로 볼 때, 높은 점유율과 슈팅 수에도 불구하고 득점 전환율은 낮았고, 슈팅 정확도(유효슈팅 비율)는 39%에 그쳤다.
이는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라, 슈팅 선택과 마무리에서의 정교함 부족, 그리고 상황 판단의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발언은 사실상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즌 내내 이어진 경기력 기복, 프리미어리그에서의 부진, 그리고 교체 타이밍과 전략 운영에서도 비판을 받아온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이번 경기는 또 하나의 시험대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운을 탓하기만 한다고 설명되지 않는 현실을 또다시 마주하게 된 셈이다.
2차전은 프랑크푸르트 홈에서 진행된다. 토트넘은 원정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며, 무득점 무승부일 경우 탈락하게 된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결정력 개선과 더불어, 중원에서의 공수 전환 속도, 그리고 수비 뒷공간 관리가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다. 토트넘의 이번 시즌은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